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년간 유예됐던 종교인 과세가 또 유예될 전망이다.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총재 김삼환 목사,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가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대선주자 5명에게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4인의 대선주자들이 이미 유예됐던 종교인 과세를 또 유예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고 2018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 후보는 이 단체 질의에 대해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론화한 이후 두 차례 종교인 소득과세 법안을 제출했지만,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와 이들의 눈치를 본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종교인 과세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 2015년 12월에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논의를 시작한 이래 47년 만이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에는 2년 유예(2018년 시행) 조건이 붙었다. 당시에도 2016년 있을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심 후보는 당시 2년 유예에 대해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부과 원칙에 따라 반대입장을 밝혔다.

▲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 주최로 열린 2017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홍준표(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회사진취재단
▲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 주최로 열린 2017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홍준표(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회사진취재단

문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 심 후보에게 일자리 정책의 재원마련 방안, 특히 증세 계획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유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를 강조하며 증세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다. 그럼에도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대상자는 8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로 인한 세수 효과는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캠프는 “종교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과세당국이 각 종교, 종단 등과 긴밀히 협의해 종교인 소득에 포함되는 다양한 소득원천과 지급방법에 대해 상세한 과세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행 유예 등을 비롯한 다각적인 정책 방향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홍준표 캠프는 “종교인 과세 시행 유보는 당론”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캠프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종교인 과세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시행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 유예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캠프 역시 “종교기관들의 각종 회계처리 시스템, 세무교육 등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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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요 주자들이 유예 이유로 드는 “준비 부족”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미 2년의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종교단체에서 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과세 시행을 대비해 지난해 초 관련 시행령 개정을 마쳤고 올해 하반기에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준비 중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지 못할 경우 종교인 과세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심 후보가 아닌 4인 중에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경우 2018년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인 상황에서 내년에도 지방선거가 있는 등 선거 때마다 비슷한 논리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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