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첫 인사는 소통과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이 10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지명하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제일 많이 언급한 단어가 소통이다. 이낙연 후보자와 서훈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도 기자들 앞에서 소통을 강조했다.

새정부 출범 초기 소통을 내세워 반문재인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인사 면면을 들여다보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경우 4선 국회의원이다. 16년 동안 국회에서 소위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바탕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 후보자도 야당 정치인을 "과거 동지"라고 표현하며 "10년 이상 의정활동을 했다. 허물없는 얘기를 하겠다. 정책의 차이도 얘기하다보면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접점은 찾아서 키우고 도저히 의견차이가 있는 것은 뒤로 미루는 지혜를 발휘하면 얼마든지 정책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수사에 가깝지만 야당과 막걸리를 마시겠다고도 약속했다.

호남 출신으로 의정활동이 풍부하고 야당과도 갈등 지점이 크지 않은 인사를 영리하게 등용했다는 평가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대표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박근혜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과 특별히 비교된다. 김 전 실장은 박정희 시절 사람이다. 초원 복집 사건에서 드러났듯 지자체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을 말했던 인물이다. 이에 반해 임종석 비서실장은 학생운동을 하고 기성 정치권에 들어와 정무 감각을 키운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왕실장’으로 불리며 청와대 실세로 군림했던 김 전 실장과 비교하면 임 비서실장은 나이도 어려 권위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 인사와 비교하면 파격에 가까게 보일 수 있다. 박근혜가 소통이 부족한 귄위적인 비서실장을 임명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의 인물을 임명한 것이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첫 인사를 보고 박근혜 정부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식을 마친뒤 국회 본청밖으로 나와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2017.05.10 국회사진취재단  사진=포커스뉴스
▲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식을 마친뒤 국회 본청밖으로 나와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2017.05.10 국회사진취재단 사진=포커스뉴스

가장 파격적인 인사는 서훈 후보자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3차장을 역임했던 서훈 후보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안교안보핵심 브레인으로 평가받는다.

국정원에 몸담으면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참여했던 전력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기대를 걸게 만든다.

서훈 후보자는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남북관계가 대단히 경색돼 있다. 그럼에도 정상회담은 필요하다"면서 "최소한 한반도의 군사적인 긴장을 매우 낮출 수 있다. 가장 우리한테 시급한 안보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조건이 형성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장이라기보다는 통일부 장관이 할 듯한 발언이다. 그만큼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얘기다. 신임 국정원장이 직접 기자들과 대면하며 질문을 받는 모습도 이례적이다.

특히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많은 정부에서 시도를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엔 국정원이 반드시 정치 개입, 선거 개입, 사찰 이런 일들로부터 근절시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지만 제가 평생 국정원에서 29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정말 건강한 국정원들 구성원들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태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서훈 후보자는 "그 열망과 소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반드시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 그런 생각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며 "제도문제는 (국정원에) 들어가서 어떤 것이 가장 빠르게, 효과적으로 정치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는 방법인지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국정원장 후보자가 기자들 앞에서 이 같이 구체적으로 국정원 개혁을 언급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날 대통령 취임식부터 첫 인사 발표 기자회견, 청와대 주민 축하 인사도 작지만 소통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였다는 평가다.

대통령 취임식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대선이 치러진 국가 비상사태라는 점에서 요란하지 않으면서 국회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으로 비췄다.

문 대통령은 첫 인사 발표를 직접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밀봉된 봉투를 뜯어 인수위 인선안을 발표하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주민 축하 인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일일이 주민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경호 인력을 최소화하며 주민 접촉을 넓히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주영훈 신임 경호실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친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목표로 경호실이 거듭나도록 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대통령 경호에서조차 소통을 강조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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