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이 대선주자들에게 삼성직업병 문제의 해법과 산업재해 제도개선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를 공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모든 질문에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였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순으로 적극성을 보였다.

특히 반올림은 “문 후보가 속한 민주당 최고위원(양향자)이 이 문제에 대해 반올림을 비난하는 의견을 내 큰 비판을 자초했지만 이번 답변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며 “답변이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삼성직업병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노숙농성' 77일차를 맞은 2015년 12월22일 저녁, 방진복을 입은 221 명의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강남사옥 일대를 돌며 직업병 재발방지대책과 배제없는 보상, 진정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삼성직업병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노숙농성' 77일차를 맞은 2015년 12월22일 저녁, 방진복을 입은 221 명의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강남사옥 일대를 돌며 직업병 재발방지대책과 배제없는 보상, 진정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답을 보내지 않았다. 반올림은 두 후보가 답변을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삼성직업병 이슈와 같은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점이 유감스럽다”며 “보수정당이 사회적 문제에 민감하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이번 질의과정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돼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답을 보낸 심상정·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가 “삼성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고,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고 반올림의 농성요구인 ‘진심어린 공개 사과와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에 삼성이 응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반올림은 평가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사과·보상

반올림은 △삼성이 피해자들과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지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을 실시해야 하는지 △직업병 재발 방지를 위해서 유해 화학물질 등 주요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지 △정부의 화학물질 및 유해요인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 등 4가지를 물었다.

▲ 삼성 직업병 및 피해자 문제. 사진=반올림
▲ 삼성 직업병 및 피해자 문제. 사진=반올림

심 후보와 문 후보는 모두 반올림의 요구를 수용한 답변을 내놓았고, 안 후보는 첫 번째와 세번째 질문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안 후보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 “삼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유족 및 지원 단체와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며 “다만 이 문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답했다.

반올림은 안 후보 답변에 “가장 우려스러운 응답”이라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삼성은 시민사회와 국민 여론 압박에도 피해자와 성실한 대화와 직업병 문제의 합리적 해결에 나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책임을 묻자’고 하는 건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삼성 무노조 경영·노동권 침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과 노동권 침해 문제 분야에 대해 반올림은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와 이를 위한 국가기관의 지도감독 여부 △‘노사전략’ 문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 여부 △어용노조의 이른바 ‘알박기’ 설립신고 반려를 통한 노조 결성권의 실질적 보장 여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직접고용 여부 등 4가지를 물었다.

▲ 삼성 무노조 경영과 노동권 침해 문제 사진=반올림
▲ 삼성 무노조 경영과 노동권 침해 문제 사진=반올림

세 후보는 무노조 경영방침 폐기와 ‘노사전략’ 문건 재수사에 모두 찬성했지만 온도차를 보였다. 심 후보는 국가기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했지만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구체적인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불법을 저질렀다면’ 등 단서를 붙여 ‘조건부 개입’ 입장이었다.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심 후보는 검찰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 모두 동의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검찰의 재수사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문 후보는 책임자 처벌에 대해 “위·탈법적 조치들이 병행됐어야 처벌 등이 가능하다”고 했고, 안 후보는 “범죄가 드러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등 단서를 붙여 책임자 처벌에 대해 사실상 유보입장을 보였다. 반올림은 “대법원에서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등 위법성 판정을 받았는데 두 후보가 이를 간과한 것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감수성 부족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에 대해 문·안 두 후보는 유보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현재 위장도급 여부에 대해 사법부 판단 중”이라며 “위장도급이 맞다면 직접고용은 당연할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삼성 측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고, 안 후보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삼성 지배구조·민주화

반올림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민주화 과제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효 △금산분리 완화 중간금융지주회사 불허 △노동자 이사 제도 도입 △총수일가 경영권 개입 금지 등 4가지를 물었다.

▲ 삼성 지배구조와 민주화. 사진=반올림
▲ 삼성 지배구조와 민주화. 사진=반올림

심 후보는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에 대해 문·안 후보가 “소송 중인 사건이므로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질문에는 세 후보가 모두 찬성했다.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에 심·문 두 후보가 찬성했다. 안 후보는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수단과 방법 중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이 우선시돼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개입 금지에 대해 문 후보는 반대, 안 후보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들어 사실상 반대입장을 보였다.

삼성의 사회적 책임

반올림은 삼성의 사회적 책임 과제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남매의 삼성물산 주식 환수 △삼성그룹 임원의 정부 참여 금지 △하청업체 직업병과 산업재해에 대한 삼성 연대책임 등 3가지를 물었다.

▲ 삼성의 사회적 책임. 사진=반올림
▲ 삼성의 사회적 책임. 사진=반올림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문·안 두 후보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삼성의 하청 업체에서 발생한 직업병과 산재 피해에 대해 삼성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세 후보가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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