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말부터 22차에 걸쳐 이루어진 촛불항쟁에 1천6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조기대선을 열어젖혔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체제의 적폐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 가운데 공공부문 개혁은 중심에 있지 않다.

국정농단의 행동대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은 사회간접자본(SOC), 의료, 국민안전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고용, 예산 등에서 국민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신공공관리(NPM) 기조에 입각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및 경영효율화였다. 이에 공공부문 개혁 기조의 전환을 통한 공공적 민주경제의 구축과 공공부문 대개혁의 청사진 제시가 요구된다. 공공부문 개혁을 주도해왔던 기획재정부에 책임을 묻고, 비대한 관료권력의 해체, 공공기관운영법의 전면개정을 비롯한 대안적인 공공부문 개혁방안이 제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출석한 2016년 12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재벌총수 구속 및 전경련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민주노총 회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모형을 옮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출석한 2016년 12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재벌총수 구속 및 전경련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민주노총 회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모형을 옮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그러나 경제신문들을 비롯한 보수언론에서는 관료들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로 취급 하면서, 공직사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을 크게 오도한 것이다. 실제로 정책과 행정에 무지한 비선실세를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한 것은 바로 경제관료들이었으며 사실상 ‘이명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며 정책 대부분을 결정해 왔다. 국민연금공단의 이재용 삼성그룹 승계 공모,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 지원금 삭감, 재벌 청부 정책인 성과연봉제 강행도입 및 쉬운 해고 강제 등 기획재정부는 박근혜・최순실・재벌이 공공기관을 이용하여 온갖 국정농단을 저지르도록 조장하고 방관했다.

더욱이 한국 정부조직에서 경제부처는 정책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시장지상주의와 친투기자본, 친재벌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모피아(MOFIA)로 불리면서 권력 네트워크를 형성해왔으며, 한국경제 체제를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로 바꾸어왔다. 여기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기획재정부로 통합된 결과 경제부처 권력은 훨씬 더 강화되었고, 그에 따른 폐해도 막대하다.

이를테면 공공기관 운영체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도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면서 공공기관의 민주적 지배구조를 외면하였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에 대해 경제부처로서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효율성 측면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기재부장관 소속으로 되어 있어 공공기관 관리의 독립성 및 책임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청산되어야 할 공공부문의 적폐들

이명박근혜 정부는 낙하산 인사, 코드인사의 투하 등을 통해 발생하는 정책적 비능률성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소홀한 대신 공공기관의 인력감축, 경영효율화에만 관심을 두어 정작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방치했다.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등이 평가지표화 되어 공공기관들은 기관의 주요 사업과 본질적 목표보다는 정부의 당면한 요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수행하도록 강제되었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를 책임지는 공공기관 본연의 공공성을 돈과 바꿔먹으라고 강요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 동안 5명 중 1명꼴로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낙하산 인사가 투하되었다. 촛불정국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변하지 않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보면 전체 4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명(54.5%)이 전직 관료들로 채워졌다.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 정책과 최순실・차은택 라인에 의한 특혜와 비리,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노동개악과 성과퇴출제, 최경환의 채용청탁비리 등에는 모두 낙하산 기관장들이 연루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SOC 부문 공기업과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민영화 맹신에 빠져 있었으며, KTX 분할민영화 계획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국민적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운영권 매각 등을 통해 민영화 계획을 임기 말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또한 실제 내용은 공공부문 민영화이고, 공공기관 기능재편은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의 다른 이름이었다. ‘민간과의 경합 방지’를 위한다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의 명목은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공공기관의 사업을 정리하거나 민간으로 넘긴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수익성이 있는 사업의 민간 매각으로 나타났다.

