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100점 맞을 친구가 96점 맞았다. ‘임신한 선생님이 가르쳐서 그렇다’고 말을 하더라. 눈물을 머금으며 학원을 다녔다. 출산 딱 한 달 전 그만 두고 아이를 출산했고 한 달 만에 다시 나갔다.”(정유진씨 발언 중)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선거운동을 도운 정유진씨(43)는 자칭 ‘슈퍼우먼’이다. 슈퍼우먼은 일, 육아, 가사를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워킹맘을 뜻한다. 고등학교 1학년 생 딸과 중학교 2학년 생 아들을 둔 정씨는 출산 때 두어달 휴직한 것을 제외하면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정씨는 평촌의 한 학원에서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강사다. 8일 오후 3시, 평소같으면 학원에서 수업준비를 시작해야 할 정씨는 서울 신촌 유플렉스 정문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심상정 후보의 마지막 선거운동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저는 이 시대의 워킹맘입니다. 워킹맘들을 도와주세요, 후보님”이란 말을 끝으로 지지발언을 마쳤다.

▲ 5월8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유세현장에서 '여성이 당당한 나라 토크쇼'가 열렸다. 사진=정의당 제공
▲ 5월8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유세현장에서 '여성이 당당한 나라 토크쇼'가 열렸다. 사진=정의당 제공

8일 오후 3시, 여성노동자, 워킹맘, 20대 청년 여성, 동성애자 등 여성·성소수자 1046명이 ‘12시간 필리버스킹’ 정의당 유세가 열리는 현장에서 심 후보 지지 선언을 밝혔다. 선언문 낭독 후 심 후보는 이들과 30여 분 간 토크쇼를 진행했다. 정씨는 토크쇼 패널로 참여했다.

“여러분 43세 주부 워킹맘 얘기 좀 들어보시겠어요? 빚만 3천을 지고 결혼했어요. 누나 넷있는 막내아들과. 아이가 생겼어요. 학원에 말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잘릴까봐. 학원은 선생님을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배를 감싸고 학원을 다녔어요. …(중략)… 딱 한 달 전에 그만두고 아이를 출산하고 한 달 만에 (학원을) 나갔어요. 모유를 먹이고 싶었는데 학원에는 모유 먹일 곳이 없어요. 약을 먹고 젖을 끊었어요.”

“둘째 임신을 했을 때 유산을 했어요. 변기에 빨갛게 피가 흐르는데, 원장님께 전화해서 ‘저 좀 병원게 가야 할 것 같다’ 했어요. 지금 이 얘기가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 이야기에요. …(중략)… 그러다 엄마가 병이 들었어요. 제가 늦게 퇴근하니까 저 대신 아이를 봐주던 엄마가 유방암, 자궁암, 갑상선암 이렇게 세 개의 암이 같이 왔어요.”

정씨의 워킹맘 얘기에 유세 현장에 앉아있던 다수 여성이 눈물을 훔쳤다.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정씨 또한 일·육아를 병행한 고충을 얘기하면서 목이 메였다.

정씨는 심 후보의 ‘슈퍼우먼방지법’을 환영했다. “OO마트, 쇠고기 400g 얼마, 이런 문자가 가장 많이 오는데 그때 위로가 된 게 심 후보의 문자였어요. ‘슈퍼우먼 방지법’. 저는 슈퍼우먼이 맞아요. 돈도 벌고 집안 일도 하고, 며느리로, 외동딸로 어깨에 짊어진 게 너무 많습니다.저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평범해요. 그런데도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정씨가 유세 현장에 있는 시민들에게 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남긴 말이다.

▲ 여성&middot;성소수자 당사자 등 1046명이 8일 오후<br /></div></div>
                                <figcaption>▲ 여성·성소수자 당사자 등 1046명이 8일 오후<br>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손가영 기자</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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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br><p></p><p>정씨는 토크쇼가 끝난 후 오후 5시20분 시작하는 학원 수업을 위해 평촌으로 출발할 채비를 차렸다. 정씨는 “나보단 좀 더 잘 살라고, 나보다 좀 더 잘 살았으면 해서” 중고교생 아이 두 명을 학원에 보내고 있고 그래서 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p>정씨가 지지하는 ‘슈퍼우먼방지법’은 △출산휴가 90일에서 120일로 확대 △육아휴직 급여 통상임금 40%에서 60%로 인상 △육아휴직 기간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 △‘아빠·엄마 3개월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등이 그 내용이다. </p><p>이날 토크쇼엔 ‘여성주의’ 모임에서 활동하는 김과자씨, 여성노동자 권수정씨, 이공계 내 여성들을 지원하는 ‘걸스로봇’ 대표 이진주씨, 25살 발달장애 아이를 둔 김종옥씨, ‘헬조선’을 입에 달고 살았던 대학생 장재희씨 등 다양한 여성들이 참가해 심 후보에게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p><p></p><div style=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8일 정오부터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시작된 '12시간 필리버스킹'에서 심상정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가정폭력 피해자도 심상정에게 “관심 가져 달라” 호소

현장에서 즉석으로 발언을 신청한 한 익명의 여성 A씨는 심 후보에게 가정폭력 피해여성과 다문화 가정 내 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했다.

A씨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뒷목을 잡아 채 넘어뜨렸고 허락없이 미용실을 갔다며 내 머리를 변기에 처박았다. 나는 가정폭력 생존자”라면서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다녀온 날 아버지는 저에게 다시 한 번 그러면(신고하면) 죽여버린다고 말했고 나는 집을 나와 홀로 생활 중이다. 나만의 개인적 경험일 수 있지만 이건 과반수 여성이 겪는 일로서 정치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심 후보에게 말했다.

심 후보는 “남 앞에서 말하기 어려운 개인 가정 폭력사를 말하는 데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얘기를 했겠느냐”며 “가정폭력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 드린다”고 답했다.

▲ 자신의 가정폭력 피해사례를 얘기하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다문화가정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제도와 관심을 호소한 여성을 심상정 후보가 안아주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자신의 가정폭력 피해사례를 얘기하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다문화가정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제도와 관심을 호소한 여성을 심상정 후보가 안아주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의당은 이날 정오에 시작해 자정에 끝내는 ‘심상정X촛불시민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심 후보는 마지막 선거운동으로 “새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인파가 모이는 곳에서 12시간 동안 후보·캠프 관계자·시민들의 발언으로 진행되는 방식을 택했다.

이 토크쇼가 끝난 후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손아람 작가가 심 후보 지지 발언에 참여했다. 강찬호 가습기피해자가족모임 대표도 유세 현장을 들러 10여 분 간 지지 의사를 밝혔다.

▲ 정의당은 5월8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12시간 동안 ‘심상정X촛불시민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를 진행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정의당은 5월8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12시간 동안 ‘심상정X촛불시민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를 진행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심 후보는 신촌에서 밤 11시까지 필리버스킹 행사를 진행한 뒤 밤 11시부터 선거대책위원 소개, 시도당 위원장 및 중앙유세단 발언으로 선거운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의당은 심 후보의 마지막 감사 인사 유세를 끝으로 9일 0시가 되기 전에 선거운동을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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