5·9 대선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사장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후보를 포함한 보수 세력을 비판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은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블로그 등에 게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구 사장은 “예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고, 대선 국면에서 보수 표를 빠르게 흡수하는 것을 보고 사실 경악했다”며 “국정농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 오히려 색깔론을 들먹이며 큰소리를 치는 현실이 참 암담했다. 한국 사회 꼴통 본색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회칼로 나라를 아작 낸’ 당사자들에게 한 가닥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구 사장은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에 성원을 보내는 것을 두고 ‘계급투표 배반’이니 ‘분단이 낳은 비극’이니 하는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본다”며 “서구식 분석 잣대로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국 사회는 그런 식으로 쉽게 풀어헤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뿌리 깊은 유교 문화는 인간과 인간이 다층적인 차원에서 끈적끈적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한다. 이는 서구식 합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잘난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정서도 생기고 행색은 소시민이지만 정치의식은 거대 담론을 지향하는 경향도 강하고. 한마디로 복잡하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대선 과정에서 보수 인사들이 보인 수구적 행태를 비판했다. 구 사장은 익명의 인물을 거론하며 “○○○은 제가 알기로 상당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한 뒤 “정당인이라는 한계를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나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 홍이 주자로 나서는 대선 국면에서 목을 놓아 ‘자유대한 수호’니 ‘좌파 척결’이니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지르는 걸 보니 무섭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구 사장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사천·남해·하동 선거구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에 선임돼 홍 전 후보 선거 운동을 벌인 김재철 전 MBC 사장을 겨냥해서도 “빨간 옷 입은 사람들 중엔 저를 놀라게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며 “그중에서도 백미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었다. 추레한 몰골로 홍준표 뒤에 서서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측은한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가 우리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 지원을 끊은 것을 놓고 ‘좌파 세력 배제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았다”며 “한마디로 얼척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새 세상에서는 또다시 ‘잘 해먹던 놈’이 더 설치는 법”이라며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묵묵히 우리 길을 가면 그뿐이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겠지만 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진심도 오해를 피할 순 없다. 다들 조심하시기 바란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