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시종일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좌파세력 종북세력을 제거하고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변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기춘 전 실장의 경우 영화 '변호인' '천안함 프로젝트'를 좌파 영화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 혐의(직권남용)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조윤선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또한 본인이 청와대 업무 당시 작성한 업무수첩이 특검팀 검사에 의해 이날 법정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박준우 전 수석은 지난 2013년 8월9일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이하 약칭 ‘실수비’)에서 ‘집단행동 대처, 체제수호에 대한 신념 확립, 헌법체제에 대한 도전 용납 안돼’로 말한 것으로 기재된 자신의 업무수첩을 제시하자 “기록(에 있는 글)이 제 글씨는 맞다”고 답했다. 수첩에 쓰인 언급이 김기춘 실장의 지시내용이냐는 검찰 신문에 “실수비이니, 실장 말씀 메모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또한 2013년 8월21일자 수첩에 ‘실장, 문화계 15년 종북세력 장악, 재벌들도 줄서, CJ 현대백화점 문화강좌, 정권초 사정 서둘러야, 비정상의 정상화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기재된 것에 대해서도 박 전 수석은 “제 필적이 맞습니다”라며 김기춘의 지시사항이라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2013년 8월30일자 수첩에 ‘실수비, 보수진영 강화, 종교단체 대기업 현재는 좌파가 주도’라고 쓰여있는 것에 대해서도 박 전 수석은 “제가 쓴 필적이 맞다”고 말했다. 또한 ‘대선기여 인사관리 신동철 오도성, 최홍재 보수우파 연합’으로 기재한 것에 대해 박 전 수석은 “내가 기재한 것으로 돼 있는데, 정확하게 무슨 내용인지 기억에 없다”며 “제가 비서관들과의 회의 때 기재한 것 같다”고 답했다. 증인이 ‘신동철 (비서관) 오도성이 대선기여 인사를 관리하라는 것’을 비서관들에게 지시한 것이냐는 특검 신문에 박 전 수석은 “아마 그런 뭔가 지침을 받아서 쓰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고, ‘대선 기여인사 관리 지침은 누구로부터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수석회의 때 실장으로부터 받은 것 같다”고 답했다.

▲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2013년 천안함 의문을 제기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에서 상영하기로 하자 김기춘 실장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2013년 9월9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실수비)에 대해 박 전 수석이 기재한 내용이다.

“‘천안함영화 메가박스 상영문제’, 종북세력 지원 의도, 제작자 펀드 제공자 용서 안돼, 독립극단 개구리 상영 용서안돼, 이석기 사건이 스타트 포문 연 것, 각 분야에 종북 세력 친북 척결 나서야, 비정상 정상화, 국사교과서 제대로 못만들어 풍전등화.”

김기춘 실장이 방송사에 대한 지침도 내린 정황도 언급됐다. 박 전 수석의 수첩 2013년 9월26일자엔 실수비에서 ‘방송계에 대한 조치 + 인적쇄신, YTN 문재인 당선후보, 조용히 단호하게 정리해나가야’라고 기록돼 있는데 이를 묻자 박 전 수석은 “예 그렇게 기록이 돼 있다”고 답했다.

‘방송계에 대한 조치와 YTN은 어떤 내용이냐’는 신문에 박 전 수석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측 검사가 “언론 검색을 해보니 18대 대선 당시 YTN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서 ‘문재인 후보가 49.7~53.5%, 박근혜 후보 46.1~49% 득표를 얻을 것이라며 문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예측조사결과 방송을 했다가 다음날 사과방송을 했는데 이를 말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박 전 수석은 “글쎄 아마 그런 것으로 추정됐는데, 제 소관업무는 아니라 받아적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김 전 실장은 좌파세력, 종북세력에 맞서 일전 불사, 쓸어내야 등 거친 표현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해 9월11일 실수비 수첩 기재사항에는 김기춘 실장이 “대통령 대신에 각 부처 통할 비서가 악영향 해야, 적당 타협 안돼, 각 부처 모두 나서야, 국정원만 안돼, 일전불사의 각오로, 경제안된다, 종북좌파 쓸어내야 모든 분야 침투, 대기업 투자 노조 때문에 해외로, 노사정 타협으로 안돼”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박 전 수석은 “그렇게 기재돼 있다”고 시인했다.

