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MBC(사장 김장겸)가 회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기자와 PD에게 징계를 남발하는 와중에 지역MBC 사장들도 상식 밖 행동과 보복성 징계로 MBC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MBC는 지난 1월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곽동건·전예지 기자에게 근신 7일, 이덕영 기자에겐 출근정지 10일 징계를 지난달 27일 내렸다.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 등과 관련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던 송일준 MBC PD협회장도 감봉 1개월 징계를 받게 됐다.

이덕영 기자에겐 이와 함께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동료 기자를 비방했다는 이유가 추가됐다. 이 기자가 쓴 게시물은 지난해 11월12일 MBC 기자가 회사 로고를 떼고 현장 중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개인적 단상을 ‘친구 공개’로 쓴 것이었다.

지난 1월4일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을 올린 (왼쪽부터) 이덕영·곽동건·전예지 기자.
지난 1월4일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을 올린 (왼쪽부터) 이덕영·곽동건·전예지 기자.
이에 대해 MBC기자협회(회장 왕종명)는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망가진 뉴스를 살리자는 절규와 몸부림이 징계 대상이라면, 사적 공간인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단상을 올린 게 회사가 나서 징계해야할 대상이라면 전예지·곽동건·이덕영 기자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기자를 징계하라”며 “대신 우리는 징계 과정을 주도한 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또 이를 도운 기회주의자, 지켜만 본 방관자들도 반드시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MBC(사장 이진숙)에선 지난달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지부 조합원 2명을 감봉 등 징계하고 2일엔 2명을 지역센터로 보내는 일이 일어났다. 사측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 조치가 모두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에선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표적성 징계와 전보가 자행됐다며 “본사를 능가하는 패악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지부장 이한신)와 대전MBC 기자회(회장 이교선)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달 25일 열린 인사위원회 결과 보도국 취재부 이승섭 기자에겐 보도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 지연과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감봉 3개월’, 이교선 기자는 근무 태만과 업무 지시 불이행 사유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지난 1월12일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기자 79명이 올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에 참여한 이교선 대전MBC 기자.
지난 1월12일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기자 79명이 올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에 참여한 이교선 대전MBC 기자.
이승섭 기자는 방송문화진흥회 제작 지원을 받아 특집 다큐멘터리 ‘오래된 미래, 작은 학교’를 준비하다 프로그램 내용과 분량 등에 대한 간부들의 무리한 요구와 지시 등 압박에 견디다 못해 무단결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MBC 기자회는 지난달 24일 성명에서 “다큐 방송 3주 전까지도 리포트 업무를 병행한 후배 기자의 첫 특집에는 제작진의 의견 개진은 무시되고 강압적, 과도한 수정 요구가 내려져 당사자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내몰렸다”고 밝혔다.

MBC본부 대전지부는 28일 “회사 측 주장처럼 외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프로그램 완성도가 중요하다면 애초 기획대로 1부작으로 제작했어야 맞다. 그러나 회사는 예산상 한계에도 2부작으로 무리하게 강행해 방송 제작이 파행을 겪었다”며 “담당 기자의 제작 자율성이 보장됐더라면 방송 지연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이교선 기자에겐 노사협의회 당일 출근 7분 지각과 취재 계획 미제출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기자는 노사협의회에서 이진숙 사장의 제작 자율성 침해로 최혁재 국장과 격한 언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사협의회 이후 악화된 노사 관계에 대한 보복 차원의 의도된 징계라는 게 노조 측이 반발하는 이유다.

아울러 사측은 이교선 기자에겐 2일부터 홍성센터로 출근하도록 명령했다. 이 기자와 함께 노조 조합원이자 전 노조 집행부·전국기자회장을 했던 안준철 기자도 천안센터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

이한신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는 전보발령이 아니라 출입처 조정이라고 하지만 징계 통보 후 바로 당사자들과 전혀 상의도 없이 보복성 전보가 이뤄져 이미 징계와 함께 치밀하게 기획한 일로 보인다”며 “회사에 재심을 청구한 후 재심 결과를 보고 어떻게 법적 대응을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전MBC 인사위원장인 오승용 경영기술국장은 “이번 징계 결정과 출입처 조정은 별개의 문제이고 출입처 조정은 상시 있는 일로 보도국장이 판단할 문제”라며 “(노조 등은 부당전보라고 주장하나) 전보는 타 국이나 타 부서로 가는 것이어서 전보나 인사발령 사안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송재우 춘천MBC 사장이 지난달 26일 점심께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조합원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송재우 춘천MBC 사장이 지난달 26일 점심께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조합원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최근 송재우 춘천MBC 사장도 파업을 벌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조합원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해 비난을 받았다.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지부장 최헌영)는 지난달 26일과 28일 이틀간 부서별 지명파업에 돌입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임금협상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 파업권을 얻은 상황에서 임금 교섭 중 사측이 최헌영 지부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게 파국을 촉발했다.

송 사장은 지난달 26일 점심께 회사 관용차를 타면서 “송재우는 퇴진하라”고 외치는 조합원들을 향해 여러 번 본인의 혀를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그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짜증 나서 그랬지 조합원을 조롱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MBC 구성원들의 분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국 16개 지역MBC지부는 지난달 27일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모욕하는 공영방송 사장의 저급한 행위가 해외 토픽에 날 만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일지 모르나, 춘천MBC 구성원들에게는 자괴감에 얼굴을 들 수 없게 하는 희대의 사건이었다”며 “품격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송재우 사장의 도발은 춘천MBC 뿐만 아니라 전체 MBC의 이미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질타했다.

지역MBC지부는 “지금의 MBC에서는 자격 미달, 함량 미달이라 하더라도 오직 방송 농단에 앞장섰다는 이유만으로 지역MBC 사장으로 낙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우리는 이번 사태를 MBC 인사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며, 지역사회와 지역MBC에 대한 애정과 이해, 발전의 대안을 가진 적임자를 가릴 수 있도록 사장 선임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도 2일 이진숙·송재우 사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김재철 체제 이후 서울은 물론 지역사들도 부패한 수구 정권에 영합해 MBC를 망가뜨린 주범들이 돌려막기로 요직을 차지해왔다”며 “탄핵된 정권의 소유물로 전락한 공영방송 MBC를 또다시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킨다면 우리는 그 적폐를 끝까지 기록해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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