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극단을 대표하는 두 논객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놓고 충돌했다. “좌파로 넘어갈 정권을 안철수라는 중도 정권으로 지켜낸다면 반쪽의 성공은 될 것”이라며 안철수 지지 의사를 드러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를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강하게 비난해온 극우 진영에서 갈등과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정 고문은 지난 25일 공개된 ‘정규재TV’에서 “보수 진영 안에 문재인을 저지하기 위해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안타깝게도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 가운데에는 평소 제가 존경해하고 지금도 좋은 선배님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다”고 말했다. 실명은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조갑제 대표를 겨냥한 비판이다.

정 고문은 “안철수 지지율이 최근 떨어지자 일각에서는 안철수에게 구걸하듯이 ‘안철수야, 네가 조금만 허리를 굽혀주라’는 식으로, ‘그러면 네 밑으로 연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주장은 보수더러 집단 자살을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일말의 정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가 모두 자살 공격을 감행해 문재인을 저지시키자는 것과 다르지 않은 원리주의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정 고문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안희정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또다시 이상한 자를 찍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는 보수가 전멸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일시적인 여론조사를 빌미로 싸워보지도 않고 안철수를 지지해 문재인 당선을 저지하자는 건 지극히 비논리적인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 우익 극단을 대표하는 두 논객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놓고 충돌했다. “좌파로 넘어갈 정권을 안철수라는 중도 정권으로 지켜낸다면 반쪽의 성공은 될 것”이라며 안철수 지지 의사를 드러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왼쪽)를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조갑제TV, 정규재TV 화면 갈무리
▲ 우익 극단을 대표하는 두 논객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놓고 충돌했다. “좌파로 넘어갈 정권을 안철수라는 중도 정권으로 지켜낸다면 반쪽의 성공은 될 것”이라며 안철수 지지 의사를 드러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왼쪽)를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조갑제TV, 정규재TV 화면 갈무리
정 고문은 “현재 공론의 장이 완전히 좌익에 점령돼 있기 때문에 샤이 보수층은 이야기를 꺼리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숨겨진 표가 많을 것이다. 적어도 6~7% 이상의 샤이 보수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안 후보에 대해 “안철수는 1등 아니면 3등”이라면서 “하지만 1등은 이미 글렀다. 모든 국민들이 TV를 보면서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저기(안철수)는 아니다. 어린애가 왜 나왔느냐’는 식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앵앵거리고 투정부리고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고문은 “문재인이 아니라고 해서 거기(안철수)에 기대를 걸고 마치 보수의 연립 정권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연정을 구걸하고 있다”며 “안철수는 햇볕정책에 대해서 말을 바꿀 수 없다. 그의 당 자체가 5·18당 아닌가. ‘반좌파 단일화’ 범주에 안철수는 포함될 수 없다. 5·18 세력의 데릴사위다. 자유민주주의 세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정 고문은 또 “보수표가 일정 수준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정권의 폭주를 견제할 수 있다”며 “악착같이 한 표라도 더 모아서 (보수 후보에) 쌓아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고문의 주장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진영이 결집돼야 한다는 ‘보수 자강론’ 혹은 ‘보수 전사론’으로 읽힌다.

반면, 조 대표는 여전히 안 후보로 문 후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대표는 지난 24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현대사 강좌에서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세 사람은 중도 보수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대선까지) 15일 정도의 기간 동안 좌파 대통령 집권을 저지하려면 단일화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못하면 문재인 후보가 상당한 표 차이로 당선될 것”이기 때문에 ‘반문연대 단일화’, ‘반좌파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

조 대표는 “‘반문연합’ 구도를 만들어 국민의당, 한국당, 바른정당의 국회 의석을 다 합하면 160석이 넘는다”며 “선거 이후에도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해 좌파 세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좌파 단일화는 명분과 실익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지난 15일에도 “보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장렬한 전사론’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선명하게 보수 노선을 가는 사람의 지지율이 1%라도 그 사람을 끝까지 찍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에는 장렬한 전사라는 게 없다. 정치에선 다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세력이 생각하는 이번 선거의 목표는 문재인 후보 집권을 막는 것”이라며 “보수층 다수는 이미 그런 결정을 내린 상태다. 자신이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 절반 이상이 안철수 지지로 돌아섰고 안철수가 반문 단일화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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