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인 조합원들을 향해 ‘메롱’ 조롱으로 물의를 빚은 송재우 춘천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지역 언론인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거세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지부장 최헌영)는 지방노동위원회 임금협상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지난달 26일 부서별 지명파업에 돌입하고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송재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진행했다.

송 사장은 노조 조합원들의 피케팅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급기야 그는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외출을 위해 회사 관용차를 타면서 “송재우는 퇴진하라”고 외치는 조합원들을 향해 여러 번 본인의 혀를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송 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합원에게 ‘메롱’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 ‘사진도 찍혔다’고 재차 묻자 “짜증 나서 그랬지 조합원을 조롱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MBC 구성원들을 비롯해 지역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품위를 저버린 송 사장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 송재우 춘천MBC 사장이 지난달 26일 점심께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조합원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 송재우 춘천MBC 사장이 지난달 26일 점심께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조합원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강원기자협회(회장 이상학)은 11일 MBC본부 춘천지부의 송재우 사장 퇴진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메롱 조롱’으로 이름 붙여진 송 사장의 행위는 언론사 사장이 한 행동이었기에 그에 따른 전국적 망신은 이제 고스란히 강원도 언론인들의 몫이 됐다”며 “춘천MBC, 나아가 지역 언론사 전체 이미지와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했는데도 지역 언론 동료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강원기자협회는 송 사장이 ‘방송사 주인은 시청자가 아닌 대주주’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질타했다. 협회는 “이는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면서 “송 사장이 최헌영 지부장에게 정직 3개월의 표적 보복징계를 내린 것도 시청자보다는 대주주를 잘 모시는 사장인 자신에게 줄 서라고 협박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춘천MBC노동조합을 지지하는 13개 춘천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송 사장의 노조 탄압 중단과 노조 지부장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징계에 대한 명확한 근거의 제시, 합법적 파업과 그에 따른 사장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퇴진 요구에 대해 비상식적인 행위를 보인 송 사장의 행위는 공영방송사의 수장임을 망각한 처사이며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춘천MBC의 근본정신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춘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춘천MBC 노조 최헌영 지부장에 대한 부당징계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공영방송이며 시청자가 주인인 춘천MBC를 비민주적으로 장악하려 한 송 사장의 퇴진을 주인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 춘천MBC노동조합을 지지하는 13개 춘천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전 춘천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사장의 노조 탄압 중단과 노조 지부장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춘천MBC지부
춘천MBC노동조합을 지지하는 13개 춘천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전 춘천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사장의 노조 탄압 중단과 노조 지부장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춘천MBC지부
게다가 송 사장은 지난달 13일 최헌영 지부장에게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내린 데 이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지부장은 ‘메롱 사태’가 벌어진 이틀 후인 지난달 28일 검찰로부터 송 사장의 고소 사건을 통지받았다.

춘천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송 사장은 최 지부장이 자신을 비방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대자보에 게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처벌을 바란다고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단체는 언론 적폐 청산을 위한 오는 15일 ‘송재우 사장 퇴진을 위한 범시민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지역의 제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송 사장 퇴진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MBC본부 춘천지부는 대책위와 함께 매일 출퇴근 시간 릴레이 피케팅 시위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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