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들이 요구한 새로운 나라는 박근혜 탄핵으로 시작해 정권교체라는 관문을 통과했지만, 언론권력 교체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5월10일 전국언론노조 성명 중)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언론 적폐 청산’ 요구 속에 문재인 정부가 시작됐다. 미디어오늘이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새 정부에 바라는 언론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주>

강지웅 MBC 해직PD

“언론 문제는 대통령이 천명한 원칙만 제대로 관철해주면 좀 더 순조롭게 풀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싶다. MBC 내부는 자정 능력이 충분히 있다. 지금 MBC를 비롯해 언론 부역자들은 무슨 뿌리가 있거나 역사와 전통, 족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든지 청산될 수 있는 성격의 사람들이어서 언론 개혁은 굉장히 쉬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원칙이 분명히 서 있으면 우리가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거다. 어차피 언론은 언론인들이 자유를 쟁취해야지 누가 판 깔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염치없다. 언론에 요구되는 희생 정도와 도덕성 수준이 훨씬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반성할 부분도 있는 거다. 해고 무효 소송도 쉬운 재판은 아니지만 1·2심에서 모두 이기고 올라왔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별개 사건인 해고무효,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 3개 판결이 일관되게 나야 하니까 아마 전원 합의체로 3개를 함께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 소송 담당 변호사 말로는 올해 연말쯤 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벌써 2년을 끌었으니 현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9월) 전에 털고 가면 좋겠지만 늦어도 올해를 넘기긴 쉽지 않을 것 같다.”

▲ 강지웅 MBC 해직PD. 사진=미디어오늘
▲ 강지웅 MBC 해직PD(왼쪽). 사진=미디어오늘
강형철 한국방송학회장(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첫 번째로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염원이 있다. 보수정권에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았고 여러 지표로 실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해직자 문제다. 해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MBC의 경우 과거 정부가 만들어놓은 방송문화진흥회와 경영진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해직자 문제를 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해내야 한다. 다시는 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방송의 공적 가치와 방송의 산업적 가치를 잘 조화할 수 있는 정책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라고 하면서 시장 중심적 정책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도 해결하지 못했다. 거시적인 매체 철학, 방송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 여러 방송 사업자들이 좁은 시장에서 경쟁하며 힘들어하고 있다. 그 결과 품질도 떨어지고 있다. 방송계에 저임금 착취노동이 만연해 있는 현상은 인권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산업 정책의 책임도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기구가 필요할 것이다.”

▲ 강형철 한국방송학회장. 사진=미디어오늘
▲ 강형철 한국방송학회장. 사진=미디어오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국민적 염원인 언론 적폐 청산 문제가 핵심이 돼야 한다. 그 중심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국회에 계류된 언론장악방지법 통과가 중요하다. 법안통과를 행정부가 직접 추진할 수는 없지만 야당과 협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언론연대에서 정책 제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미디어 부처가 시장 사업자에 경도된 문제였다. 정부 역할이 사업자 중심이 아니라 시청자·이용자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첫 단추인 미디어 정부 조직 개편 논의와 인사가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 문제도 중요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국가정보원 등 권력 기관에 의한 감시와 사찰이 이뤄져왔다. 또,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면서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가 논의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경시되는 측면이 있다. 시민은 정부와 기업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사진=미디어오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당장 제일 급한 것은 공정 언론 분야에서 해직 언론인 사태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및 복직이다. 또한 제도적으로 언론 장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일명 언론장악금지법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그 다음에는 언론 관련 정부 조직들 개편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공익성이나 공정성이 훼손돼 있는 부분을 정상화시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무엇보다 통신 심의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수자 인권 침해와 관련된 부분은 제도적으로 심의하는 것이 맞지만 정권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검열을 해선 안 된다. 민언련에서 특별하게 바라는 것은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1인 언론인도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다. 또한 1인 미디어가 활동하기 어렵게 하는 언론계 관행도 고쳐나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독립PD나 1인 미디어 등 열악한 언론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사진=김언경 페이스북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사진=김언경 페이스북
김훈 전국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장

“사실상 한국의 국제방송 역할을 맡고 있는 아리랑국제방송은 민법상 재단법인으로 규정돼 있을 뿐 방송사업자 지위에 있지 않다. 지원 규정 또한 문화진흥기본법에 명시돼 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부처로 방석호 전 사장의 전횡과 같은 비리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해외와 국내 체류 외국인을 주 시청층으로 해 정치·외교 관련 국제 여론에 대응할 수 있는 방송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주무부처를 문체부에서 방통위로 이관해 공영방송에 준하는 이사회 설치 및 운영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방송사업자 지위 부여 등의 내용을 포함해 국제방송으로서의 위상과 정치적 독립 확보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아리랑국제방송원 설치법에 대한 논의와 처리가 올해 안에 완료돼 아리랑국제방송 운영이 정상화되길 바란다. 동북아 정세뿐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 정치 환경에서 미디어 외교를 담당할 매체로서 아리랑국제방송의 안정된 운영을 위해선 재원 확보도 시급하다. 현재 아리랑국제방송은 기금 고갈과 정부 지원 부족으로 미디어 외교 담당 매체로서의 역할 확대는커녕 현 상황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원 확충 방안이 없다면 올해 하반기에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기관 운영 파행이 예상된다.”

