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100점 맞을 친구가 96점 맞았다. ‘임신한 선생님이 가르쳐서 그렇다’고 말을 하더라. 눈물을 머금으며 학원을 다녔다. 출산 딱 한 달 전 그만 두고 아이를 출산했고 한 달 만에 다시 나갔다.”(정유진씨 발언 중)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선거운동을 도운 정유진씨(43)는 자칭 ‘슈퍼우먼’이다. 슈퍼우먼은 일, 육아, 가사를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워킹맘을 뜻한다. 고등학교 1학년 생 딸과 중학교 2학년 생 아들을 둔 정씨는 출산 때 두어달 휴직한 것을 제외하면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정씨는 평촌의 한 학원에서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강사다. 8일 오후 3시, 평소같으면 학원에서 수업준비를 시작해야 할 정씨는 서울 신촌 유플렉스 정문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심상정 후보의 마지막 선거운동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저는 이 시대의 워킹맘입니다. 워킹맘들을 도와주세요, 후보님”이란 말을 끝으로 지지발언을 마쳤다.
8일 오후 3시, 여성노동자, 워킹맘, 20대 청년 여성, 동성애자 등 여성·성소수자 1046명이 ‘12시간 필리버스킹’ 정의당 유세가 열리는 현장에서 심 후보 지지 선언을 밝혔다. 선언문 낭독 후 심 후보는 이들과 30여 분 간 토크쇼를 진행했다. 정씨는 토크쇼 패널로 참여했다.
“여러분 43세 주부 워킹맘 얘기 좀 들어보시겠어요? 빚만 3천을 지고 결혼했어요. 누나 넷있는 막내아들과. 아이가 생겼어요. 학원에 말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잘릴까봐. 학원은 선생님을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배를 감싸고 학원을 다녔어요. …(중략)… 딱 한 달 전에 그만두고 아이를 출산하고 한 달 만에 (학원을) 나갔어요. 모유를 먹이고 싶었는데 학원에는 모유 먹일 곳이 없어요. 약을 먹고 젖을 끊었어요.”
“둘째 임신을 했을 때 유산을 했어요. 변기에 빨갛게 피가 흐르는데, 원장님께 전화해서 ‘저 좀 병원게 가야 할 것 같다’ 했어요. 지금 이 얘기가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 이야기에요. …(중략)… 그러다 엄마가 병이 들었어요. 제가 늦게 퇴근하니까 저 대신 아이를 봐주던 엄마가 유방암, 자궁암, 갑상선암 이렇게 세 개의 암이 같이 왔어요.”
정씨의 워킹맘 얘기에 유세 현장에 앉아있던 다수 여성이 눈물을 훔쳤다.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정씨 또한 일·육아를 병행한 고충을 얘기하면서 목이 메였다.
정씨는 심 후보의 ‘슈퍼우먼방지법’을 환영했다. “OO마트, 쇠고기 400g 얼마, 이런 문자가 가장 많이 오는데 그때 위로가 된 게 심 후보의 문자였어요. ‘슈퍼우먼 방지법’. 저는 슈퍼우먼이 맞아요. 돈도 벌고 집안 일도 하고, 며느리로, 외동딸로 어깨에 짊어진 게 너무 많습니다.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평범해요. 그런데도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정씨가 유세 현장에 있는 시민들에게 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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