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아들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론은 짧게 반영한 MBC보도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일부 위원들은 “의혹제기에 비해 반론이 너무 짧고 무성의해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다수결에 의해 기각됐다.

MBC는 4월 3일 뉴스데스크에서 문 후보의 아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MBC는 이날 “마! 고마해!…거세진 아들 의혹 공세” 리포트에서 문재인 후보의 아들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비교한 국민의당의 주장과 “국회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바른정당의 입장을 전했다. MBC는 리포트 말미에 “반복되는 정치 공세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어서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문 후보측 입장을 짧게 반영했다. 

MBC는 같은 날 “채용부터 휴직까지…꼬리 무는 의혹들” 리포트에서 의혹을 추가로 이어갔다. 해당 리포트는 문 후보의 아들이 취업을 하며 △“한국고용정보원이 낸 채용 공고부터 규정을 어겨 급조된 정황이 있다” △“공고 내용 중 동영상 제작 분야를 뽑는다는 안내는 없었지만, 문 후보의 아들은 짧은 자기소개서에 동영상 전문가임을 기재했다” △“필수 제출 서류인 졸업예정증명서를 기일 내에 제출하지 않았고, 지원할 직렬과 직급도 적지 않은 데다, 지원서에 적힌 날짜의 필체가 다르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 4월3일 MBC 보도 화면 갈무리.
▲ 4월3일 MBC 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MBC가 제기한 의혹은 문 후보측이 대부분 해명을 한 것들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규정을 어겨 채용 공고를 급조했다는 의혹의 경우 노동부 감사를 통해 채용 절차에는 문제가 있지만 문준용 씨와는 관계없이 내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 후보 측은 “워크넷을 통해 고용정보원의 동영상 활용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원한 것”, “졸업예정증명서 제출 기한 문제의 경우 공고상 제출 서류가 아니었으나 고용정보원이 추가로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미 사실관계가 확인됐는데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의혹을 부풀려 놓은 보도”라며 “MBC는 근거도 없는 주장을 나열하면서 심지어 의혹 제기의 주체도 ‘의혹을 제기하는 측’이라고만 하며 얼버무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MBC 보도에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김혜송 위원(한국방송협회 추천)은 “정당 간 공방에 대해 다루는 리포트의 한 형태”라며 “이 부분을 문제 삼는다면 모든 보도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안효수 부위원장 역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각 정당의 의혹을 보도하고 반론까지 했기 떄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외 모두 6명의 위원이 해당 리포트에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반면 김동준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과 안성일 위원(방송기자연합회 추천)은 해당 보도에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준 위원은 “의혹 제기를 나열하는 수준이 문제”라며 “또한 의혹제기를 하는 부분은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반론을 하는 부분에는 한두마디만, ‘아니다’라는 식으로 나오고 그 내용에 대한 반론을 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동준 위원은 ‘행정지도’ 의견을 냈다.

안성일 위원 역시 “이미 의혹 제기와 해명이 모두 마쳐진 것을 또 다시 의혹제기를 하며 반론을 충분하게 싣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두가지 리포트를 연속해서 내보낸 것은 중징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MBC 리포트에 ‘문제없음’ 의견을 낸 의원들이 5명이 넘어 해당 리포트는 모두 ‘문제없음’으로 결정됐다.

이에 김동준 위원은 “언론이 의혹만 제기하면 역할을 다한 것이냐”라며 “의혹이 제기됐으면 검증도 해야하는데, 문 후보의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검증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김동준 위원은 “반박가능한 내용들은 쏙 빼고 이렇게 보도했다는 것은 의도적이라 제재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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