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7개 성소수자인권단체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레인보우 유권자(Rainbow Vote)가 각 정당에 질의서를 보내면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위한 11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촛불 혁명을 거쳐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린 지금, 군이 동성애자를 색출하기 위해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는 등, 성소수자 인권에는 그 어떤 변화도 감지되지 않는다. 

이 시점에 1년전의 11대 과제를 다시 상기해 보는 것은 계층과 세대를 뛰어넘은 광장의 뜨거웠던 연대의 경험에도 성소수자의 인권은 왜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성소수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새로 들어설 정권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반성하고 또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권 보장은 법과 제도의 정비에서 출발

첫 번째 과제로 제시되었던 것은 성소수자인권기본계획 수립이다. 현재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지만 성소수자 인권 부분은 거의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작성한 제2차 기본계획을 보면 인권정책을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사회적약자·소수자 인권의 세 부분으로 구분하였다. 사회적약자·소수자 인권 부분은 여성,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범죄피해자, 외국인 이주민, 재외동포, 난민, 병력자와 성적소수자, 북한이탈주민, 북한인권으로 구분하였는데, 이것은 성적소수자를 병력자와 묶어서 분류하여 자칫 성소수자도 일종의 병력자인 것처럼 분류하였다. 2차 기본계획에서는 강간죄에서의 강간 피해 대상을 ‘여성’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문제, 한센인 정착농원 지원, HIV 감염자 인권 문제를 제시하였을 뿐 성소수자에 관한 사항은 부각되지 못하였다. 같은 소수자에 속하는 외국인 이주민에 대해서 ‘외국인정책기본계획(제2차는 2013-2017년)’이 수립되듯이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기본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 2016년 6월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2016년 6월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다음으로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제시되었다. 동성애자 차별 금지는 형사 처벌 철폐 후에는 교육·고용·재화와 서비스 제공 등에서의 차별 철폐의 순서로 발전하였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성소수자 차별을 철폐한 국가가 3분의 1에 달한다.

한국은 2002년에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성적 지향’을 포함시켜 동성애 차별 금지의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2007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여 법무부가 법률안을 제정하려고 할 때에는 보수적인 기독교계와 재계 등의 반대에 부닥쳤다. 

그 결과 법무부는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경력, 성적지향, 학력, 병력’을 삭제한 채 국회에 제출하였지만 이 법률안조차 국회에서 심의되지 못하고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후 정부는 더 이상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지 않았으며, 2012년에 야당 의원에 의해서 차별금지법이 제안되었으나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인해서 자진 철회하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성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하였지만 전반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육군에서 벌어진 소위 ‘동성애자 색출’ 사태에서 잘 드러나듯 ‘군인 및 준군인’에 대해서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 2 조항은 즉각 삭제되어야만 한다. 동성애자 차별 금지에서 최초의 움직임은 동성애자에 대한 형사처벌 금지였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국가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군형법 92조의 2에서 동성애자 처벌 조항이 남아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군인 및 준군인’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2008년부터 이 조항의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19대 국회에서 폐지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 조항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위헌심판에서 모두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위헌 의견은 2002년에는 2명, 2011년에는 3명(한정합헌 의견 1명)에서 2016년 7월에는 4명으로 증가하였다. 현재 군형법 92조의 2 위반은 대부분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 등으로 사실상 실질적인 처벌은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조항의 존재 자체가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는 유일한 조항이라는 점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다.


다음으로 동성결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관계법’ 제정이 제시되었다. 2015년 3월 현재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룩셈부르크, 영국,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프랑스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였다. 유엔에서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규범들을 제정해 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도 최근에는 성소수자 문제에 전향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에 김조광수, 김승환이 공개 결혼식을 거행하고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여 동성혼 합법화 문제를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었지만, 혼인신고서는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2014년에는 최초로 동성혼 소송이 제기되어 서부지방법원에서 소송심문기일이 열렸다. 또한 생활동반자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법은 현재의 가족 구성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동성혼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족구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가족상황차별’과 관련되어서 논의되고 있다.

