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를 ‘정권 홍보 부대’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새정부 국정 운영방향이나 철학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박 보훈처장이 임명된 지 6년만의 사표수리다. 

윤영찬 신임 홍보수석은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황 총리와 관련해 “어제 황 총리와 만났을 때 대통령께서 새정부 자리잡을 때까지 자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으나 황 총리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박 보훈처장의 사표 수리다. 윤 수석은 이에 대해 “여러 번 언론에서 논란이 된 적도 있고 아무래도 저희 새 정부 국정 운영 방향이나 철학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보훈처장에 대한 사의는 처리했다”고 말했다. 

▲ 사진=국가보훈처 홈페이지
▲ 사진=국가보훈처 홈페이지
박 보훈처장은 육군사관학교 27기로 현역시절 12사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정보부장 등을 지냈고 2004년 전역 후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보훈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 직후 한 강연에서 “독립을 부각시키면 박정희도 친일파가 되고 민주화를 부각시키면 이승만, 박정희는 독재자가 된다”며 “독립과 민주화를 부각시키면 젊은이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박 보훈처장과 관련된 가장 큰 논란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항쟁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공식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제창 방식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09년부터 해당 곡은 본 행사에서 제외돼 식전행사 중 합창단이 부르거나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게 됐다. 박 보훈처장은 이명박 정부인 2011년 2월 임명된 뒤 올해까지 6년간 해당 곡 제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때문에 해마다 5월이면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단체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박 보훈처장은 ‘국가분열’을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보훈처가 오히려 국가분열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2013년에는 33주년 기념식이 파행됐다. 

올해 3월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퇴출당할 0순위”로 박 보훈처장을 꼽기도 했다. 최 의원은 “세 번이나 국회에서 (박 보훈처장의) 해임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지금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뒤 봐주기’로 버티기를 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의원은 박 보훈처장이 올해 초 보훈단체 대표들에게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하라고 독려했다는 의혹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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