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9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업계에서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특히 여론조사의 대표적인 방식인 전화면접조사와 자동응답조사 중 어느 쪽이 대선 결과에 근접하는 데이터를 내놓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두개의 여론조사 방식에 따른 대선주자 지지율 추이는 판이하게 달랐다.

지난 4월 3일 5명의 대선주자가 확정된 때부터 25일까지 전화면접조사와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조사된 후보 지지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화면접조사에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로 2강 구도를 보인 결과가 많았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선 결과도 나타났다. 반면, 자동응답조사에서는 일관되게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왔고, 단 한번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 지지율을 넘어선 결과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문재인 후보가 1강 구도를 형성하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는 추세인 것은 맞지만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이다.

지난 4일부터 25일까지 전화면접조사 방식에 따라 이뤄진 여론조사 27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선 조사는 4건으로 나왔다.

중앙일보와 중앙일보 조사 연구팀이 지난 4일과 5일 조사(표본 1550명, 표본오차 ±2.5%p, 응답률 29.4%)한 결과 문재인 후보 38.4%, 안철수 후보 34.9%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어 한국갤럽 4일~6일 조사(1005명, ±3.1%, 23%)에서 문 후보 38%, 안 후보 35%로 오차범위내로 격차가 줄어들었고,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가 7일과 8일 조사한 여론조사(1023명, ±3.1p, 21.4%)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37.7%로 지지율이 같았다.

그리고 조선일보와 칸타퍼블릭이 7일과 8일 조사한 결과(2300명, ±2.0%p, 14.1%)에선 안 후보가 37.5%, 문 후보가 35.7%로 집계돼 역전을 하게 된다.

같은 날 이뤄진 3건의 여론조사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격차는 5%p 차가 나지 않았다. 이어 지난 8일과 9일 KBS/연합뉴스와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2011명, ±2.2%p, 15.3%)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36.8%, 문 후보 지지율은 32.7%로 집계됐다.

지난 11일과 12일 JTBC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1000명, ±3.12%p, 22.3%)에서도 안 후보는 38.3%, 문 후보는 38.0%로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다.

후보 등록일 시점이 가까워진 11일이 지난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의 지지율을 앞선 여론조사결과는 없었고, 18일경부터 두 후보의 격차가 벌어지긴 했지만 전화면접방식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상당히 근접하는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전화면접조사 방식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24건의 여론조사 중 5명 대선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응답이 10% 이상 나온 여론조사는 19건에 달했다. 일례로 지난 21일과 22일 TV조선과 칸타코리아의 여론조사(1030명, ±3.1%p, 16.0%)에서 5명 후보를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3%로 나왔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높다는 건 지지후보를 숨기거나 실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반면 자동응답조사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조사 결과를 보였다. 지난 3일부터 25일까지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 13건을 분석한 결과,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뒤진 결과는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후보가 확정된 지난 3일 데일리안과 알앤써치의 여론조사(1708명, ±2.4%p, 4.2%)에서 문 후보는 40.8%, 안 후보는 30.9%를 기록했다. 전화면접조사 방식 여론조사에서 후보 확정 시점에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선 것과 비교된다.

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결과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10%p 이상 벌어진 여론조사가 7건이었다. 적어도 자동응답조사 방식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2강 구도는 없었던 셈이다.

자동응답조사 방식 여론조사는 또한 5명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없음을 선택한 응답이 모두 한자리수로 집계됐다. 전화면접조사에서 많게는 해당 응답이 20% 이상 넘었던 것이 자동응답조사에서는 한자리수까지 떨어진 것이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자동응답조사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히는 게 부담이 적을 수 있어 5인 후보 중 한명을 선택한 비율이 높고, 자동면접조사에서 샤이 보수나 샤이 진보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감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또 한가지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율이다.

전화면접조사 방식의 여론조사에서 4월초 홍 후보의 지지율은 많게는 9%대였지만 대체로 한자리수 지지율을 유지했고 지난 18일과 19일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1009명, ±3.1%p, 15.9%) 조사에서 처음으로 두자리수인 10.2%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3일과 24일 중앙일보 여론조사(2000명, ±2.2%p, 32.4%)에서 11.7%로 집계됐고,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10.8%를 기록했다.

반면, 자동응답조사 방식의 여론조사에는 4월초부터 홍 후보의 지지율은 줄곧 10%대를 기록하다 일주일 정도 한자리수까지 떨어졌다 최근엔 15%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다.

3일과 4일 데일리안과 알앤써치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12.6%였다. 4일과 5일 전화면접방식의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가 9.6%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8~9%대를 기록했지만 13일과 14일 CBS와 리얼미터 조사(1021명 ±3.1%p, 9.8%)에서 10.3%를 기록하더니 이후부터 두자리수 지지율을 유지했다. 자동응답방식 마지막 여론조사인 데일리안과 알앤서치의 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14.8%였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포커스뉴스

정리하면 전화면접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대체로 한자리수에 머물다가 최근 두자리수 지지율이 나왔고, 자동응답조사에서는 줄곧 두자리수 지지율을 보였다. 일명 샤이 보수가 면접원과 직접 통화하는 방식보다는 자동응답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 표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어느 조사 방식이 정확하다고 결론 내릴 순 없지만 적어도 두가지 조사 방식에 따른 지지율 추이가 다르다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후보 등록 시점인 지난 14일과 15일 직전까지만 해도 양자대결구도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전화면접 조사방식 결과는 여편향 추이를 보였지만 지금은 전화면접도 문 후보가 40%대를 기록하고 안 후보와 격차가 10%대로 벌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전화면접조사는 어떤 판이 혼란스러울 때 무응답층이 높아지고 여편향이 나타나는 한계가 있고, 구도가 정리되면 트랜드를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동응답방식은 응답하기 싫으면 끊으면 돼서 자발적인 응답층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자동응답방식에서 대체로 두자릿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도 정치적 의사를 밝히는 데 심리적 부담이 최소화된 결과가 아닐까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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