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지난 21일 방송학회 키노트스피치 연사로 나선 자리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돌이키며 “허위사실에 의한 정치적 공격을 차단하는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 수없이 공격이 이어졌기 때문”이라 말한 뒤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친박단체의 ‘태블릿PC조작’ 허위주장을 가리켜 “가짜뉴스에 의한 프레임 바꾸기였다”며 그간 소회를 밝혔다.

손 사장은 이날 ‘대통령 탄핵국면에서의 방송뉴스 프레이밍’이란 주제 강연을 진행하며 “국정농단사건에서 음모에 의한 정권전복사건으로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이 태블릿PC조작이었다”고 지적했다. 친박 집회의 구호가 “탄핵무효! PC조작!”이었을 정도로 JTBC는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허위주장과 가짜뉴스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손 사장은 이날 “내가 포승줄에 묶인 모습으로 시내에 많이 다녔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친박단체의 프레임은 훗날 최순실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최순실은 지난해 10월27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었던 노승일 씨와 통화에서 “걔네들(JTBC)이 이게 완전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것을 몰아야 되고…”라며 사건 은폐 지시를 내렸다.

▲ 지난 3월 방송회관 앞에서 자유통일유권자본부의 '왜곡·선동 언론 규탄' 집회참가자가 경례하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3월 방송회관 앞에서 자유통일유권자본부의 '왜곡·선동 언론 규탄' 집회에서 집회참가자가 경례하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순실이 만든 프레임은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통해 언론에 전파됐고, 어버이연합·박사모·엄마부대 등 친박 단체가 10월31일부터 상암동 JTBC 사옥 앞 집회를 시작하고 탄기국을 만드는 식으로 조작프레임을 확산시켰다. 최근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 조직적인 정부차원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손 사장은 친박 단체의 허위주장과 관련해 “한참을 참다 법적 대응을 했지만, 결론이 나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일일이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전한 뒤 “저널리즘 자체가 중대한 이슈에서 많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국정농단보도 과정에서 가짜뉴스로 무장한 특정세력의 전 방위적 압박으로 겪었을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태블릿PC조작프레임’을 이겨낸 JTBC는 지난해 태블릿PC보도(10월24일)를 변곡점으로 여전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레시안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8일~2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대선 관련 가장 공정 보도를 하고 있는 방송 매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6.3%가 JTBC를 꼽았다. 2위 KBS(10.0%)와 압도적인 격차다. 지난해 12월 13일~15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뉴스선호도 조사에서도 JTBC는 45%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KBS는 18%였다. 이 때문에 올해 언론계에선 JTBC가 “비공식 공영방송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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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 '대선 관련 가장 공정보도를 하고 있는 매체' 순위. ⓒ프레시안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손석희 사장은 JTBC의 선거보도와 대선후보 인터뷰와 관련한 시청자 평가와 관련해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게 우리 일이다. 17년 전부터 생각한 원칙은 ‘다음 섭외를 생각하지 말자’였다”고 말했다.

이날 청중들의 관심사는 ‘뉴스룸’의 지속 가능성이었다. 손 사장은 ‘손석희 없는 JTBC 뉴스룸’의 지속가능여부를 묻는 청중의 질문에 “우리 포맷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4년 동안 JTBC 뉴스룸의 형식이나 내용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지속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나를 잇는 대체 작업은 내 머릿속에서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대체할 사람은 생겨날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내가 언제 물러날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손 사장은 “서로 공감 하에 조직이 방향성을 잡아왔기 때문에 우리 포맷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내 후임은 지금까지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실천할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손 사장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정치행보와 관련한 청중의 질문에 “저는 일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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