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7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180개국 가운데 6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던 70위에 비해 오른 수치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였던 2013년 50위, 2014년 57위, 2015년 60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언론자유도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6일 보도 자료를 내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집권과 영국 브렉시트 캠페인이 유해한 반-미디어 담론을 낳았고, 전 세계가 가짜뉴스라는 새 시대로 향하는 데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우려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세계지표는 이번 조사에서 3872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표가 높을수록 세계적으로 언론자유지수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언론자유제약과 침해 상황을 보여주는 이 수치는 지난 5년 간 14%나 상승했다”고 전한 뒤 “지난해 약 62.2%의 국가에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탈-진실(post-truth)과 선전(propaganda)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영국·뉴질랜드 등 민주주의 국가들의 언론자유지수도 그 어느 때보다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국경 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은 “언론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어떤 자유도 보장될 수 없음을 아는 모든 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세계가 언론자유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은 72위, 중국은 176위를 기록했고 북한은 180위로 언론자유지수 최하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덴마크·네덜란드 등 북유럽 5개국이 차례로 1~5위를 차지했다.

2002년부터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180개 국가의 언론 자유 정도를 나타내며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전 세계 18개 비정부기구와 150여명 이상의 언론인·인권운동가 등 특파원들이 작성한 설문을 토대로 매년 순위를 정하고 있다. 설문내용은 △다원주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기검열 수준 △제도 장치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뉴스생산구조 등 6개 지표로 구성됐다.

이번 지수는 2016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발생한 각종 사건을 고려해 산출됐으며 전 세계 특파원들의 답변과 질적 분석을 보충해 산출됐다. 한국은 올해 언론보도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주도하며 대통령 파면이라는 명예혁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이 순위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비춰진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최고 순위는 참여정부시절이었던 2006년 3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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