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 사장 퇴직 이후 수억 원의 퇴직금과 공로금, 전관예우 ‘특혜’를 받게 될 안광한 전 사장이 MBC 자회사인 MBC플러스 사장 시절 수천만 원의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안 사장은 지난 2월 MBC 사장 퇴임까지도 개인 여행을 위해 회삿돈을 쓴 것을 반납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횡령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본사·자회사 등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광한 전 사장은 2013년 10월 MBC플러스 사장으로 있으면서 매년 모나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중계권 박람회 ‘스포텔 모나코(Sportel Monaco)’로 출장을 갔다.

문제는 안 전 사장이 출장 기간 스포텔 모나코 행사만 간 것이 아니라 인근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회사에 출장 여비를 청구했다는 점이다.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안 사장 개인이 6박 7일간 사용한 여비는 2000여만 원에 이른다.

MBC 사규에 따르면 안 사장이 당시 업무 목적 외로 사용한 출장 여비는 전액 반납해야 한다. 게다가 안 전 사장은 혼자 출장을 간 게 아니라 회사 직원과 함께 갔는데 부하 직원에게는 일을 시키고 자신은 관광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BC 본사·자회사 임직원이 거액의 행사 참관 등록비를 지불하고 출장 근무지를 이탈해 주변국이나 도시 외유를 즐기면 MBC 취업규칙(복무규정) 위반이다.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퇴직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MBC 사측이 형법상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25일 안 전 사장의 MBC플러스 재직 시절 외유성 해외 출장과 회삿돈 횡령·배임 의혹 등을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 윤길용 MBC NET 사장(왼쪽)과 안광한 전 MBC 사장.
▲ 윤길용 MBC NET 사장(왼쪽)과 안광한 전 MBC 사장.
안 전 사장이 회삿돈 배임과 비위 의혹에 휘말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2월 MBC플러스 퇴직 후 MBC 사장이 됐는데 사장 임기 동안 자신이 인사권자인 윤길용 전 울산MBC 사장(현 MBC NET 사장)으로부터 수차례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비위 사실은 지난해 12월 MBC 본사 감사국의 인사 파동 과정에서 불거졌는데,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윤길용 전 사장은 안광한 전 사장을 비롯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등에게 업무추진비가 아닌 회삿돈으로 여러 번 선물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단독] 울산 MBC 사장, 회삿돈으로 마련한 명품 넥타이·한우는 어디로)

안 전 사장이 윤 전 사장으로부터 받은 선물만 해도 명품 넥타이, 한우·홍삼 선물세트 등 수백만 원대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당시 윤 전 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 감사 중에 있으니 나중에 감사 결과를 봐야 안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도 방문진에 울산MBC 관련한 감사 결과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윤 전 사장은 본사로부터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지난달 31일 16개 지역MBC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지역 전문 프로그램공급자(PP)인 ‘지역MBC 슈퍼스테이션’(MBC NET) 사장으로 선임돼 비판을 받았다.(▶비위 의혹 논란 인사가 지역MBC 방송 유통사 사장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윤길용 사장은 부역의 길에 앞장선 대가로 울산MBC 사장에 임명된 뒤에는 회사 공금을 쌈짓돈 삼아 전방위 로비에 나서 물의를 일으켰다”며 “심지어 MBC 파괴의 원흉인 김재철 전 사장도 선물 대상 명단에 들어 있고, 백종문 부사장 등에게는 (법인카드로) 골프까지 접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방문진과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은 퇴임 후 1년간 비상임 경영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최소 2억 원 상당의 특혜를 받을 예정이다. 항목별로는 △자문료 1억2000만 원 △활동비 3600만 원 △문화카드비 146만 원 △건강검진비 200만 원 등이다. 이와 별도로 사무실 임대료와 차량(운전기사 포함), 통신비, 4대보험 등이 실비로 지원된다.

안 전 사장은 이미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직연금 3억여 원과 함께 방문진 다수결 의결로 ‘특별퇴직공로금’ 5000만 원까지 받아갔다. 전임 MBC 사장들의 전례에 비춰볼 때 안 전 사장이 퇴임 이후 챙겨가는 회삿돈은 6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MB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MBC, 안광한 전 사장에 수억 원 ‘전관예우’ 특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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