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원내 5당 지도부들을 만나 국회와의 소통을 약속한 뒤 취임선서를 하면서 본격적인 국정운영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정오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취임선서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5부요인, 국회의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선서 이후 대국민 메시지에서 국민통합과 대국민소통을 강조했다. 안보위기에 대해서도 시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동반자”라고 말했다. 또한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앞에서도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앞길을 열어줬고, 마침내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며 자신의 당선을 언급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고른 지지로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달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다”며 “정치는 혼란스러웠지만 국민은 위대했다”고 강조했다. 촛불정국과 이어진 조기대선 국면에서 발생했던 상처와 혼란을 고려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다”며 “준비 되는대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며 “필요하면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한 뒤 “베이징,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된다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며 “사드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대통령으로서의 다짐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돼 이웃과 정을 나누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선거과정에서 했던 약속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면서 “상식대로 해야 이득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국정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고, 이어 국회를 방문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순으로 당 대표실을 찾아 각각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를 향해 공통적으로 “국정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소통하겠다”며 “(각 당의) 공약 가운데 공통적인 부분이 많은 만큼 협력하자”고 말했다. 특히 “남북관계, 안보, 한미동맹 등에 대해 야당과도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하며 협력을 구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20년을 전체로 놓고 성찰하는 자세를 갖겠다”며 “국회도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살리면서도 국민을 위해 할 일은 함께 해 나간다면 상처가 깊은 국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선거가 끝났으니 다시 나라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자세를 가지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로 계실 때보다 우리가 더 강한 야당이 될지도 모른다”며 “국민에 대한 사랑, 소통, 관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의당을 향해 문 대통령은 서는 “정권교체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이나 정권교체 이후 통합하는 면에서는 안철수 후보나 저나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뿌리는 같은 정당이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한 협력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 10일 오전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0일 오전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원내대표는 “정권교체에 방점이 있으니까 국익·외교·안보에서 협력을 하겠다”며 “거론되는 인사를 보니 아주 좋은 분이 있어 신선하다”고 답했다.

바른정당을 향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보수가 나아갈 길을 잘 제시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야당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일단 여당과 소통이 잘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무장관이 국회와 대통령간 소통창구인데 폐지됐다”고 말해 정무장관직 부활을 주문했다.


▲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노회찬 원내대표와 이정미, 추혜선 의원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노회찬 원내대표와 이정미, 추혜선 의원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의당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의당과 함께하는 진보적인 정책을 다 받아들일수는 없지만 가치의 면에서는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선거연대·정책연대 사실을 언급했다.

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촛불의 승리이자 온 국민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국민의 바람은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을 문재인 정부가 정상적인 대한민국으로 원상회복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