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세월호 침몰 당일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수백톤의 철근이 세월호에 실렸던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제주해군기지용 철근은 세월호 인양과 함께 대표적인 진상규명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동시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 철근 문제가 괴담이고 음모론이라는 논조를 세워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 세월호 인양에 맞춰 “모습 드러낸 세월호… 3년 나돌던 ‘잠수함 충돌說’ 잠재웠다”라는 기사를 통해 네티즌 일명 ‘자로’의 잠수함설과 함께 철근 문제를 대표적인 ‘괴담’과 ‘의혹’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해수부 입장을 인용해 “철근이 내부 화물칸에 실린 채 인양됐기 때문에 향후 선체 조사 과정에서 얼마나 실렸는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제주해군기지용 철근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됐다는 가설이, 곧 근거없는 의혹이나 괴담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서 “철근의 양이 당시 적재된 전체 화물의 5분의 1 이하이기 때문에 철근 적재를 침몰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세월호에 실린 철근의 총량은 410톤으로, 차량 이외에 일반화물에서 차지하는 양은 3분의 1이다. 더욱이 3분의 1이든, 5분의 1이든 화물 총량에 비춰서 침몰의 원인이 아니라는 무식한 주장을 어떤 해수부 관계자가 했는지 궁금하다. 철근과 같은 중량물은 그 위치에 따른 GM(선체 무게중심과 경심간의 거리)의 변화, 그리고 고박상태와 급변침 당시 화물쏠림에 미친 영향이 훨씬 중요하다.

▲ 2014년 4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소나에 의한 해저면 음향영상.
▲ 2014년 4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소나에 의한 해저면 음향영상.

철근이 내부 화물칸에 실린 채 인양됐기에 전량 확인가능하다는 해수부 주장도 거짓말이다. 미디어오늘은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 열흘뒤 수중음파탐지기(SONAR)를 이용해 해저면을 촬영한 자료를 입수했다. 수중음파탐지기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세월호 침몰 지점 500미터 남쪽으로 노출암반과 함께, 철근과 H빔으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흩뿌려져 있다. 세월호 급변침 지점에서, 선수갑판에 실린 철근과 H빔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를 쓰러뜨리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철근과 H빔은 바다에서 부유(浮游)하지 않고 곧바로 해저면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이 해저면에 뿌려진 철근과 H빔의 궤적은 세월호의 급변침 항적과 침몰형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막대한 양의 철근들이 사고 전에도 세월호 운항에 큰 위험요인이었음은 선장, 선원들의 진술에서 잘 나타난다.

화물적재와 고박을 감독하는 1항사 강○○은 2014년 4월23일자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신보식 선장님이 회사 물류팀에게 ‘화물량이 너무 많아서 배가 위험하다. 배가 해딱 해딱 넘어간다, 선수 쪽에는 철근을 조금만 적재해달라’고 수차례 이야기 하였는데 들어주지 않는다고 저에게 하소연을 많이 하였다”며 “최근에 물류팀과 우련통운 하역사에게 철근 6대 분량 이상을 선적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았다면서 그렇게 알고 작업을 하라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당일엔 6대 분량이 아니라 26톤트럭으로 16대 분량(416톤) 보다 많은 426톤 가량이 적재됐다.

강씨는 철근과 H빔의 고박 방법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고박은 하지 않았다. 단순히 바닥에 라싱체인 1개를 연결하여 한 번 두른 정도”라며 “그냥 쉽게 생각하면 컨테이너 사이에 철근을 넣어놓고 쌓은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급변침시 철근이 한쪽으로 쏠려 컨테이너를 밀어낼 조건이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강씨에 따르면 이렇게 대충 쌓아놓은 철근과 H빔은 그 높이가 2미터 50센티에 달했다.

