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에 걸친 대선 후보 토론회 이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MB아바타 논란’ 등 네거티브 공세에 스스로 휘말리면서 악수를 거듭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4~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가 40.4%의 지지율로 안철수 후보(26.4%)를 14.0%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10.8% △심상정 정의당 후보 8.0%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5.1% 등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적극 투표층은 문재인 후보의 경우 42.4%로 나타났으나, 안철수 후보는 27.3%로 다소 낮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지지층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지난 대선후보 토론 결과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후보 5자 간 TV토론이 실시되기 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양자 구도가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점쳐졌을 당시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의 7~8일 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 37.7%, 안철수 후보 37.0% 등으로 거의 지지율 격차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 주최로 열린 2017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관) 주최로 열린 2017 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SBS에서 방송된 첫 대선후보 간 TV토론이 있었던 13일 이후부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후보가 42.6%로 안철수 후보(35.6%)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24~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TV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로 27.2%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5.1%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이 수치는 홍준표 후보(5.9%)보다 낮다. 심상정 후보에 이어 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22.1%)였으며 문재인 후보는 12.6%로 3위를 기록했다.

26일 발표된 한국리서치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와 TV토론에 대한 후보 평가 조사를 종합해보면, TV토론에서 각 후보들이 보여준 모습이 지지율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TV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토론회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된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최근 두드러진 이유이기도 하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국민의당 경선 직후 기대감을 타고 급격히 상승했던 지지율이,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 논란에 이어 부인 서울대 채용 특혜 의혹 등 여러 검증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첫 대선 후보 간 TV 토론에서는 지나치게 긴장한 표정으로 전달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두 번째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는 ‘갑철수’ 논란과 ‘MB아바타’ 논란으로 문재인 후보 측이 시도했다는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려다 되려 네거티브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는 모습을 보이며 재차 악수를 뒀다.

두 차례의 대선 후보 토론 실패를 인식한 탓인지 안철수 후보는 JTBC에서 25일 저녁 진행됐던 3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네거티브 공세는 자제하고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 스스로도 “TV토론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과거 얘기만 하다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저부터 큰 책임감을 느낀다. 오늘 토론회부터 미래 이야기 하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는 미세먼지 이슈를 안보이슈의 관점으로 접근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안 후보는 “외교 정책이 안보와 경제라는 큰 두 축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환경 이슈도 세 번째 큰 축으로 놓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당 내부에서 뒤늦게 전략을 수정한 결과로 보인다. 당 내에서 네거티브와 색깔론을 자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네거티브는 하지 말고 TV토론에 중점을 두자는 얘기를 (당 내에서) 했다”며 “선거는 공격이지 방어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후보는 싸움 닭이 아니다. 결국 정책과 미래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네거티브에 방어하지 않고 집착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앞으로 남은 공식선거운동 1주일 정도의 기간과 이미 2주 정도에 불과한 대선까지의 기간 동안에 이러한 지지율 흐름을 크게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26일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가 콘텐츠를 가지고 뒤집기에는 (문재인 후보가 우세한 지지율 흐름이) 너무 많이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후보가 공약 콘텐츠에서 세밀한 부분에서는 약점이 있다”며 “이 부분을 초반부터 파고들면서 자신의 강점과 비전을 설명했으면 안철수 후보의 역량 평가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랐을 텐데 이미 꺾였기 때문에 만회하기에는 (문재인 후보 우세) 흐름 자체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3차 토론에서부터) 방향을 잡고 콘텐츠를 드러내기 시작한 건 방향을 잘 잡은 것 같지만 실적을 만회할만큼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조사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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