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MBC(사장 김장겸)가 회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기자와 PD에게 징계를 남발하는 와중에 지역MBC 사장들도 상식 밖 행동과 보복성 징계로 MBC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전MBC(사장 이진숙)는 지난달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지부 조합원 2명을 감봉 등 징계하고 2일엔 2명을 지역센터로 보냈다. 사측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 조치가 모두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에선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표적성 징계와 전보가 자행됐다며 “본사를 능가하는 패악질”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지부장 이한신)와 대전MBC 기자회(회장 이교선)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달 25일 열린 인사위원회 결과 보도국 취재부 이승섭 기자에겐 보도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 지연과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감봉 3개월’, 이교선 기자는 근무 태만과 업무 지시 불이행 사유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 지난달 12일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기자 79명이 올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에 참여한 이교선 대전MBC 기자.
▲ 지난 1월12일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기자 79명이 올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에 참여한 이교선 대전MBC 기자.
이승섭 기자는 방송문화진흥회 제작 지원을 받아 특집 다큐멘터리 ‘오래된 미래, 작은 학교’를 준비하던 중 프로그램 내용과 분량 등에 대한 간부들의 무리한 요구와 지시 등 압박에 견디다 못해 무단결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MBC 기자회는 지난달 24일 성명에서 “다큐 방송 3주 전까지도 리포트 업무를 병행한 후배 기자의 첫 특집에는 제작진의 의견 개진은 무시되고 강압적, 과도한 수정 요구가 내려져 당사자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내몰렸다”고 밝혔다.

MBC본부 대전지부는 28일 “회사 측 주장처럼 외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프로그램 완성도가 중요하다면 애초 기획대로 1부작으로 제작했어야 맞다. 그러나 회사는 예산상 한계에도 2부작으로 무리하게 강행해 방송 제작이 파행을 겪었다”며 “담당 기자의 제작 자율성이 보장됐더라면 방송 지연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지부는 “또 보도국 보직자들이 경위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주고, 경위서를 여러 차례 수정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80년대 공안 검사가 운동권 학생에게 자백을 강요하던 모습과 흡사해 충격적”이라며 “회사는 사건의 본질과 원인은 무시한 채 담당 기자에겐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최혁재)보도국장과 (김지훈)취재부장에겐 ‘주의 각서’와 ‘근신 3일’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질타했다.

사측은 이교선 기자에겐 노사협의회 당일 출근 7분 지각과 취재 계획 미제출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기자는 노사협의회에서 이진숙 사장의 제작 자율성 침해로 최혁재 국장과 격한 언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사협의회 이후 악화된 노사 관계에 대한 보복 차원의 의도된 징계라는 게 노조 측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 기자의 경우 지난 1월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에도 참여했다가 ‘주의 각서’ 징계를 받았다. 당시 공영방송 보도에 자성의 목소리를 낸 지역MBC 중에선 이진숙 사장이 있는 대전MBC만이 징계를 내려 비판을 받았다.(▶‘경위서 동영상’ 참여 지역MBC 기자 결국 ‘징계’)

▲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은 지난해 4월27일 서울 종로 상명 아트홀에서 아시아 기자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참석해 “현재 한국 언론은 정부로부터 상당히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사진=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 촬영 영상 갈무리.
이진숙 대전 MBC 사장은 지난해 4월27일 서울 종로 상명 아트홀에서 아시아 기자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참석해 “현재 한국 언론은 정부로부터 상당히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사진=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 촬영 영상 갈무리.
아울러 사측은 이교선 기자에겐 2일부터 홍성센터로 출근하도록 명령했다. 이 기자와 함께 노조 조합원이자 전 노조 집행부·전국기자회장을 했던 안준철 기자도 천안센터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

안 기자는 이미 5년 전에 천안센터에서 근무 경험이 있어 합리적 기준에 따른 출입처 조정도 아니며, 이번에 근무지가 바뀌게 된 당사자 모두 전혀 회사와 상의 절차 없이 출입처와 업무가 조정됐다는 게 노조 등 대전MBC 구성원들의 지적이다.

이한신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는 전보발령이 아니라 출입처 조정이라고 하지만 징계 통보 후 바로 당사자들과 전혀 상의도 없이 출입처 조정 명분으로 보복성 전보가 이뤄져 이미 징계와 함께 치밀하게 기획한 일로 보인다”며 “회사에 재심을 청구한 후 재심 결과를 보고 어떻게 법적 대응을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전MBC 인사위원장인 오승용 경영기술국장은 “이번 징계 결정과 출입처 조정은 별개의 문제이고 출입처 조정은 상시 있는 일로 보도국장이 판단할 문제”라며 “(노조 등은 부당전보라고 주장하나) 전보는 타 국이나 타 부서로 가는 것이어서 전보나 인사발령 사안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MBC 사측도 지난 1월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곽동건·전예지·이덕영 기자 중 곽동건·전예지 기자는 근신 7일, 이덕영 기자에겐 출근정지 10일 징계를 지난달 27일 내렸다.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 등과 관련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던 송일준 MBC PD협회장도 감봉 1개월 징계를 받게 됐다.(▶MBC, 회사 비판 기자·PD에 또 징계 칼날 휘둘렀다)

최근 송재우 춘천MBC 사장도 파업을 벌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조합원들을 향해 혀를 내밀며 조롱해 비난을 받았다. 송 사장은 지난달 26일 점심께 회사 관용차를 타면서 “송재우는 퇴진하라”고 외치는 조합원들을 향해 여러 번 본인의 혀를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짜증 나서 그랬지 조합원을 조롱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송재우 춘천MBC 사장 혀 내밀며 노조 혐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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