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야물게 생겼네. 때도 덜 묻었다아이가.”
“가는 강한 모습이 없어서 안된다.”
“문재인, 안철수 중에서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유세를 시작한 지 이틀 째인 5일, 안 후보는 부산 시내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4일 대구·경북에서 ‘뚜벅이 유세’를 마친 안 후보는 5일 오전 9시 20분 경 부산광역시 부전동에 있는 재래시장 ‘부전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5월5일 오전부산광역시 부전동에 있는 부전시장을 방문했다. 사진=손가영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5월5일 오전부산광역시 부전동에 있는 부전시장을 방문했다. 사진=손가영기자

안 후보는 정장 상의가 아닌 녹색 바람막이에 검은색 배낭을 착용한 소박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난 4일과 마찬가지로 신발도 검은색 운동화였다. 어깨띠를 착용하거나 선거유세차량, 선거운동원 등을 대동하지 않았다.

안 후보는 대신 ‘실시간 영상’을 유튜브에 송출할 촬영카메라를 준비했다. 안 후보는 ‘국민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가 민심을 직접 청취하겠다’는 취지로 유세차량 없이 시민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니는 도보유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50~60대 중장년층이 대다수인 부전시장 상인들은 안 후보를 환대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선지 5분 여가 지났음에도 시장 상인, 시민들이 사진 촬영과 악수 인사를 일일이 청해와 안 후보는 5미터도 채 나아가지 못했다. 안 후보를 먼저 찾아간 상인들은 ‘잘 해보소’ ‘TV보다 더 야물게 생겼네’ ‘화이팅 하이소’ '철수야 힘내라‘ 등의 인사말을 건넸다.

안 후보는 35분 동안 건어물·과일·생선 등이 즐비한 상가 골목을 지나다니며 ‘서민 경제’를 가장 강조했다. 그는 매 상가를 방문하면서 “장사 잘 되십니까” “서민경제 제가 살리겠습니다”라고 말을 걸었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재래시장 활성화해달라”고 소리치자 안 후보는 “제일 먼저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떡집에서 2000원 어치 약밥을 샀고, 건어물가게에서는 만 원 어치 땅콩·아몬드를 샀다. 구매한 음식은 어깨에 멘 배낭에 넣었다. 군밤을 팔던 상인은 군밤 두 바구니를 종이봉투에 담아 안 후보에게 선물로 건넸다. ‘왜 주셨냐’는 기자의 말에 군밤 상인은 “똑똑하고 깨끗할 것 같다”며 “안철수 찍을라고”라 답했다.

“그래도 홍준표” “될 사람 문재인” 복잡다난한 부산 민심

안 후보가 오전 9시 55분경 시장 유세를 마치고 UN추모공원으로 출발한 뒤, 그가 훑고 간 골목으로 돌아가 상인들에게 속내를 물어봤다. 5분 여 전의 환대 분위기와 다르게 상인들 속내는 복잡했다.

▲ 5월5일 부산 부전시장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시민들과 셀프카메라를 찍고 있다. 사진=손가영기자
▲ 5월5일 부산 부전시장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손가영기자

인터뷰에 응한 상인 10명은 안 후보에 대해 모두 ‘때묻지 않아서 좋다’고 평가했다. 장사만 35년 했다는 한 75세 가게주는 “정직하고 때묻지 않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해먹었긴 마찬가지다. 민주당도 케케묵었다”고 말했다.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한 30대 남성은 “둘 중에 고민이다. 문재인을 찍을 지 안철수를 찍을 지 결정을 아직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는 때가 덜 탔지만 결단력이 떨어진다”면서 “문재인은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너무 굳은 것 같고 싫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 악수를 했던 한 50대 여성은 “(누굴 찍을지) 아직 모르겠다”면서 “안철수는 강한 모습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아침 ‘될 사람을 뽑자’는 마음에 문재인을 뽑고 온 상인도 있었다. 커피가게를 운영하는 한 50대 상인은 “이쪽 사람들 다 새누리당 찍어 온 사람들인데, 잘못한 사람들은 싹 다 밀어내야지. 그쪽은 절대 안찍는다”면서 “투표장까지 가서도 고민을 했지만 ‘될 사람 뽑자’는 생각에 문재인 찍고 왔다. 그래도 그 사람 북한정책은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찍으라고 하는 옆 가게 사람들이 ‘차라리 문재인말고 안철수를 찍어라’고 많이들 말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상회를 운영하는 유아무개씨(61)는 “그래도 새누리당”이라며 홍준표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여기는 당 보고도 많이 뽑는다”면서 “문재인·안철수는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싫어서 안 뽑을란다. 민주당 그 세력들이 국민의당 만들었는데, 안철수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文 지지율 30%대로 하락 추세… 국민 60% 이상이 지지 안하는 것”

안철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4·13총선 때 민심과 비교하면 어떻느냐’는 질문에 대해 안 후보는 “작년 총선 때 기득권 양당체제 더이상 놔두면 국가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민심이) 3당 체제를 만들어 줬다”면서 “(문재인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40%를 못넘고, 오히려 30%대로 하락 추세다. 국민 60% 이상이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 아니냐.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60% 국민은 당선되는 첫날부터 팔짱끼고 바라보고 있다가 조그만 실수라도 나오면 그때부터 광화문광장이 뒤집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안 후보는 ‘샤이 안철수(겉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숨은 표)가 15% 정도라는데 느껴졌느냐’는 질문에 “조사에 직접 응대하는 사람을 최대로 추정하면 인구 중 300만명 정도라 한다. 4800만명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전화를 아예 평생 한번도 받은 적 없는 분들이 많다”면서 “그러니 저는 (여론조사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12시 점심식사를 하기 전까지 걸은 걸음 수는 4572보였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오전에 부전시장, UN추모공원, 해운대 등에서 도보 유세를 종료한 뒤 오후에 사직야구장, 남포동 BIFF거리 및 국제시장 등에서 도보유세를 이어나갔다. 안 후보는 오후 5시 부산시민공원 도보 유세를 끝으로 밤 10시 전라남도 광주시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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