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언론보도와 관련해 연속 칼럼을 게재합니다. 이번 칼럼 연재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 저널리즘학 연구회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지난 4월 19일 제 2차 대선토론이 KBS본관에서 5명의 대선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습니다. 대선 TV토론은 이번 선거에 출마된 주요 후보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투표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정보를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하고, 입후보자들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포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중요한 행사이자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TV 토론이 도입된 후 대선 TV 토론은 국민들이 자신의 선택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참고하는 주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확립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TV토론이 각 후보 간의 기싸움이나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도구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어 간혹 아쉬울 때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선 TV 토론 자체의 다양한 순기능과 역기능과는 별도로 대선 TV토론에 대한 보도 역시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TV 토론 자체의 영향만큼이나 언론에서 TV 토론을 어떻게 묘사하고 평가했는지 여부가 유권자들이 입후보자에 대해 내린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TV 토론에서 논해지는 정책이나 정치적 철학에 대해 집중하기 보다는 입후보자간의 경쟁이나 승패의 형태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선거 자체의 성격상 승자나 더 나은 입후보자를 선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TV 토론의 궁극적 목표가 유권자들에게 국가 정치 제도의 운영 방향이나 국가의 당면한 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있다는 점을 언론이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제 2차 대선 토론은 기존의 진행 형식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였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모든 후보자들이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하는 ‘스탠딩’ 방식을 택하였고 주어진 주제 당 9분씩, 90분 총량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전 원고나 별도의 자료 없이 즉석에서 후보자간의 질의와 대답으로 진행되는 방식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최종적으로 참석하였습니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번 제 2차 TV 대선 토론에 대한 주요 신문의 보도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 대선 토론 이후 2이틀 동안 보도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기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해당 언론사 모두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대선토론을 보도하였으며 다양한 형태의 보도를 시도하였다고 총평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각 언론사들은 각자 차별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20일자 <토론 뒤 후보들의 반응>, <인권안 북에 물어본 적 있나 > 등의 보도를 통해 이번 토론에 참여한 후보자들의 반응을 간단히 전하였습니다. 토론 형식에 대한 자평을 후보자별로 인용해서 보도하였고 문재인 후보가 좌 우 양진영의 후보들에게 집중적으로 공세를 받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후보들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였고, 전반적인 기사 구성은 후보들이 집중적으로 공방했던 이슈들에 대해 요약해 전달하는 형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1일자 <원고 없는 스탠딩 TV토론...>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토론 방송을 시청했다고 전했고, 같은 날 <대선판에 떠오른 주적 논란>에서는 각 당 후보들이 주적 개념에 대해 공방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의 관련 보도들이 후보자들이 토론회에서 발언했던 내용들이 단순 요약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주목받기 어려운 보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1일자 <대선 팩트 체크] (2) MB·朴정부가 北지원 더 많이 했다는데…> 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주장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지원금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여기에 사실 관계의 혼란이 온 이유에 대해서도 맥락적으로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나 논쟁을 정리할 수 있는 적절한 보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 20일자 <[대선 2차 TV토론] 홍·유·심 작심한 듯 집중포화 … 사실상 문재인 청문회>에서는 총량 90분의 시간 중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 순으로 토론시간이 사용했고 문 후보는 18개, 안 후보는 14개, 홍 후보는 9개, 유 후보는 3개, 심후보는 0개의 질문을 받았을 정도로 문후보에게 공방이 집중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대선 2차 TV토론] 문 “인권결의, 북에 안 물어봐” 홍 “막말보다 거짓말 안 해야”>에서는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안보관에 관해 벌어진 공방에 대해 다루었고 <[대선 2차 TV토론] 홍 ‘설거지는 여자 몫’ 발언 사과 심 “스트롱맨이라더니 나이롱맨”>에서는 최근 홍준표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한 후보들간의 공방에 대해서도 전했습니다.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문재인 캠프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문재인 캠프

