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정유라 승마지원 뇌물'과 관련해 핵심 증언을 해줄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이사가 법정에 출석해 진실규명에 힘을 보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12회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 전 전무는 현재 법원·특검 측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 사건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27부 김진동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열린 제11회 공판에서 박 전 전무에게 증인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 김영철 검사는 이에 "일단 (특검 측과) 전화는 되지 않았지만 주소 조회를 했는데 주소는 변경되지 않았다"며 "현재 상태에서는 별도 방법으로 확인해야 하니 계속 추가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등 1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등 1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 전 전무는 검찰 및 특검 수사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정유라 1인 승마 지원' 뇌물 혐의 입증과 관련해 유의미한 진술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전 전무는 특검 조사에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2015년 4~5월 경 자신에게 정유라씨의 임신 사실을 물어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월27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승마지원이 미흡하다'고 질책을 당하기 전의 일이다.

박 전 전무의 말이 사실이라면 삼성전자 측은 77억9735만 원 규모의 승마훈련 지원을 추진하기 전부터 정씨의 존재를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승마훈련 지원 전 정유라를 알지 못했다'는 삼성전자 측 주장이 거짓이 되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이와 관련 "그런(물어 본) 적 없다"고 특검조사에서 밝혔다.

그는 또한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2015년 6월 초 정씨 승마 지원 방안의 청사진 격인 '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계획안을 먼저 요구해, 6월10일 해당 문건을 작성해 삼성 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영국 상무가 박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18일 최순실씨 소유 독일 회사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로 개명)'와의 계약을 위해 계약서 초안을 직접 작성해 코어스포츠로 보내기도 했다. 지원을 요구받는 측이 요구하는 측에 계약서를 먼저 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 측은 '박원오가 먼저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코어스포츠 직원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지난 2일 증인으로 출석해 "박원오에게 확인하면 된다"고 재반박했다.

이 같은 정황은 '대통령의 질책에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삼성 측 주장과 상반된다. 박 전 전무는 삼성전자 측이 먼저 정씨 지원방안 수립을 요구한 상황을 증언했다. 박 사장 및 이영국 상무는 박 전 전무의 진술을 부인하고 있다.

박 전 전무는 2015년 6월부터 12월 최순실씨와 관계가 틀어지기 전까지 최씨의 지시에 따라 독일에서 정씨의 승마 훈련을 관리했다. 그는 박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이영국 상무 등 삼성그룹 측 승마 지원 책임 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한 장본인이다.

박 전 전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도 인연이 있다. 2015년 8~11월 동안 독일에서 함께 생활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지난 2일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전무로부터 "이재용 부회장도 승마선수였다. 나랑도 아는 사이다. 부회장이 되고나서 '이 부회장님'이라고 부르니, (이 부회장이) '선생님 왜 그러세요' 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들었다고 밝혔다.

▲ 사진=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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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전무의 출석은 특검팀에게 중요하다.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뇌물공여 관련 피고인 5인 전원이 진실과 다른 '말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 내 뇌물 공여 지시·보고 체계는 관련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는 한 간접증거로 밖에 입증할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박근혜씨를 비롯해 최순실씨,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박상진 사장 및 황성수 전무 등 관련 피고인 전원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증인 진술, 각종 물적 증거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날 저녁 6시 10분 공판이 종료되기 전까지 박 전 전무와 연락이 닿지 않자 "내일(11일) 박원오 증인이 예정돼 있지만 소환 여부가 불투명 하다"면서 "재판은 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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