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손준현 한겨레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한겨레 기자들을 포함한 임직원과 문화계 인사 300여 명은 이날 영결식에 참석해 떠나는 손 기자의 마지막 길을 추도했다.

영결식에 앞서 손 기자가 생전에 일하던 편집국 6, 7층에서는 노제가 진행됐다. 유족들은 그의 책상 등 빈자리를 어루만졌고 3층 청암홀에서는 고인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인 이제훈 한겨레 편집국장은 조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한겨레 정신의 밑둥이자 한겨레인의 꺼지지 않는 등대인 청암홀에서 한겨레인 모두의 슬픔과 마음을 모아야 한다”며 “오랜 벗이자 동지인 손준현 기자를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이 국장은 “늦깎이 사회부 기자가 된 뒤 고인은 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며 “용산 남일당에서 기륭전자까지 목소리를 잃은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시대가 고통을 호소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고인은 강제 출국 위기에 놓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부터 가난한 젊은 예술인에 이르기까지 돈과 권력이 없어도 영혼이 맑은 이들의 벗이 되고자 했다”며 “고인이 중년의 혼을 불사른 문화부 기자 시절 가깝게 지낸 젊은 예술가들이 고인을 ‘정의롭고 따뜻한 기자’로 기억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족들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담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시대와 세상, 사람과 한겨레를 사랑했기에 고단했던 고인이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이곳의 가족을 영원히 잊지 않기를, 한겨레의 벗들과 늘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손 기자와 함께 일해온 대중문화팀 노형석 기자는 추모사를 통해 “우리 눈앞에서 영영 사라진 뒤에야 작별 인사를 올린다는 사실이 무겁고 아프게 느껴진다”며 “사람이 세상 밖으로 사라졌다는 의미가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기사와 취재를 넘어 선배의 웃음과 농담에서 배어나오는 인간적인 체취를 모든 동료들이 좋아했다”면서 “추억을 가슴에 묻으며 선배를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손 기자의 부인 정현주씨는 “(남편은) 회사 다닐 때 회사 동료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 회사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무척 사랑했다”며 “무사히 장례를 마칠 수 있게 도와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한겨레 기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흐느끼거나 눈물을 삼키고 고인의 영정에 헌화했다. 손 기자는 이날 오후 경북 상주시 서곡동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 고 손준현 기자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한겨레신문 제공
1994년 한겨레에 입사한 손 기자는 2014년 3월부터 문화부에서 공연 분야를 맡아 연극, 오페라, 클래식 등을 두루 취재했다. 지난해엔 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보도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파헤쳤다.

손 기자의 사망사고는 지난 22일 새벽 술자리에서 빚어진 자사 후배 안아무개 기자와의 말다툼과 몸싸움에서 비롯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안 기자의 폭력적 행위로 옆 테이블 의자에 가슴을 부딪친 손 기자가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숨을 거뒀다. 경찰은 24일 안 기자에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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