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딸 유담씨가 4일 유세 중에 성추행을 당했다.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던 중 한 남성이 유담씨 어깨에 팔을 올리고 카메라를 향해서 혀를 내민 것. 물리적으로 원치 않은 신체적 접촉을 가했고 성적인 의미도 포함돼 있었기에 성추행은 명백해 보인다. 

유승민 후보측은 5일 유담씨의 유세지원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딸 유담 양을 성추행하는 이 버러지보다 못한 인간 수배합니다”라며 “쌍욕이 나오려고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5일 오전 성추행범은 검거됐다.

2016년 총선부터 사건 직전까지 ‘유담’ 기사는 1400건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는 유승민 후보측과 언론의 책임도 있다. 먼저 언론 책임론. 상당수 언론은 4.13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부터 유담씨의 외모로 ‘장사를 했다.’ 2016년 3월1일부터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5월3일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유담’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무려 1410건에 이른다.  

유승민씨의 아들 유동훈씨도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유승민 유동훈’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40여건에 그친다. 언론이 확실히 유담씨를 ‘어리고 예쁜 여성’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은 아래와 같다. 

‘수지 닮은 꼴’ 유승민 딸, 청초한 외모 눈길(서울경제)  
“장인 어른”···유승민 딸 등장에 네티즌 반응 폭발(중앙일보)
유승민 후보, 바른정당 탈당사태에서 딸 유담에 위로받나(헤럴드경제)
유승민 후보 딸 유담, 깜찍한 걸그룹 안무 공개(조선일보)

▲ 유승민(왼쪽)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 딸 유담씨  사진=이치열 기자
▲ 유승민(왼쪽)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 딸 유담씨 사진=이치열 기자

유승민 후보 측, 전략에 문제 있었다 

유승민 후보는 ‘국민 장인어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유 후보 측은 유담씨가 소비되는 방식을 모르지 않았고 모를 수도 없었다. 대선기간 언론은 유 후보에게 수차례 유담씨에 대해 물었다. 유 후보는 “저 아들도 있다”는 식으로 대처했지만 어딘가 부족하고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담씨가 소비되는 방식을 알았더라면 유 후보측은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 그랬다면 최소한 유담씨가 대중들과 사진을 찍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유 후보측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그것이야말로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유 후보 측은 이 같은 행사를 벌였다. 유담씨를 2030 남성 유권자들을 겨냥하기 위한 ‘존재’로 활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선거운동원 한 명이 절실한 상황에서 가족을 동원하는 것까지 비판할 순 없지만 그 '수위'를 지키지 못했을 때는 비판 받아야 한다. 

▲ 유담씨가 성추행 당하는 현장 사진을 기사에 그대로 개재한 언론. 사진=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갈무리
▲ 유담씨가 성추행 당하는 현장 사진을 기사에 그대로 개재한 언론. 사진=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갈무리
유담은 ‘우리 국민딸’ 이 아니다 

성추행 범은 검거됐다. 그럼에도 언론과 온라인에서 유담씨에 대한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 바른정당이 성추행 당시 사진을 기사에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동아일보, 중앙일보, 전자신문, 아시아경제 등은 해당 사진을 게재했다. 

댓글 반응도 문제다. 유담씨를 응원하고 성추행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 다수지만, 일부 네티즌은 “내 미래의 와이프에게 뭐하는 짓이냐” “장인어른, 가만히 두지 마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태경 의원조차 ‘우리 국민딸 유담양’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유담씨는 ‘국민의딸’ 이 아니다. 유담씨는 그 개인으로 존재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유승민 후보의 ‘따뜻한 공동체’는 개개인이 존중받는 공동체일 것이라 믿는다. 나아가 유담씨 뿐 아니라 많은 여성 선거운동원이 수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같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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