▲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대한 관료권력을 해체하고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그래서 공공부문 개혁은 비대한 관료권력을 해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공공부문의 적폐들을 일소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정책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역할은 축소되어야 하고, 예산기획 기능과 경제정책 기능은 분리되어야 한다. 경제정책을 사회정책에 종속시키고 시장만능주의의 근본적 해체를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현재 기능 중에서 중장기 경제사회발전방향의 정립 및 경제정책의 총괄・조정에 관한 기능, 예산기능, 공공기관 및 정부혁신 기능은 대통령 직속 예산기획부처를 설치하여 이를 통합 관리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관리・감독 기능은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며, 소속 공무원의 임면,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 독립성을 가지는, 예산기획부처 소속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로 실질적으로 이관한다. 나머지 조세정책 및 제도의 기획・입안 및 총괄・조정을 담당하는 세제실의 기능, 국고, 국유재산, 정부회계, 국가채무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 관리 총괄을 담당하는 국고국의 기능, 재정관리, 민간투자 등을 관할하는 재정관리국의 기능 등은 재정부에서 담당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국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여 정부의 예산편성권과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보장하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이 직접 참여권을 확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민영화 정책에 있어서는 이의 비가역성을 고려, 필요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행해져야 한다. 철도산업은 분리가 아니라 통합, 경쟁이 아니라 유기적 조화가 안전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식하고, 비효율만 양산하고 열차 안전운행의 위험을 철도공사와 국민에게 떠넘긴 고속철도 분할이나 민간에 매각된 인천공항철도(AREX)의 재통합도 철도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하며, 추가적인 민자철도 활성화 방안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도 전력산업의 재통합 등 공적 재편을 도모하고, 민간의 확대가 아니라, 기업 특혜성 민간 발전을 규제하며, 가스산업에 대한 공적 규제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저소비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LNG의 역할을 중단기적 대안으로 강화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공적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민주주의 회복이 관건

필수적인 공공기관은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하되, 현재는 시장영역에 속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서비스로 민영화된 기간산업은 사회적 논의를 토대로 재공영화 등 공공성 강화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명시적인 민영화뿐만 아니라 기관 기능의 민간 개방이나 기업 공개, 정부 지분 매각 등 우회적인 민영화로 볼 수 있는 기능조정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하고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외부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무적 효율성의 잣대로 공공기관을 재단하여 돈벌이평가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지방공기업 경영평가제도도 공공서비스 증진을 전제로 한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운영평가’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공운위를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지는 공공기관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되도록 하기 위해 이를 기획재정부에서 분리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 이해관계자들, 특히 노동계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공공기관 임원 및 구성원의 책임을 제도화함은 물론 공공기관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토록 하여 공공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주체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허용하는 민주적 지배구조가 공공기관에 구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소비자단체, 책임 있는 협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공공이사회를 구성한다는 원칙부터 확립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시민인사청문회 형태의 인사검증 절차를 두어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적합한 인사가 임명되도록 하는 한편 임명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민의 안전과 좋은 일자리를 책임지는 공공부문으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하여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오히려 안전을 위축시키고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규제완화 기조는 재고되어야 하며, 안전을 위한 규제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기업의 돈벌이를 조장하는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공공부문을 좋은 일자리의 창출과 확대의 주체로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 하더라도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향상 및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만큼, 사회서비스, 지식노동, 생명·안전 업무 등 기능 확대가 필요한 영역을 제시하고, 그 영역에 한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기능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영역은 과감하게 축소하여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 

특히 사회서비스는 공공부문이 담당해야 할 주요한 부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서비스의 양적 확충에만 치중한 결과 70여만 일자리가 노동조건이 열악한 저임금 여성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열악한 불안정노동을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는 역할을 공공부문이 담당해야 하며,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산하에 지방공공기관을 설립하여 직영을 도모하고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직고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모범사용자로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앙정부의 보다 구속력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요구된다.

# 연재

1. 총론 :

촛불 시민혁명과 주권자 시민의 탄생, 그리고 민주·평등·공공성의 민주공화국

2. 정치 개혁 :

촛불 광장이 요구하는 정부와 의회의 민주적 개혁

권력기구 분권화 없이 민주주의 회복은 불가능

지방자치 혁신 없이 참 민주주의 실현 없다

민주주의의 기반 언론: 공공성 강화하고 시민의 공론장 참여 확대해야

3. 외교·안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4. 시민교육

신자유주의 지배구조에서 공공적 자치구조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유초중등 교육 패러다임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대학체제

100만 명의 학교 노동자 문제, 이렇게 해결하자

5. 차별철폐와 인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

성(性)소수자 차별 금지를 위한 첫걸음

복지정책을 넘어 인권보장으로

6. 공공적 민주경제

① 광장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재벌체제 개혁과 통제

② 공공부문의 적폐와 개혁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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