법제도 정비와 관련한 마지막 제언은 ‘성전환자성별정정특례법’ 제정이다. 성적 지향에 해당되는 동성애와 비교하여 성별 정체성에 해당되는 성전환자에 대해서는 많은 인권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미 2002년과 2006년에 ‘트랜스젠더 성별변경을 위한 특별법안’이 의원입법으로 제안되었으며, 2006년에 대법원이 최초로 성전환자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대법원이 제정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 신청사건 등에 대한 사무처리 지침(이하 사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성별정정허가요건으로 외부성기 성형수술, 생식능력 제거, 연령제한(만 20세 이상),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혼인 중이 아닐 것, 부모의 동의서 제출 등이 있었지만, 2013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대법원의 결정 및 현행 사무처리지침을 해석함에 있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성별정정허가를 허가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2015년 11월 국제연합 시민적·정치적 인권규약위원회가 한국 정보에 보낸 권고안에는 대법원의 성별정정허가요건이 지나치게 제한적임을 지적하였다. 2015년에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에게 병무청이 부과한 현역병 입영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법원이 수술 않은 트랜스젠더 입영대상자 판정을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인권 교육과 기본적인 자유 보장도 함께

법제도의 정비 및 개정과 더불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존중하는 초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실시와 혐오폭력 방지 대책의 마련도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해 제시되었던 사항이다. 경기도, 광주시, 서울시, 전북도가 ‘학생인권조례’를, 서울시가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를 각각 제정하여 성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규정을 두었지만, 제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2-2016년)에서는 청소년 성 소수자 정책이 오히려 후퇴하였다.

제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는 성소수자 관련 교육과정 및 교육교재 내용의 수정 보완으로서, 2007년부터 시행되는 교육과정 및 교육과제에서 특정 성적 지향에 대한 혐오 또는 편견과 관련된 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삭제 또는 수정하도록 한 것을 제2차 기본계획에서는 삭제하였고, 2015년에 교육부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개정하여 트랜스젠더 성 주체성 장애를 불건강한 것으로 표현하고, 동성애 지도는 합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다양한 성적 지향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거나 삭제하였다. 

2014년 2월 부산고등법원은 동성애혐오성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청소년성소수자 자살 사건에 대해서 학교에 대해서 보호감독 의무 위반 책임 부담은 인정하였지만 자살의 결과에 대한 위반 책임 부담은 인정하지 않았다.

▲ 2016년 6월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2016년 6월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또한 성소수자의 표현·집회·결사의 자유는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의 순서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먼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2001년에 동성애 사이트인 엑스존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결정한 데 대해서 성소수자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여, 2003년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기준으로 동성애를 포함한 것을 잘못이라는 진정을 수리하여, 해당 문구 삭제를 권고하였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이후 법원에 의해서 지지되었다.

성소수자의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보수적 기독교계의 반대로 인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에서 2013년, 2014년, 2015년에 퀴어문화축제 집회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2015년 8월에 서울행정법원과 대구지방법원이 잇따라 경찰의 옥외집회 금지 통고에 대해서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성 소수자의 결사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현재 공익재단 비온뒤무지개재단(사단법인) 설립불허취소 소송에서 2016년 6월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법무부가 적어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결했다. 법무부의 항고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2017년 3월 ‘기각’ 판결을 내렸다.

정치권은 동성애 반대 단체나 종교 집단의 압력에 저항해야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정치권은 유권자 집단 중의 하나인 동성애 반대 단체나 종교 집단의 압력에 굴해 반인권적인 공약을 내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2014년 이후 동성애 반대 단체들에서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공공건물에서 전환치료 등을 주장하는 성소수자인권침해를 주장하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2015년 11월 국제연합 시민적·정치적 인권규약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보낸 권고안에는 전환치료 주장이 성소수자의 인권 침해에 속한다고 하는 권고를 포함하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가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표나 대선 후보자들을 그들의 행사에 초청하여 자신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을 강요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인권은 정치에서, 교리는 종교에서 각각 추구되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1년 전 성소수자 차별금지 11대 원칙이 인권침해적 행사 및 단체에 국회 등 공공건물의 대관을 금지할 것과 정교분리원칙의 준수라는 두 항목으로 맺음지어졌던 이유이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 연재

1. 총론 :

촛불 시민혁명과 주권자 시민의 탄생, 그리고 민주·평등·공공성의 민주공화국

2. 정치 개혁 :

촛불 광장이 요구하는 정부와 의회의 민주적 개혁

권력기구 분권화 없이 민주주의 회복은 불가능

지방자치 혁신 없이 참 민주주의 실현 없다

민주주의의 기반 언론: 공공성 강화하고 시민의 공론장 참여 확대해야

3. 외교·안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4. 시민교육

신자유주의 지배구조에서 공공적 자치구조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유초중등 교육 패러다임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대학체제

100만 명의 학교 노동자 문제, 이렇게 해결하자

5. 차별철폐와 인권

①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

② 성(性)소수자 차별 금지를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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