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언론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선거기간 인터넷 설명제에 따라 언론사는 선거기간 동안 익명댓글을 유지할 수 없지만 SNS와 커뮤니티를 우회하는 댓글 시스템인 ‘소셜댓글’의 경우 판단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역신문 뉴스민은 이달초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댓글에 실명확인시스템을 설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뉴스민은 ‘황당’하다며 반박했다. 천용길 뉴스민 편집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뉴스민은 기사 자체에 댓글을 다는 시스템이 아니고 디스커스라는 해외 토론 커뮤니티를 연동해 댓글을 보여주는 소셜댓글”이라며 “제대로 확인하고 다시 연락하라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소셜댓글은 2010년 IT전문매체 블로터가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항의하는 의미로 실명제 적용대상이 아닌 서비스를 우회적용하면서 국내 언론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일반 익명댓글이 언론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면 소셜댓글은 언론사가 아닌 별개의 소셜미디어,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내용을 기사에 유튜브 영상을 넣는 것처럼 연결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문제는 선관위가 소셜댓글은 ‘익명댓글’이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그때그때 다르게 판단해 혼선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천 편집장은 “지난해 총선 때는 디스커스 댓글을 그대로 썼는데 이번에만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당시 디스커스 댓글을 쓴 미디어오늘에도 문제제기가 없었다. 반면 같은 시기 디스커스 댓글을 써온 슬로우뉴스측에는 디스커스 댓글을 ‘익명댓글’로 판단해 선관위가 폐쇄할 것을 요구한 바 있고 결국 댓글창을 닫아야 했다.

선관위측의 지난해와 올해 해명도 상반된다. 지난해 3월 선관위 관계자는 “디스커스의 경우 이메일로 인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명인증으로 볼 수 없어 규제를 해야 한다”면서 디스커스 댓글이 규제 대상이라고 분명히 했다. 따라서 당시 디스커스 댓글을 쓴 슬로우뉴스측은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선관위는 “이메일이 로그인 수단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굽히지 않았고 결국 댓글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21일 선관위 관계자는 “뉴스민의 댓글시스템을 문제 삼은 적 없다. 일반적으로 안내를 한 것인데 뉴스민이 오해한 것”이라며 “디스커스는 해외사업자인 데다 커뮤니티를 우회하는 소셜댓글로 실명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선관위가 디스커스 댓글을 문제 삼은 적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선관위가 슬로우뉴스측에 잘못 안내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지난해 선거기간 댓글을 폐쇄해야 했던 슬로우뉴스는 부당한 압력을 받은 셈이 된다.

이처럼 선관위가 갈팡질팡하게 되면 소셜댓글을 운영하는 언론사는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천용길 뉴스민 편집장은 “작은 언론사의 경우 선관위에서 닫으라고 하면 사태파악을 하기 보다는 겁이 나서 닫게 돼 공론장을 봉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게시판 실명인증이 골자인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취지인데 선거기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선관위 역시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의견을 낸 바 있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5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진태·김도읍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익명 댓글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며 반발해 법안에서 인터넷 실명제 관련 조항은 빠진 채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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