선원들은 검찰조사 당시 철근 적재 분량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강씨는 선수갑판에 실린 철근의 양을 묻는 질문에 “5톤 트럭에 1대당 5개 묶음 정도 적재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는 선수갑판에만 26톤 트럭으로 5대, 즉 130톤의 철근이 실렸다. H빔은 2대 분량이었다. 또한 D데크에는 철근만 이 2배 이상이 실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철근이 실린 것은 세월호 출항 이후 처음이었다. “그 날은 다른 날보다 유난히 화물이 많았다. 그것도 무게가 무거운 철근, 철제 H빔 등이 많아 선미 흘수선이 다른 날보다 더 높아져 1번 탱크에 평형수를 넣었다”고 강씨는 진술했다.

지난해 사망한 조타수 오○○ 씨는 2014년 5월2일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선수에 철근이나 철제빔을 안 실었으면 좋겠다”는 신○○ 선장(침몰 당일엔 이○○ 선장이 배를 탔다)과 1항사 강씨의 대화 내용을 전하며 “선수에 철근이나 H빔을 많이 싣는 날에는 평상시 보다 힐링이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가령 좌측으로 배가 넘어가는 경우에는 좌측 물을 우측으로 넘겨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세월호가 운항 도중에 힐링 작업을 하지 않는 다른 배와 달리 “아주 많이 힐링 작업을 하였다”고 했다.

세월호 선장인 신○○는 여러차례 철근을 선수에 적재하지 말 것을 선사에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당했다. 청해진해운 직원인 홍○○ 대리 역시 진술조서에서 “세월호 선수에 화물을 싣는 문제로 무거운 철근 같은 자재를 싣고 너무 많이 실어 발란스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배를 직접 운항하는 선장과 선원들이 느끼는 위험에도 무리한 철근 적재가 계속된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제주해군기지 2공구현장의 공문
▲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제주해군기지 2공구현장의 공문

제주해군기지용 철근이 실렸다는 자체를 ‘소문’, ‘주장’으로 착각하는 언론도 있다. MBN은 조선일보와 같은날 “우선 세월호에 실린 ‘철근’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이라는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며 “세월호 인양 이후 철근들을 확인하면 철근의 실체와 출처, 용도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철근을 건져서 어떻게 그 용도와 실체를 알 수 있다는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MBN은 인양을 통해 잠수함 충돌설과 제주해군기지용 철근 적재를 둘 다 ‘아님 말고’식 소문으로 몰았다. 김주하 앵커는 “이젠 세월호와 함께 이런 의혹도 인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그렇지 않다면(소문이 틀렸다면) 그 소문을 만들어 낸 사람, 특히 정치인들이라면 스스로 나서서 국민에게 해명을 해야한다”고 했다.

제주해군기지용 철근이 ‘소문’이라는 MBN 보도는 김주하 앵커와 MBN기자들이 세월호 참사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는 자기고백에 다름아니다.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실렸다는 사실은 미디어오늘 보도가 나간 다음 해수부가 이미 확인한 사실이다. 해수부는 세월호에 실린 철근 총 426톤 중 278.28톤이 대림산업이 시공을 하는 해군기지로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언론에 공개된 적은 없지만 미디어오늘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해군참모총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제주해군기지2공구현장의 ‘대림해군기지 2016-93호’ 공문을 입수했다. 여기엔 해군기지가 현대제철로부터 278톤을 4월14일자로 조달했고 세월호에 이 철근을 적재했다가 “운송도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기록돼 있다.

※ 연재순서

해경, 50명 객실 구조하자는 제안 뭉갰다-해경 구조의 문제 1

승객 대기명령 전달한 ’제3의 휴대폰’ 있었다-빗나간 검찰 수사

초계기 교신록 입수 “1번님 오시니 임무에 집착 말라”-해경 구조의 문제 2

로비 승객 30여명, 해경은 봤지만 안구했다-해경 구조의 문제 3

⑤ 해저 ‘소나’에 철근 고스란히… 선원들 “선수 철근 위험”-제주해군기지용 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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