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해 경북 성주군 소재 부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한 것은 관련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국유재산인 국방부 사드부지를 미군에게 무상으로 공여하는 것은 명백하게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드 배치문제를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포커스뉴스
▲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드 배치문제를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정부가 2011년 추진해 제정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은 개별 부처가 개별법을 통해 국유재산의 특례를 마구잡이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다.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서 따로 규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국유재산특례를 정할 수 없다. 국유재산특례제한법 4조 1항은 ‘국유재산특례는 별표에 규정된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드부지 무상공여의 근거가 되는 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의 규정은 이법이 규정한 예외(별포)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국방부가 미국에 부지를 공여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유 의원과 민변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지난 20일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미군 중장비가 반입되면서 이를 막는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일부가 다쳤다. 또한 경찰은 김아무개씨 등 2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드 배치를 막겠다”고 밝혔다. 주민과 당국 간 충돌이 격화될 전망이다.

같은날 정부는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위해 성주군 소재 약 30여만㎡ 부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가 SOFA에 따라 주한미군과 부지 공여 협상을 개시한지 두달이 채 안 돼 승인을 완료한 것이다.

▲ 지난해 9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열린 '사드한국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평화행동'에 참석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회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해 9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열린 '사드한국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평화행동'에 참석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회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앞서 지난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사드 배치를 조속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오는 주말께 사드 부지로 확정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주한미군에 공여하는 데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유 의원은 21일 “주민과 많은 국민이 반대했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였다”며 “국익에 직결된 문제를 국회의 동의절차도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위법성 문제제기에도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명백히 국민과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위법적인 사드부지의 무상제공에 대해 황교안 권한대행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위법성에 대해 명명백백히 정리되기 전까지 국방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변에 따르면 성주·김천 주민 396명은 서울행정법원에 사드부지 공여 승인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본안 소송 판결이 나기 전가지 공여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민변은 “사드배치 사업이 주민의 건강과 환경에 미칠 영향 등이 평가되지도 않았는데 부지를 공여했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7일 국방부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발사대 일부 장비가 전날 밤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밤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사드 발사대 장비와 이송되는 장면. 사진=주한미군 유투브 갈무리, 포커스뉴스
▲ 지난달 7일 국방부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발사대 일부 장비가 전날 밤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밤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사드 발사대 장비와 이송되는 장면. 사진=주한미군 유투브 갈무리, 포커스뉴스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은 개별법상 특례를 통해 국유재산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기획재정부도 함께 책임이 있다. 유 의원은 “기획재정부 역시 나몰라라하는 입장인지 모르쇠하고 있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위반임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면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번 정부에서 사드배치를 강행해선 안 된다는 게 유 의원의 주장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국 방문에 동행한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기내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가진 브리핑을 통해 “5월 초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일체의 결정사항을 차기 정부에 결정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