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죽음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MB 정부의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패륜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등에서는 ‘운지’ 따위를 운운하며 고인을 모욕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다. 그들은 희생자들을 어묵에 비유했고 유가족을 ‘돈만 밝히는’ 사람들로 폄하했다. 단식 투쟁을 감행하며 생사의 기로에 서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 앞에서 ‘폭식 투쟁’을 서슴지 않았던 것도 그들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의 광주 시민들과 유가족에 대한 폄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궤변이 극단의 언론에서 여과 없이 방송됐던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는 죽음에 대한 조롱이 극단의 사고와 행동을 보여준 극우 진영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한 사회의 시민이라면 어떠한 죽음이라도 아파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 죽음에 대한 조롱은 만연해 있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정서로 자리 잡은 듯하다.

▲ 고(故) 손준현 한겨레 기자. 사진=손준현 페이스북
▲ 고(故) 손준현 한겨레 기자. 사진=손준현 페이스북
지난 22일 손준현 한겨레 기자의 죽음도 그러했다. 동료 기자인 안아무개 기자와의 말다툼과 몸싸움에서 빚어진 사고는 비극적 결말을 낳았고 언론계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한겨레는 23일 온라인으로, 24일 지면으로 사과문을 내어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두 눈을 의심한 건 각종 SNS에서 쏟아졌던 독자와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차마 이곳에 담기 어려운 반응들이었다. 한겨레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과문에 달린 댓글에서는 신문 절독을 운운하거나 안철수 편향이라며 한겨레 논조를 비난하고 이번 사고와 무관한 조롱 글이 다수였다. 

유명을 달리한 손 기자가 남긴 기자로서의 발자취는 물론이거니와 한겨레의 사과문은 이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비난과 폄훼의 대상이었다.(물론, 진심어린 추모를 하는 댓글과 글도 있다.)

이러한 반응에 한겨레 기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수찬 전 한겨레21 편집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기자는 누구보다 한겨레를 아꼈고 자랑스러워했다”며 “이제 저를 포함한 한겨레 사람들은 그 둘의 명예를 지키면서 한겨레 역시 지켜야하는 어려운 일을 치러야 한다. 제 페친들만이라도 이 비극에 예우를 표해달라. 부탁드린다”고 썼다.

이재훈 한겨레 기자도 “한겨레 구성원들은 어제 이후 예상치 않았던 사건으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이의 동료이자 동시에 의도치 않게 그 사건의 피의자가 된 이의 동료이기도 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장례식장과 피의자가 구금된 경찰서는 100m 거리도 채 안 된다. 그 사이 공간이 지옥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이 마음만큼은 헤아려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호소했다.

최성진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 역시 “한겨레에 서운하고 한편으로 저희가 밉다면 얼마든지 비판해달라. 귀를 열어 달게 듣겠다”며 “다만 동료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감춰, 뭔가를 도모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보지는 말아달라. 저희한테는 그럴 이유도, 또한 그런데 쏟을 에너지도 지금은 없다.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부탁드린다”는 기자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누군가는 또다시 죽음을 조롱하며  희화화할 것이고 괴물이 된 자신을 망각할 것이다. 기자가 손 기자의 죽음을 처음으로 보도하고도 안절부절 마음이 편치 않았던 이유였다. 

고인은 2015년 7월 “304개의 별 아래서..한바탕 울고 또 웃고”라는 기사를 통해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걸었다. 고인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그라진 고귀한 생명을 이처럼 가슴 아파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곳에는 304개의 별이 뜬다. ‘아이들의 방’이라 불리는 416기억전시관이다.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면, 304명의 추억과 꿈이 별처럼 떠 있다. 2014년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나 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다. (중략) 기억의 공간은 ‘416을 잊지 말아달라’고 계속 말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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