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유독 한국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용 독점 콘텐츠의 집중투자 여부가 관건이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전무는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최근 한국시장을 대하는 넷플릭스의 태도가 바뀌었다”면서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업체로 플랫폼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하우스오브카드’, ‘마르코폴로’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 콘텐츠 사업자다. 저가전략에 이용자 데이터분석을 통한 마케팅, 높은 완성도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공을 거뒀으며 2015년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 이용자들은 외국드라마나 영화보다 국내 드라마, 예능을 더 선호하는 상황에서 국내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윤석암 SK브로드밴드 전무가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윤석암 SK브로드밴드 전무가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럼에도 윤 전무는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의 강점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넷플릭스 이용자 다수는 오리지널콘텐츠를 보고 싶기 때문에 가입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지금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비중은 아주 작지만 최근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600억 원 규모의 대작 ‘옥자’를 오는 6월 공개할 계획이고 tvN드라마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를 영입해 ‘킹덤’을 제작하는 등 지속적으로 국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윤 전무는 “드라마 제작의 핵심 역량은 작가인데, 한국 콘텐츠 제작시스템에서 작가는 혹사당하고 10회짜리 콘텐츠를 16~20회로 늘려야 해 만족도도 높지 않다”면서 “반면 넷플릭스는 8부작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지상파의 3배에 달하는 회당 15억 원씩 제작비를 투자해 작가와 제작사가 넷플릭스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대거 넷플릭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국내용 오리지널 콘텐츠가 제작돼야 한다. 그러나 좁은 한국시장에 장기적으로 투자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윤 전무는 “제작사 입장에서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으면 (넷플릭스가 진출한) 해외 195개국에 동시에 진출할 수 있는 게 이점이고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들면 한류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 초기 미흡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윤 전무는 “넷플릭스는 처음 한국시장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면서 “로컬 콘텐츠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당시 독립제작사들에게 기획안을 받으면서 콘텐츠 제작 후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제작이 불가능한 한국의 방송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한국 유료방송의 가격이 넷플릭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넷플릭스의 경쟁자인 케이블과 IPTV 등 유료방송 요금이 월 10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1만 원대 요금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경쟁력이 컸다. 그러나 한국의 IPTV와 케이블 요금은 월 1만 원대다.

▲ 넷플릭스 홍보화면 갈무리.
▲ 넷플릭스 홍보화면 갈무리.

한편 미국에서는 다양한 사업자가 미디어 영역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IPTV와 케이블, 지상파 등 전통적 사업자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사업자, 아마존 등 상거래 업체가 적극적으로 미디어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1인 미디어 중심의 MCN산업도 활성화 돼 있다.

윤 전무는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아마존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아마존은 미디어 사업 자체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영상을 통해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 장소 등의 메타데이터를 추출해 자사 상품구매 서비스로 전환하는 미디어 커머스 사업을 통해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에 진출하며) 제작비를 대거 투입했을 때 국내 사업자가 견딜 수 있을까”라며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한국에서도 만들어져야 한다. 콘텐츠 그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기반기술을 갖고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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