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물론이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치적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사적 행사이다.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 의지가 얼마나 뜨거운 지는 지난 4~5일에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이틀 동안 무려 1107만여명이 참가해서 26.06%의 투표율을 기록한 사실은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 파면’을 선고한 이래 59일 동안 누가 새 정부를 이끌 적임자인지를 판별하려고 노력했을 주권자들은 마침내 내일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번 ‘장미 대선’을 이끌어낸 주역은 22차에 걸쳐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연인원 1700만여명의 시민들이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자마자 전 유엔사무총장 반기문과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을 비롯한 수구보수적 인물들이 대선 경선에 참여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다가 유권자들의 지지가 미흡함을 보고 중도에 물러났다. 그 이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 후보로 뽑힌 후보들은 자신이 차기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주장하면서 치열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들은 각기 ‘진보’, ‘중도 진보’, ‘합리적 보수’, ‘극우보수’라고 불린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말한다면, 나는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부활’을 외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촛불시민들이 열망하는 세상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단, 정치적으로 파탄 선고를 받은 박근혜 정권이 아직도 옳다고 확신하는 정치세력과 유권자들이 그런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다).
19대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는 물론이고 이명박 정권 때 터진 ‘4대강 사업’의 폐해와 특권층의 부정 축재, 방산·자원외교 비리 등의 진상을 밝혀내고 과감하게 사법적 처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중국, 일본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를 좌지우지 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자주적이고 균형적인 외교를 통해 민족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밖에도 그의 앞길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희망도 꿈도 잃어버린 젊은 세대 구성원 대다수를 ‘헬조선’에서 밝은 천지로 이끌어내고, 재벌이 지배하는 불공정한 경제체제를 혁신하는 한편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여주는 공교육을 강화하고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와 농민을 사회 발전의 주역으로 높여 세우는 일 등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각오로 투표장에 나갈는지를 밝히겠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광장의 촛불집회에 가서 진정한 민주평화정부 수립을 염원하는 이름 없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던 때와 같은 마음으로 투표장에 나가서 최선이라고 믿는 후보에게 한 표를 줌으로써 시민혁명을 완성한다.’
※ 이 글은 ‘뉴스타파’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