<[대선 2차 TV토론] 토론 끝나고 文 소감 "한 후보에 질문 집중되면 문제">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대선 토론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자평을 간단히 소개하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비중을 두고 다양한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로 후보자들의 진술들을 간략하게 추려 제시하는 수준이었던 점은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반면 20일자<[리셋코리아] 2차 토론, 심상정·유승민 가장 돋보여>에서는 전문가 20명의 대선 토론을 평가하고 심상정후보와 유승민후보가 선전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북한 주적 논란’에서, 안철수 후보는 대북정책 등에서 명쾌한 설명을 못했다는 평가를 보도했습니다. 유사하게 21일자 <[대선 숨은 코드 읽기] TV토론으로 본 양강의 급소 … 문은 주적, 안은 햇볕정책>에서는 5명의 후보의 문답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약점이 드러났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대선토론 관련 보도들이 주로 후보자들의 진술을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논쟁이나 이슈 중심으로 보도되었지만 이 보도들은 전문가 집단의 평가 내용을 제시하고 논쟁 과정 속에서 드러난 새로운 평가 포인트를 독자들에게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대선 토론 방송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전 도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의 경우, 20일자 <[짜판] “진주의료원 만날 스트라이크 해서 폐업”…홍준표 발언은 ‘거짓’ >에서 홍준표후보가 대선토론회에서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 등과 관련해 한 발언의 상당 부분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라고 보기 힘든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같은 날 <[뉴스AS] ‘스탠딩’ 토론, 도대체 왜 한 거죠?>에서는 처음 국내에서 시도된 ‘스탠딩 토론’이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큰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기획기사들은 방송토론을 왜 신문에서 다루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방송에서는 다루지 어려운 특정 진술에 대한 진위 여부를 검증해 주고 대선토론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 맥락적인 이해를 제시한 양질의 보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1일자 <문재인 ‘전달력’-안철수 ‘경청’ 높은 점수…둘 다 ‘열린 자세’ 아쉬워>에서는 대선토론회 현장에서 나타난 후보자들의 소통 능력의 평가한 결과, 유승민후보가 평가 다섯 항목 평균 4.5점(5점 기준), 심상정후보가 4.1점, 문재인후보가 4.0점, 안철수후보가 3.8점이고 홍준표후보는 2.7점 순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대선 후보자들의 역량을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제시하려는 시도는 적절하고 가치 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일 토론회에서 후보자의 대화 기술이나 정확도 등에 집중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20일자 <[그래픽뉴스] 대선후보들의 애드리브 실력, 제 점수는요?>, <[움짤뉴스] 뒷목 조심하세요~ 대선토론 ‘부들부들’ 5장면>에서는 새롭게 도입된 난상토론에서 보여준 후보자들의 즉흥 토론을 재미있게 묘사하였습니다. 

이번 토론회 이후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주적’ 논란, ‘나이롱맨’이나 ‘바지사장’이라는 표현이나 토론회에서 나타난 후보자들의 돌발 발언들에 대해 보도하였습니다. 논란이 되었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표현들 위주로 기사를 구성하면서 기사의 의도가 분명하지 드러나지 않은 기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후보자들의 진술의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한 후보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분석이 추가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번 대선 토론을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다루면서 심층적인 보도를 많이 시도하였습니다. 19일자 <[TV토론 팩트체크]>에서는 토론회에서 나온 안철수후보의 사드 관련 주장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였고 유승민후보가 제시한 한국군 독자적인 대북 선제타격의 가능성에 대한 진술도 검증하였습니다. 

TV토론의 경우 잘못된 진술이나 주장이 제시되더라도 즉각적으로 수정하거나 반론이 제시되기 어렵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나 주장이 오히려 방송의 권위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토론 관련 보도는 제시된 주장이나 정보를 검증하고 독자들에게 제시됨으로써 오해나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일자 <[대선 2차 TV토론]문 "부자 증세, 안 "제대로 된 누진세">에서는 대선 후보 5명이 토론회에서 제시한 조세 정책에 대한 입장을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모든 후보들의 조세 정책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비교함으로써 독자들이 후보자간의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는 인용구를 적절하게 구성하였고 해당 이슈만을 집중하면서 모든 후보들을 공평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문용어에 대한 추가 설명 없이 간략하게 요약한 점을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선토론에 관한 보도는 대선토론 방송 자체와는 기능적으로 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 다 국민들이나 유권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나 뉴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대선토론 보도는 방송처럼 단순하게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방송에서 제시된 다양한 주장이나 진술들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을 객관적으로 수행하면서 전문가로서 혹은 언론으로서 주관적인 평가나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자들이나 유권자들은 이미 시청한 토론회를 ‘짜집기’하고 ‘요약’하는 보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다 충실한 맥락적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입후보자의 정치적 ‘의도’나 ‘입장’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꽤뚫어 볼 수 있는 혜안적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한된 범위이지만 이번 대선 토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언론사들이 자신의 목소리보다는 입후보자들의 목소리를 빌려서 보도하는 경향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후보자를 의식해 지나친 기계적 ‘객관적’ 보도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정치를 어렵게 생각하고 투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후보자에게도 부정적일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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