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1번가’ 때문에 속앓이했다. 어느 쪽이 더 민주주의에 기여하는지 대결했으면 좋겠다.”

최근 문재인 후보가 ‘공약 쇼핑’콘셉트의 사이트를 선보여 화제가 됐지만 이보다 앞서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은 ‘원조’가 따로 있다. 이달 초 구글코리아와 GEN(GLOBAL EDITORS NETWORK), 미디어오늘이 공동주최한 개발대회(해커톤)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동아사이언스팀은 ‘공약쇼핑몰’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발표했다.

동아사이언스팀의 ‘공약쇼핑몰’서비스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후속행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이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대회라면, 이번 후속행사는 완성된 서비스를 기준으로 다시 평가했다. 동아사이언스팀은 오는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구글 뉴스랩 서밋(Google NewsLab Summit)에 초청된다.

▲ '공약 쇼핑몰' 서비스 화면 갈무리.
▲ '공약 쇼핑몰' 서비스 화면 갈무리.

이 서비스는 ‘문재인 1번가’와 유사하지만 서비스 내용은 다르다. 동아사이언스팀의 ‘공약 쇼핑몰’은 후보자에 의존하는 투표가 아닌 정책투표를 위해 기획됐다. 이용자에게는 1년치 정부예산 증액분인 13조 원이 제공된다. 이 돈을 바탕으로 후보자 이름이 블라인드 처리된 채 마음에 드는 공약을 구매한다. 세대별, 후보자별 인기 공약 랭킹을 볼수도 있고 증세를 하는 방식 역시 ‘사내유보금 과세’ ‘법인세 인상’ ‘기후정의세 부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기획자 변지민 기자는 “처음 내놓았던 아이디어와 달리 실제로 해 보니 예산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 예산이 초과된 상황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바꿨다”면서 “대신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를 넣었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팀이 프로토타입보다 발전된 완성작을 공개했다. 20대 정치언어 사전으로 서울에디터스랩에서 우승한 디퍼팀은 서비스 이름을 ‘Meanit’으로 확정하고 대중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만들되, 주도적으로 20대 언어를 규정하는 참가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Team Citizoom’팀은 맞춤형 의정활동 정보제공 서비스를 공개했고 언론진흥재단과 협의가 되면 뉴스 콘텐츠도 수록할 계획이다. 선거 관련 인증샷 앱을 개발한 PD저널팀은 필터를 다양화했다. 엠로보팀은 ‘정치인 테마주 정보 제공’기능과 동시에 기업공시정보를 기반으로 소문의 ‘테마주’가 실제 해당 후보와 관련 있는지 팩트체크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 ‘Team Citizoom’팀의 이진표 기획자가 맞춤형 의정정보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Team Citizoom’팀의 이진표 기획자가 맞춤형 의정정보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새로운 아이디어로 개발된 작품들도 있었다. 비즈한국팀은 각 캠프에서 제작된 보도자료, 영상이 얼마나 기사화되는지 비교하면서 언론별로 어느 후보에 더 우호적인지 분석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천지일보팀은 ‘텔레그램용 예산 설명 챗봇’인 ‘퍼블릭 파이낸스’ 서비스를 공개했다. 채팅창에 “실업급여”라고 쓰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제도 운영 실업급여 예산은 54조4926억6000만 원입니다”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정부부처 예산자료를 챗봇에 응용한 것이다.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아이디어들도 나왔다. 제보 플랫폼을 구상한 310팀(뉴스1)의 황덕현 기자는 “이 아이디어를 동물보호단체와 연계해 유기견을 찾아주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내 의견이 있었다”면서 “관련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실시간 팩트체크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윙클팀은 댓글이 콘텐츠에 대한 여론이자 본문을 요약하는 정보라는 점에 착안해 댓글 여론지형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 토론 영상에 ‘배신자’라는 표현이 많다는 건 이 후보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협업은 언론인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기도 했다. 비즈한국팀 김태현 기자는 “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새로운 점을 많이 느꼈다”면서 “기술을 잘 모르는 저도 프로그래밍 책을 사서 공부할 정도”라고 말했다. 건치뉴스팀의 이상미 기자는 “디지털 시대에 기자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면, 기자가 단순히 도구 활용능력만 기르는 데 그칠게 아니라 기술에 대한 리터러시(독해력)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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