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화력을 퍼붓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12명이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을 한 후 역풍이 거세게 불고 개혁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등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홍 후보를 '가짜 보수'로 규정해 판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바른정당이 5일 내놓은 논평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바른정당은 홍 후보가 종편을 자신이 만들어 키웠고 집권시 2개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언에 대해 "홍 후보의 발언은 언론자유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유승민 후보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모든 헌정질서 위에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기분에 따른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홍 후보는 법과 원칙을 지키려 하는 보수의 가치는 잊은 채 자신이 가진 권력만을 지키려하는 수구의 길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상욱 단장은 "법률가 출신임에도 헌법의 기본가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홍 후보에게 이를 설명하기에도 이젠 입이 아프다"고 밝혔다.

지 단장은 송지나 '모래시계' 작가가 홍 검사가 '모래시계' 검사로 홍보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면서 "오죽했으면 '모래시계' 작가가 모래시계 모델이 홍 후보만이 아니었다고 말했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사, 국회의원, 도지사 등으로 홍 후보가 그동안 누린 권력과 지위, 원내대표시절 알뜰히 빼돌린 특수활동비를 비롯한 월급은 모두 국민이 준 세금이었다. 홍 후보를 키운 건 국민이다. 5월 9일 국민들은 '까짓것 내가 키운 사람인데 홍준표 하나 없애는 게 일이겠느냐'고 투표로 말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경북선대위 부위원장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을 사전투표에 동원하고 홍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바른정당은 홍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승민 후보 조영희 대변인은 "(홍 후보측은) 지적장애인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사전투표를 하기 직전 센터 이용자들을 홍 후보의 유세현장에 합류시켰을 뿐만 아니라, '2번을 찍으라'는 '교육'까지 한 의혹도 제기됐다"면서 "편의 제공으로도 모자라 이용자들에게 점심 식사까지 대접했는데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리 표에 눈이 어두워도 그렇지 어찌 이러는가"라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이제는 자유한국당의 썩은 구태 정치를 비판하는 것조차 국민들에게 민망할 지경"이라며 "바른정당은 썩은 보수를 맨몸으로라도 막아서고자 허허벌판으로 나와 창당을 감행했지만 다시 창궐하는 썩은 보수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깔고 뭉개며 역주행하는 이 열차를 막아서고 심판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국민들에게만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개혁 보수 지지층에 소신 투표를 유도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후보도 5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보수유권자들이 조금만 더 오래 생각하시면 절대 홍준표를 안 찍을 거라 생각한다"며 "재판 받아서 실형이 나오면 대통령 그만두어야 할 사람이고, 강간미수공범이고, 계속 여성비하 발언을 하고 있고, 저는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저는 보수층이 홍준표 후보를 찍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또한 "자유한국당은 반드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개혁보수로 결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 측은 3~4%에 머물렀던 지지율이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6%까지 오르면서 고무돼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15명을 상대로 지지도를 물은 결과 유승민 후보는 6%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 4월 넷째주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2%p 오른 것이다.

유 후보는 당선권에서 멀어져 있지만 개혁보수정당 후보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득표율을 얻게 되면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는 보수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선결과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세를 불릴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지지층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 지난 2일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6차 19대 대통령후보 TV토론회를 준비중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일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6차 19대 대통령후보 TV토론회를 준비중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유 후보가 마지막 TV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며 개혁보수의 길을 지켜달라고 호소한 것이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 밤 9시까지 후원금이 30배 늘었고 온라인 가입당원은 200배 급증했다. 유승민 캠프는 지난 3일 대학가 유세 현장에서 보여준 열띤 지지 목소리에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유 후보의 현실적인 득표율은 10%을 넘어서는 것이다. 10~15%를 득표하면 선거 비용 50%를 보전받는다. 막대한 선거비용 보전 대책이 없다는 것도 유 후보의 사퇴 요구 배경 중 하나였는데 선거 막판 지지율이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선거운동에 힘을 받고 있다. 

당초 13명이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가 황영철 의원이 지지 선언을 철회한 뒤 탈당 도미노 사태가 멈추고 20석의 교섭단체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기사회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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