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에 대해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에서 감사 요구 안건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못 내고 파행으로 끝났다.

방문진 야당 추천의 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는 11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MBC스페셜’ “탄핵” 편 불방 조치에 대한 감사요청 결의 건을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 그러나 여야 추천 이사들 간 찬반 의견이 갈려 언쟁이 격화되면서 여권 추천 이사들 전원 퇴장 후 성원 부족으로 회의가 끝났다.

유기철 이사 등 3명은 MBC 사측이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 후 당시 담당 국장에게만 책임을 물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담당 국장의 인사위 회부만으로 끝낼 사안도 아니라며 철저한 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현직 편성제작본부장 모두가 프로그램을 보지도 않은 채 ‘불방’을 결정했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그 윗선의 또 다른 판단이나 지시가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일”이라며 “이는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MBC 방송강령과 ‘내부조직으로부터 편성·제작의 독립 및 제작자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는 편성규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3월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 지난 3월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앞서 지난달 20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출석한 김도인 MBC 편성제작본부장에 따르면 MBC 사측은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 김학영 콘텐츠제작국장에 대해서만 인사위에 회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담당 국장만 인사위 회부)

김 본부장은 “김학영 당시 콘텐츠제작국장이 지난 1월9일 다큐멘터리부장에게 기획안을 보고받고 이를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에게 제출 안 했다”며 “2월22일 편성제작본부 정기국장단 회의에서 구두로만 보고된 ‘탄핵’ 다큐에 대해 김 국장에게 원점에서 검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결국 ‘탄핵’ 불방 결정은 정식 서면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현직 본부장의 해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김현종 전 본부장은 “탄핵 결정이 나면 그때 가서 (방송)할 수도 있다”고 다큐멘터리 부장에게 사실상 제작을 승인했고, 담당 부장과 PD를 거쳐 제작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3500만 원 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돼 2월22일 불방 결정 전까지 80%가량 프로그램이 완성돼 가편집 상황이었다.

최강욱 이사는 11일 이사회에서도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에서 볼 때 내부적으로 국장 한 명이 보고 안 해서 방송을 안 한 것으로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며 “그간 업무 진행 관행과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데 객관적 입장에서 감사를 통해 왜 이런 사태가 생겨 중요한 국면에 중요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지 못했는지 충분히 규명하는 게 앞으로 공영방송 위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추천의 이인철 이사는 “결재 없이 사전 보고됐고 결재 문서가 올라오지 않아 본부장 입장에선 승인 없이 제작됐으므로 더 제작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회사에서 인사위를 연다고 했으니 결과를 지켜보고 별도의 감사 요구는 필요없다고 본다”고 반대했다.

김광동·유의선 이사도 “사실관계의 문제라기보다 해석의 문제로 보이고 추가 감사해봐야 명백히 흑백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 감사가 불필요하다”, “절차적인 문제이지 프로그램 간섭으로 보기 어렵다” 등 반대입장을 밝혔다. 결국 여야 이사들간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회의가 중단, 고영주 이사장을 제외한 여권 이사들이 전원 퇴장하면서 회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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