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설립한 공익재단 동그라미 재단의 이사가 안 후보의 캠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그라미 재단은 지난 2012년 안 후보가 자신의 재산을 출연해 설립된 공익 재단이다. 동그라미 재단 홈페이지에는 안 후보가 출연자로 기록돼 있고 "재단은 스스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분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상호 협력의 장을 제공하려 한다. 같은 뜻을 가지신 분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기회를 만들어 내고 그래서 의미있는 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히고 있다.

동그라미 재단은 연례보고와 사업보고를 통해 자산현황과 사업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공익재단인 동그라미 재단에서 이사로 등록된 최성호 경기대 교수가 안 후보 캠프의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지난 2013년 동그라미 재단 이사로 재직 중 임기가 만료되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사로 등록돼 있다. 그런데 최 교수는 각종 토론회에 나와 상대방 후보의 캠프 인사와 정책 대결을 벌이는 패널로 출연해 안 후보의 경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주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의 재벌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지원해주면 다시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4월 13일 JTBC 출연)이라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안 후보 캠프의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 2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최 교수는 문 후보 캠프 김상조 교수에 맞서 "선진국도 기업친화적인 경제정책을 편다. 우리 기업이 잘돼야 청년들에게 미래가 있고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친기업적이라는 표현은 안 후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찬사”라며 “정부가 지향할 정책방향 중 하나가 친기업이라는 거고 다만 재벌 대기업, 중소 중견기업 간 경쟁질서에 대해선 우리 경제정책의 대표 표어를 공정성장이라고 할 만큼 충분한 의지와 대안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익재단의 이사에 등록돼 일을 하면서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특정 정당의 캠프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 교수가 재단과 캠프에서 동시에 일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특별히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것이 없어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거액을 출연한 공익재단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이사를 지냈고 지금도 이사직에 있는 학자가 대선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공익재단이 사실상 안 후보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 아니겠나"며 "특히 재단 이사 출신이 재단 출연자의 정치활동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차제에 재단 이사진을 출연자인 안 후보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인물로 바꿔야 한다. 재단의 이사는 재단 운영의 주체인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재단의 활동이 안 후보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최성호 교수는 25일 통화에서 "공익재단 이사가 특정 정당의 캠프에서 일을 한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될 수도 있다"며 "저도 개인적으로 그 부분을 고민을 했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 사임을 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 재단이 정치적인 재단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 의혹이 있어서 정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교수는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24일 기준으로 등기부등본상 최 교수는 여전히 동그라미 재단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동그라미 재단 측은 "지난 14일자로 최성호 이사가 사임서를 제출했다"며 "현재 이사회에서 신임 임원을 찾고 있다. 임원은 주무관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이 완료돼야 변경등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상 이사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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