▲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김기춘(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포커스뉴스
▲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김기춘(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포커스뉴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이 “종북좌파가 모든 분야에 침투해 있는데, 대기업들도 노조 등살에 국내 투자 꺼리고 해외투자하고 있다고 하면서 종북세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느냐는 특검 신문에 박 전 수석은 “예 그렇게 기록돼 있다”고 답했다. 특히 “비서가 악역을 해야 하고 적당한 타협은 안되고, 각 부처가 일전불사 나서야 한다”는 취지이냐는 특검신문에 박 전 수석은 “수석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된다는 취지로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CJ와 롯데 등이 문화융성 국정지표에 투자를 꺼린다는 것을 질책하는 정황이 적힌 내용도 공개됐다. 박 전 수석의 수첩 2013년 9월30일자엔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좌편향 문화 예술계 문제, 국정지표 문화융성, 롯데 CJ 투자자’라고 기재돼 있다. 작성한 사실여부에 대해 박 전 수석은 “예 그렇다”고 시인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이 당시 ‘좌편향 문화예술계 문제를 언급하면서 문화융성이 국정지표인데 롯데 씨제이가 협조 안한다면서 롯데나 씨제이 등에 투자자들이 좌편향 성향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박 전 대통령이 말한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기록은 롯데 CJ 등 투자자까지만 돼 있는데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 조사를 받았을 때 박 전 수석은 이 같은 취지로 언급했다. 박 전 수석은 “이 기록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시에 제가 그렇게 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기춘 실장은 또 좌파척결도 역설한 것으로 언급돼 있다. 2013년 10월2일자 박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당시 실수비에서는 ‘교과서 이념 대결 문제 간단치 않다, 역사는 국민의 혼, 역사왜곡은 혼을 오염시키는 것, 전교조 역사 경시 안돼, 좌파 정권 탄생 문화계, 범노동계 내 좌파세력 이론 제공, 전쟁에 임하는 자세 하지 않으면 박 정권 5년내 척결곤란, 인재 풀 유지, 지역별 분야별 국정철학 공유 인사, 검증된 자료 축적, 전담부서 설치’라고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 당시 김기춘 실장이 실수비에서 “교과서는 이념대결의 문제인데 교과서를 바로잡는데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 5년 내 좌파 척결할 수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각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좌편향 세력들을 강력히 제거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냐고 특검이 묻자 박 전 수석은 “예 기록으로 보면 그렇게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이 같은 김기춘 실장의 좌파척결 언급이 시종일관 계속됐는지에 대해 박 전 수석은 “(제가) 10개월 남짓 (정무수석으로) 근무하는 동안 김 실장이 각종 회의에서 국정기조로서 늘 강조된 부분이 결국 ‘나라가 너무 편향돼 있으니 이를 바로잡자,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그런 기조가 늘 유지됐다고 기억난다”고 증언했다.

2013년 11월18일자 실수비에서는 ‘국편(국사편찬위원회) 등 실무진 좌파 포진, 인사 통해 쇄신 필요, 각 대학 국사학과도 좌편향, 사학과도 통폐합 방안’이라고 기재돼있다. 이와 관련해 김기춘 실장이 당시 “국편위원장을 바꿨는데도 그 안의 좌파들이 많아서 위원장만 바꿔서는 안된다”라고 말한 것이냐는 특검 신문에 박 전 수석은 “내용을 봐서는 그런 취지로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교육계 원로들이 영화 '변호인'과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는 말을 김기춘 실장이 전달했다는 것으로 보이는 기록도 있다. 박 전 수석의 2013년 12월18일자 수첩을 보면, 당시 실수비에서 ‘반국가적 반체제적 단체, 영역없는 대책, 한편으로는 지원, 다른 한편에서는 제재, 변호인 천안함 어제 울분, 10번 토해. 하나하나 잡아나가자, 아직 레일도 다 못깔았다, 부처 실무진, 모두 함께 고민 분발’이라고 기록돼 있다.

