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대선의 뒤에 서울대가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둘러싸고 대립을 반복하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과 서울대의 이야기다. 세 차례의 본관 점거농성과 두 차례의 강제진압이 벌어진 폭력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노동절 저녁 9시경.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본관 2층 창문을 망치로 깨고 건물 안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진입시도다. 교수와 직원들이 본관 1층을 둘러싸 입구를 봉쇄하자 사다리를 동원해 2층으로 진입했다. 격렬한 공방전 끝에 학생들은 본관 2층을 점거했다.

이보다 약 6시간 앞선 1일 오후 3시경, 이번엔 반대로 서울대가 학생들을 쳤다. 본관 정문에서 학생들과 직원들이 대치하던 사이 2층에 머물던 직원들이 1층 로비로 내려와 학생 약 14명을 일시에 끌어냈다. 밖에선 건물 안의 상황을 가늠할 수 없었다. 찢어지는 비명소리만 들렸다. 짧은 시간. 문이 열리자 학생들이 사지가 결박돼 끌려 나왔다. 이날만 학생 3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학생들과 대치하던 청원경찰 1명도 갈비뼈를 다쳐 앰뷸런스에 몸을 실었다.

가장 앞선 충돌은 3월 11일에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대학본관을 점거했다. 점거는 153일간 이어졌다. 서울대는 국정농단 피의자 박근혜가 탄핵당한 바로 이튿날인 11일 사다리차를 이용해 ‘행정관 이사’를 하겠다며 본관에 진입해 학생들을 막무가내로 끌어냈다.

사태의 책임은 서울대에 있다. 위기관리능력의 문제다. 3월 11일 학생들을 무참히 진압한 서울대는 재점거가 이뤄지지 않도록 대응했어야 한다. 시흥시장과 총장이 악수하는 사진이라도 내보내 기정사실로 만들거나,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거나. 서울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방치했다. 본관 방비만 강화했다. 분노하고 상처 받은 학생들이 물러설 길을 만들지 않은 서울대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재점거를 유도했다.

대체 시흥캠퍼스가 뭐길래 이럴까. 시흥캠퍼스는 서울대가 2007년 신규 캠퍼스가 필요하다며 추진한 사업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가 제대로된 재정계획도 없고 서울대 학벌을 부동산투기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줄곧 비판했다. 실제 배곧신도시 홍보에 서울대 유치가 포함되면서 분양권은 ‘프리미엄’까지 나붙어 불티나게 팔렸다. 시흥캠퍼스 운영계획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학생점거 과정에서 실버타운과 키즈카페를 조성하고 호텔업을 하겠다는 수익사업의 일부만 드러났다.

또 다른 책임은 언론에 있다. 일련의 폭력사태는 매스컴을 탔다. 단순한 스트레이트로 처리됐다. 다시 말해 외면당한 것이다. 종종 서울대 이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배곧신도시 분양열기가 시들해졌다는 심층해설보도만 끼어들었다. 어느 언론도 서울대를 파지 않았다. 서울대 기사의 태반은 서울대와 학생들이 보내온 보도자료와 기자회견문, 성명서에 의존했다.

이런 보도들이 서울대와 학생 사이에 평행선을 놨다.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갈등과 대학의 사회적 의미를 묻고 분석하는 기사는 없었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언론은 시흥캠퍼스 사태를 ‘귀찮아’했다. 여론형성도, 의제설정도 서울대에선 기능하지 않았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들어 관악을 보라고 했다. 구성원과 대화를 접고 갈등을 관리조차 할 생각이 없는 서울대와 취재하지 않는 언론이 보인다.

▲ 이재 한국대학신문 기자.
▲ 이재 한국대학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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