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작현장에서 6일 동안 누워서 잠든 시간이 6시간이었던 적이 있다."(현장 3년 이상)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라는 이유로 성희롱도 감당했어야 했다."(현장 3년 이상)
"24시간 일하고 일급 8~10만원 번다. 시급으로 따지면 대체 얼마인가."(현장 1년 이상)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가 드라마 현장 종사자들의 노동실태를 알리기 위해 운영한 제보센터에 들어온 제보들 중 일부다. 대책위원회가 4월18일부터 24일까지의 제보 106건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드라마 현장 노동자들의 제작기간 중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9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보를 통해 드러난 드라마 현장에서는 과도한 노동시간 뿐 아니라 △언어 폭력 △성희롱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는 임금체계 △표준근로계약 부재 등의 문제들도 드러났다.
"숙소는 제발 모텔이라도 잡아주면 좋겠다. 수도권에 있는 찜질방 그만 가고 싶다."(현장 10년 이상)
"하루도 쉴 수 없는 스케쥴. 한 시간도 편히 눈 붙이지 못하는 나날들. 카톡이나 메시지를 숨쉬 듯 확인해야 하는 일상."(현장 1년 이상)
"잠을 재우지 않고 계속 촬영을 진행하는 과정은 폭력이다. 방송 분량을 핑계로 한 시간 동안 씻고 나오게 해주는 그 시간조차 고마워할 지경이다."(현장 10년 이상)
대책위원회 측은 "제보자의 대부분이 수면장소나 수면 시간을 언급한 것을 고려할 때 촬영현장은 철야노동, 계속 노동 등의 장시간 노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적절한 휴식 시간 및 장소가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현장에서 언어폭력이나 성희롱을 겪었다는 제보도 다수였다.
"회의할 때 공공연하게 성희롱 발언들이 오고간다. 출연진을 성적 대상화하여 표현하거나,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은 작가들을 성적 비하하는 경우도 부지기수."(현장 3년 이상)
"여자 스텝이나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어린 친구들을 향한 성희롱이 엄청나다."(현장 5년 이상)
임금에 대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고, 체계가 없으니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다보면 반복되는 임금체불과 지연."(현장 1년 이상)
"시간 외 수당이 급선무이다. 다른 영역처럼 법으로 만들어서 실행하면 좋겠다."(현장 10년 이상)
"방송사와 제작사와의 제작비 조율과 총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출연료도 정도의 제한을 두어야 한다. 탑배우들이 회당 1억을 가져간다. 스텝들은 몇 년을 밤새도록 일해도 못 갚는 1억을."(현장 5년 이상)
"정해진 근무시간과 적절한 임금이 필요하다. 10년차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도 시간당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현장 5년 이상)
"노조가 필요하다.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현장 5년 이상)
"영화계처럼 노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루 12시간 노동 보장, 휴게시간, 야간근로 수당 등이 지켜져야 한다."(현장 5년 이상)
"12시간 이상 촬영은 금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필요하다. 아니면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현장 10년 이상)
"시니어들을 위한 인권교육이 필요하고, 야간 작업시간을 제한하고, 정규 시간 외 근무시 임금을 대폭 상승해야 한다."(현장 3년 이상)
대책위원회는 "제보센터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드라마와 방송 제작환경의 구조적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