특히 수첩에 기재된 2013년 12월18일은 영화 ‘변호인’의 개봉일인데, 김기춘 비서실장은 개봉도 되지 않은 시각인 오전 8시30분에에 좌파라고 언급한 것이냐는 특검 신문에 박 전 수석은 “이와 관련해서는 개봉전에 언론에 (변호인 관련)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12월19일자에 한 얘기도 들어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좌파가 쥐고 있는 문화계 권력 되찾아야, 우파가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지만 MB 정권은 좌파 척결에 있어서 한 일이 없다, 나라가 비정상이다’라면서 개탄했고, 우파 관련 연예계 단체들이 연예계에서 출연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검이 이 얘기를 들은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김기춘 실장이 좌파 단체에 치중된 정부지원 내역을 전수조사해 지원하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지시한 기록도 나타났다.

2013년 12월20일 실수비에서, 김기춘은 ‘전 공직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해야 합니다, 반국가 성향 단체들이 종북세력 지원하고 있습니다, 좌파들의 온상이 되어 종북세력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향 단체들에게 현 정부가 지원한 실태를 전수조사하시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다. 특검이 ‘좌파 성향 단체들에게 지원한 상황을 전수조사하고, 좌파 단체에 지원하지 않도록 전수조사하라는 것이냐’는 질문하자 박 전 수석은 “상황 모르니 실태 조사해보고 대책을 강구해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 영화 변호인의 스틸컷
▲ 영화 변호인의 스틸컷
▲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좌파 척결을 내각에도 공유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업무 지시도 나와 있다. 수첩에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도처에 답답한 현실, 치열한 투쟁해야, 내각에 생각 공유하도록, 안되면 교체, 대통령이 원하는 나라 만들어야, 일선의 과장까지도 철학공유’라 기재했느냐는 검찰 신문에 박 전 수석은 “예 맞다”고 답했다. 특검이 “(피고 김기춘이) 좌파 척결에 대해서도 내각에도 생각 공유시키고, 일선 과장까지도 철학공유 필수이며, 대통령 원하는 나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2014년 초 수첩을 보면 본격적인 부처별 좌파 지원 내역 전수 조사 지시가 나타난다. 박 전 수석은 2014년 1월3일자 실수비에서 ‘문체 교육 복지 안행부 산하 NGO 지원 전수조사, 실사 필요, 중간보조’라고 기재한 사실을 시인했다. 

2014년 1월4일 박 전 수석이 기재한 실수비 회의내용을 보면, ‘나라 바로 세우기, 국가개조 방안인지, 좌파 위에 떠있는 섬, 15년 뿌리깊다, 전투모드, 불퇴전의 각오를 갖고 투지를 갖고 싸워나가야, VIP 혼자 뛰고 내각 지시 잘 안먹혀, 각부처 좌파 지원 전수조사’라고 나온다.

특검은 당시 김 전 실장이 ‘지금 형국은 우파가 좌파 위에 떠있는 섬과 같다, 좌파정권 10년과 MB정권 5년까지 총 15년 동안 내려진 좌파정권의 뿌리가 깊다. 지금은 대통령 혼자 뛰고 있는데, 내각은 비정상의 정상화 지시가 잘 안먹힌다, 좌파 척결의 의지 다지자는 말을 하면서 각 수석실 좌파 지원 실태를 전수조사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냐고 물었다. 박 전 수석은 “기록을 보면 그런 취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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