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대세론 속에 5·9 대선 변수요인이 떠오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현재로선 몇 가지 걸림돌이 변수 요인으로 고려된다. 공고히 형성된 40%대 지지율이 대선 일까지 유지되면 무난히 문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단일화 여부 그리고 지지율 3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급부상 등이 문 후보의 대세론을 꺾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민주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세력이 집권하려면 호남에서 90% 이상의 몰표를 받아야 하고 충청권에서 과반을 득표해야 한다. 그리고 영남권과 수도권의 개혁 중도 세력을 합쳐야만 당선이 가능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지 않고 정상대로 오는 12월 대선이 치러졌다면 보수 세력에 맞서 민주 세력이 정권교체를 목표로 ‘헤쳐 모여’식의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박근혜가 무너지면서 보수 영남이 붕괴된 상태에서 치러진다.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갤럽 4월 통합 정당 지지도를 보면 대구 경북 지역(표본수 390)에서 민주당은 21%, 국민의당은 18%, 자유한국당은 18% 지지율을 보였다. TK 후보인 자유한국당 후보가 나왔음에도 해당 지역에서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보수 영남의 붕괴를 뜻한다. 의견을 유보한 비율이 대북 경북지역에서 26%로 가장 높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갈 길을 못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는 정반대로 보수 세력이 최대한 결집해야지만 당선이 가능한 구도가 됐다.

홍 후보가 26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특별간담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오히려 손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불리한 선거 구도에 따른 것이다.

홍 후보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두 사람(문재인, 안철수)이 양분하고 있는데 안 후보가 사퇴하면 그 표가 저한테 안 오고 전부 문 후보에게 간다”며 “오히려 안 후보가 호남에서 선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상식적으로 볼 때 1대1로 붙으면 게임이 된다고 생각들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호남 몰표 현상으로 이기기 더 어렵다”며 “현재의 구도가 좌파정권을 막는 데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의 주장은 지난 1987년 4자 필승론을 연상케한다. 당시 4자 필승론은 민주 세력과 보수 세력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라고 주장했던 내용이다.

전두환 정권은 단독 후보로 35% 이상 얻을 가능성이 낮은데 김대중과 김영삼이 분열되고 보수 세력이 결집해 자원을 총동원하면 35% 이상 득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김대중은 어차피 김영삼이 출마할 거라면 4자 구도가 필승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남표가 자신에게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김영삼이 출마하면 최대한 영남표를 갈라 먹게 되고 호남에서 몰표를 받아 수도권 세력과 연대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결과는 노태우 828만 표(36.6%) 김영삼 663만 표(28%), 김대중 661만 표(27.1%). 김종필 182만 표 (8.1%)였다.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이 생각하는 최적의 구도는 안철수 후보가 선전해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의 표를 갈라 먹고, 영남권에서 몰표를 얻는 것이다. 2017년도판 4자 필승론인 셈이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두자리수를 기록하며 안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상승한 것을 봤을 때 자신이 생각하는 구도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홍 후보는 3월말 4%대 지지율로 시작해 후보 등록 이후 4월 셋째 주까지 7~9%를 유지하며 지지율이 정체돼 있었다. 하지만 4주째 접어들면서 두자리수까지 오르면서 보수층의 결집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 입장에서도 안 후보와 홍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최적의 구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현재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한국갤럽 조사)은 각각 39%, 30%로 집계됐는데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사표 심리가 작동돼 한 후보로 지지율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 주최로 열린 2017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홍준표(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회사진취재단
▲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 주최로 열린 2017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홍준표(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회사진취재단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사퇴나 단일화는 어느 한쪽의 다자구도 필승론을 흔들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유 후보는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바른정당은 단일화를 재차 촉구하기로 했다. 한 정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는 절차적 정당성과 단일화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유 후보가 단일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유 후보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홍 후보의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단일화 압박은 생각보다 거세다.

유 후보가 단일화를 받아들이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바른정당 태생의 명분은 박근혜와 친박과의 결별이다. 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가 쉽지 않은 이유다. 유 후보가 홍 후보와의 단일화를 받아들이면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 명분을 찾기 위해 친박과의 관계 설정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보수 우파 주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승민 후보가 내걸 수 있는 단일화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영남권의 박근혜표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 후보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두 당의 이해관계로 봤을 때 단일화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고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모멘텀’을 찾고 있다. 워낙 빨리 진행되는 선거 탓에 네거티브 공세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안 후보가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며 “탄핵 반대세력, 계파패권주의 세력은 미래로 나가는 정부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한 것도 바른정당을 염두에 둔 단일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유승민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두 당의 단일 후보는 홍 후보를 위시한 적폐세력과 문재인 후보를 상징하는 계파패권세력에 맞선 후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당의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 그리고 친박에서 떨어져 나온 바른정당이 단일화하는 건 야합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만 이기기 위한 명분없는 야합이라는 비난이 커지면 오히려 문재인 후보나 홍준표 후보로의 결집을 앞당길 수도 있다.

두번 남은 토론회도 변수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2차 토론회에서는 안보 이슈가 3차 토론회에서는 동성애 문제가 떠올랐다. 토론을 보고 지지를 철회하는 비율은 낮지만 이슈의 중심에 서거나 논란거리가 되면 낙인 효과를 통해 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토론회에서 최대 피해를 본 후보는 안철수 후보로 보인다. 한국갤럽조사에서 TV토론회 후 이미지 변화를 묻는 질문에 나빠졌다는 비율이 가장 큰 후보(44%)는 안철수 후보로 나왔다.

안 후보는 또한 TV토론회를 가장 잘한 후보를 묻는 질문에 6%를 받아 가장 낮았다. 계속 지지 의향을 묻는 질문에 홍준표 후보가 76%로 1위를 차지했고 문재인 후보가 72%, 안철수 후보가 60%로 나온 것도 안 후보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두번 남은 토론회에서도 또다른 최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후보가 40%대를 넘어 50%대 득표율로 당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불안한’ 변수를 잠재우기 위해 대세 후보인 문 후보로의 결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투표용지 인쇄 시점인 29일이 단일화 마지노선이라고 봤을 때 유승민 후보의 단일화 문제가 그래도 변수로 남아있다”면서 “보수층의 막판 표심이 어디로 갈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개요> 

- 조사기간: 2017년 4월 25~27일

- 표본추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 응답방식: 전화조사원 인터뷰

-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6명

-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 응답률: 24%(총 통화 4164명 중 1006명 응답 완료)

- 의뢰처: 한국갤럽 자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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