▲ 김훈 전국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장. 사진=전국언론노조
▲ 김훈 전국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장. 사진=전국언론노조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야당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인 ‘경제민주화’ 이행을 주장했듯이 다른 정파의 공약을 이용해 개혁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여소야대와 국회선진화법에 새 정부의 손발이 묶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칼퇴근법’, ‘저녁이 있는 삶’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공감할 만한 이슈다. 언론인들도 장시간 노동으로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낭만과 엘리트주의로 포장돼 있을 뿐이다. 다른 전문가 집단과 대기업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면 좋은 일자리도 나누게 된다. 장시간 노동은 기업주 잘못이라기보다 심판인인 정부 책임이다.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지 않으면 반칙 안 쓰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 모든 학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반칙’하는 사교육도 남경필 지사 주장대로 ‘금지’ 처방이 필요하다. 위헌 판결이 나면 국민들이 개헌에 나설 것이다. 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공정 사회를 만드는 ‘지대 수입의 세금 환수’도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다. 어린 아이들마저 꿈이 ‘건물주님’인 퇴행적 사회다. 건축물 개발 수익의 세율을 낮추고 지대 세금은 높이면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 지대 수익도, SNS와 인공지능 수익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마땅한 이유다. 일자리, 사교육, 부동산 문제만 해결하면 다른 개혁은 탄탄대로다.”

▲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 기본적인 것은 당연하고, 이외의 세 가지 부분을 더 이야기하고 싶다. 첫 번째는 시청자 중심의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 시청자로 하여금 유·무선 채널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미디어 관리·감독 기관에 시청자 몫의 할당도 필요하다. 시청자 이용자미디어위원회 설립을 통해 모든 미디어 정책에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미디어 관련 조직에서 여성위원들 할당이 50%는 돼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중 절반은 여성위원으로 할당해야한다. 여성 위원 할당 등을 통해 방송에서 성 평등 관점을 가지고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교육과 관련해서 법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미디어 교육 관련 관리·감독 기구를 만들고 생애주기별 미디어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지원을 해야 한다.”

▲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이주영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

“국회에 계류된 언론장악방지법에서 다뤄지고 있는 건 ‘공영방송’이다. 하지만 공영언론으로서 연합뉴스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해야 한다. 현재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은 사실상 6대1로 정부·여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렇다보니 어떤 정권이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내부에서 저항을 해도 쉽사리 변화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엉망이 된 언론을 목도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낼 수 있는 구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언론장악방지법이 갖고 있는 방향성과 맞닿아있다. 공영언론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린 뒤 특별다수제 등을 통해 사장을 선임하자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특정 정치 세력이 임명하고픈 사람을 견제하고 막자는 취지다.”

▲ 이주영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 사진=전국언론노조
▲ 이주영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 사진=전국언론노조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10년만의 정권교체다. 부패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촛불시민의 심판이었다. 박근혜 정부식 법질서는 국민에 대한 감시였다. 정경유착 세력은 규제 완화로 돌진했다. 새 정부는 달라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를 포함한 여러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들 마음에 다가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기술이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에 좋은 소식만은 아닐 수 있다. AI 등 미래 기술이 노동권, 소비자권리, 시민권 및 정보 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주창자조차도 승자독식을 걱정했다. 지난 10년은 국민의 정보인권이 유린당한 세월이었다. 전국 병원과 약국에서 4400만 명에 달하는 국민 처방전 정보가 미국 빅 데이터 업체에 팔렸다. 지금도 계속 이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 어느 부처도 이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개인 정보 보호를 미국처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만이 팽배해 왔다. 국민 권리를 제쳐놓은 정책은 그것이 무엇이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유엔에서 수차례 권고해온 개인 정보 보호 감독 기구를 독립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국민을 엿보아온 국정원이 사이버공간에서 손 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정원과 경찰이 제 맘대로 빅 데이터를 이용하는 미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사진=금준경 기자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사진=금준경 기자
현덕수 YTN 해직기자

“해직자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역 언론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언론 정상화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차기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공정방송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를 복원시키고 보장하는 것이다. YTN 지배구조를 보면 공기업이 과반 이상 YTN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YTN이 탄생할 때 보도 전문 채널로서의 공공성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공영언론의 거버넌스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공영언론 내부적으로 보도를 감시하는 기구를 보강하는 문제에 더해 시청자위원회 등을 통한 외부 감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계, 시민사회단체 혹은 국회 추천을 받아 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들이 보도나 경영을 견제하고 평가하는 피드백이 있다면 언론사들의 공정성과 투명함이 더욱 제고될 것이다. 과거 YTN 투쟁 역시 이러한 방송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 현덕수 YTN 해직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 현덕수 YTN 해직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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