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에서 통합을 외친 마크롱이 당선됐습니다. 우리나라 대선에서는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패륜집단이라며 편 가르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선택은 국민 여러분의 몫입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공영방송 MBC 아나운서가 뉴스 클로징 멘트에서 중립성을 어기고 야당 후보에 불리한 방송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해당 발언을 한 최대현 MBC ‘생활뉴스’ 앵커는 “주어로 민주당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최 앵커도 인정했듯 ‘PK(부산·경남) 바닥 민심은 패륜집단의 결집’이라고 한 문용식 전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 대책단장의 페이스북 글 관련 뉴스에 대한 논평이었다.

문 전 단장은 자유한국당 측 반발이 커지자 홍준표 전 후보가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고 하는 등 패륜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라며 자신의 표현을 ‘패륜 후보로의 결집’이라고 수정하고 당직에서도 사퇴했다.

▲ 지난 8일 MBC ‘생활뉴스’ 갈무리.
▲ 지난 8일 MBC ‘생활뉴스’ 갈무리.
그러나 최 앵커는 ‘깜깜이 선거’ 기간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된 시점에서 민주당 측의 해명이 나왔음에도 ‘국민을 패륜집단이라며 편 가르기 했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해 공영방송 뉴스 앵커로서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애국(친박·극우) 시민들은 MBC가 가장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할 정도로 그동안 MBC는 ‘이명박근혜’ 정권에 편파적인 방송으로 공영·공정성을 실추시켰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와 MBC기자협회·영상기자회가 발행한 대선보도감시단 보고서에서도 MBC 뉴스는 ‘홍준표 띄우기’에 골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뉴스데스크는 대선 보도 내내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 준칙을 위반했고 법령을 무시했다”며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바른정당 의원 13명의 탈당 사태도 철저히 자유한국당의 시각으로 조명했고, 공표 금지 전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보다 수치상 높게 나왔거나 같게 나온 조사만 선택해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비판한 것처럼 망가진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방송’을 만들었던 언론 부역자 청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가 2차례에 걸쳐 발표한 언론 부역자 명단에는 MBC 관계자가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MBC 경영진은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부역자’라는 명칭에 대해 “언론 자유를 파괴하는 반헌법적인 범죄행위”라며 되레 김환균 위원장과 김연국 MBC본부장, 조능희 전 본부장 등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부역자 명단은 권력에 의해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훼손됐는지 기록함으로써 후세에 경각심을 주자는 취지”라며 “사실 ‘명단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도 있었는데 언론 장악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거친 권위 있는 자료가 수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MBC 해직 언론인 6명(좌측부터 강지웅·이용마·최승호·정영하·박성호·박성제)이 지난 2015년 1월16일 재판을 위해 서울고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MBC 해직 언론인 6명(좌측부터 강지웅·이용마·최승호·정영하·박성호·박성제)이 지난 2015년 1월16일 재판을 위해 서울고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부역자 청산과 함께 MBC 구성원들의 숙원 과제는 해고자 복직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이 여야 합의에 따라 통과되지 않으면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때 해고된 6명(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의 언론인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미 지난 2015년 4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사측 상고 후 대법원이 2년이 넘도록 판결을 미루면서 6년째 복직을 못 하고 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6명의 해고자에 대해선 대법원이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을 조속히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영방송장악방지법 통과 역시 새 정부의 공약이지만 국회의 협조가 꼭 필요한 사안이므로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 독립을 위해 국회도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김 본부장은 “MBC는 국민의 힘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가장 상징적인 폐해 중 하나다. 군사독재 시대의 잔재인 언론인 대량 해직과 검열이 부활했다”면서 “정권에 부역하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하며 그 출발점은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을 침해한 책임자들을 해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