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경주시 월성원전 약 26km 지역에서 진도5.1과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4개월 동안 총 570여 회의 여진이 발생해 원전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진앙지로부터 수십km 이내에 위치하는 경주・울산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원전 다수호기 지역으로 현재 13기가 가동 중이며 3기가 건설 중, 2기가 계획 중에 있다. 원전 비상계획구역 30km 기준으로 고리 인근에는 약 320만 명이, 월성 인근에는 약 1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 원전사고 발생 시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원전 확대 정책과 원전마피아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억제 및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으로 돌아선 세계적 추세에 역행해 원전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유럽 각국은 신규 원전건설 중단, 노후원전 폐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 단계적 탈핵 로드맵을 결정했던 반면, 한국은 원전 선도국들의 탈핵 정책을 오히려 ‘세계 3대 원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파악해 원전확대와 원전산업화를 결정하였다. 현재 총 2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신고리 5·6호기 등 건설 중인 원전 5기와 계획 중인 원전 6기 등 2029년까지 총 36기의 원전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원전 확대 정책의 배경에는 이른바 원전마피아의 원전조직 독점이 자리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존재하지만 원자력진흥위원장인 국무총리의 지휘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어 원자력 진흥과 규제가 분리되지 않는 폐해를 노정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마피아는 운영 조직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제조업체, 시험기관뿐만 아니라 규제기관인 원안위 주요 요직마저 독식하고 있어서, 배타적 원전기술과 국가보안을 구실로 자료 일체를 비공개하는 등 책임있는 심의는 고사하고 업무 파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결과 미국, 유럽, 일본 등 원전 선진국들은 기술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해 운영허가 갱신을 엄격히 심사하는 데 반해, 한국은 가동 원전에 대해 허가 당시의 낮은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불량 부품 공급 비리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사태, 전원 공급 중단이나 냉각수 유출 등의 원전사고 은폐, 위법적인 건설 허가나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 빈발하는 등 원안위는 규제 기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전확대 정책의 시행 과정도 비민주적이기 짝이 없다.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렴과정만을 거친채 확대 정책을 강행하면서 주민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 등은 끊임없이 해당 지역에서 주민갈등을 유발하는 화약고다.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삼척(84.9%), 영덕(91.7%) 주민 모두 높은 반대율을 보였으며, 고리 1호기 및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한 경주와 부산 기장 주민들,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한 밀양과 청도 주민들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을 탈핵원년으로 하는 탈핵 로드맵

새로 들어설 정부는 신규 원전건설 중단 및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탈핵 로드맵에 따라 원전 신규건설 중단과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 이용 효율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 삼척·영덕 신규 원전부지 백지화, 노후원전 고리 1호기·월성 1호기 폐쇄 등을 명문화하고 2030년까지 추가 10기의 노후원전 폐쇄 계획, 204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로하는 탈핵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기존 원전의 운영허가는 최대 10년 단위로 갱신하고, 가동 원전의 운영허가도 기술기준으로 강화해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며, 원전 안전성평가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 원자로 해체에 관한 승인기준·세부 규제절차 등을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원전 운영허가 시 지방정부의 동의를 구하도록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

▲ 고리 원전. ⓒ연합뉴스
▲ 고리 원전. ⓒ연합뉴스
둘째,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 에너지 확립을 위해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전환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전담할 정부부처로서 기존의 환경부와 자원·에너지 부서를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해 기후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80%를 감축하는 ‘기후변화대응기본법’을 제정해 구속력 있고 포괄적인 기후변화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2059년까지의 장기목표의 달성을 위해 5년마다 단기 감축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전력수요의 관리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적극적 기술개발과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위해 산업용 전력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강화하고, 산업용 전력은 경부하 요금제를 폐지하며, 발전용 연료의 불공정 과제를 조정하는 등 수요관리 위주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용 전력요금은 인상하고 지역별 전기요금은 차등화하는 등 에너지가격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단계적 탈핵 원칙과 에너지 수요관리,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등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 및 전력수급기본계획, 천연가스수급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1차 에너지 소비 목표량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의 생산활동 축소와 에너지 전환 손실의 제로화 등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탄소 에너지원 기반의 분산형 전력공급,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를 우선 건립하는 발전소 계획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및 전력 수요를 감독하는 민관 합동반을 구성해 수요량 예측을 현실화해야 한다.

원자력의 민주적 통제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넷째,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독립기구화해 원전에 대한 규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 두 규제 기구는 위원장·원장 및 위원 구성 시 다양한 입장의 인적 구성이 될 수 있도록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서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원전밀집지역의 동시사고를 전제한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방법론 도입, 인구밀집지역 위치기준 등도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원전 안전성 평가 시 민간분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3자 검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방사성물질 반감기를 고려해 중저준위방폐장의 제도적 관리기간을 300년 이상으로 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고, 재생가능에너지공사를 설립해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를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원전 홍보사업을 지원하는 현 원자력진흥위원회와 원자력문화재단은 해체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원전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공사를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합해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상을 강화한다. 또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원전홍보 예산, 원자력클러스터 추진사업 지원 예산 등 원자력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하고, ‘재생가능에너지촉진법’이 정한 태양광, 풍력 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한다.

여섯째, 원전의 안전과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관련 사업에 대해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주민참여를 제도화한다.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 운영·정비·폐로 등과 관련된 사업의 운영·결정과정에 지방정부 장의 동의와 협의권을 부여하고, 지역주민이 원전관련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토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주도해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 재정비, 지역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위한 지원, 단열개선사업 직접 지원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에너지효율화 지원·촉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원전건설 및 고압송전선로 계획 단계, 설계수명 내 운영허가에서 주민의견수렴(주민투표, 여론조사 등)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 2016년 5월26일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관계자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KT 빌딩 앞에서 추가 원전 건설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6년 5월26일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관계자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KT 빌딩 앞에서 추가 원전 건설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끝으로, 원자력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30% 목표와 발전차액지원제도 부활과 관련한 법개정을 서둘러야만 한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2030년에 최종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20%, 발전량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30%를 명시해 사회적 합의와 목표달성 이행력을 제고해야 한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부활 등 소규모 형태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지원 확대를 명시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 전기를 전력망에 연계시키는 계통연계 책임을 송배전사인 한전에 부가한다. 태양광사업의 촉진을 위해 공시지가와 독립해 임대료를 현실화하는 ‘지붕·옥상임대법’을 제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탈핵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2017년을 탈핵 원년으로 선포해 시대를 역행하는 원전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시키고, 에너지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을 회복해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새 정부에게 맡겨진 역사적 과제이다.

# 연재

1. 총론 :

촛불 시민혁명과 주권자 시민의 탄생, 그리고 민주·평등·공공성의 민주공화국

2. 정치 개혁 :

촛불 광장이 요구하는 정부와 의회의 민주적 개혁

권력기구 분권화 없이 민주주의 회복은 불가능

지방자치 혁신 없이 참 민주주의 실현 없다

민주주의의 기반 언론: 공공성 강화하고 시민의 공론장 참여 확대해야

3. 외교·안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4. 시민교육

신자유주의 지배구조에서 공공적 자치구조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유초중등 교육 패러다임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대학체제

100만 명의 학교 노동자 문제, 이렇게 해결하자

5. 차별철폐와 인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

성(性)소수자 차별 금지를 위한 첫걸음

복지정책을 넘어 인권보장으로

6. 공공적 민주경제

광장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재벌체제 개혁과 통제

공공부문의 적폐와 개혁과제

복지실태 진단과 새 정부의 개혁 과제

7. 생태안전사회

① 2017년을 탈핵 원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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