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의 퇴직금과 공로금을 받아간 안광한 전 MBC 사장이 또 수억 원의 ‘전관예우’성 특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는 20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이은우 MBC 경영본부장에게 안광한 전 사장의 자문위원 위촉안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동안 전임 사장의 자문료 지급 등에 대한 사안은 방문진 의결 사항은 아니었지만 지난달 16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앞으로 관리·감독권을 발동해 방문진 사전 보고 후 MBC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

방문진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은 퇴임 후 1년간 비상임 경영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최소 2억 원 상당의 특혜를 받을 예정이다. 항목별로는 △자문료 1억2000만 원 △활동비 3600만 원 △문화카드비 146만 원 △건강검진비 200만 원 등이다. 이와 별도로 사무실 임대료와 차량(운전기사 포함), 통신비, 4대보험 등이 실비로 지원된다.

안 전 사장은 이미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직연금 3억여 원과 함께 방문진 다수결 의결로 ‘특별퇴직공로금’ 5000만 원까지 받아갔다. 전임 MBC 사장들의 전례에 비춰볼 때 안 전 사장이 퇴임 이후 챙겨가는 회삿돈은 6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MBC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지난해 12월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1000여 명이 ‘언론부역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안광한 전 MBC 사장 등의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해 12월8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1000여 명이 ‘언론부역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안광한 전 MBC 사장 등의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전임 사장들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데 반해 안 사장은 오랜 임원 생활과 사장 임기를 모두 채우고 특별퇴직공로금까지 받아갔는데 같은 수준의 ‘전관예우’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엄기영 전 사장 등 퇴직 사장들에 대한 전례에 비춰볼 때 경영 자문 성과에 대한 기대는 매우 회의적”이라며 “업무상 취득한 회사 기밀 보호라는 이유도 전 최고경영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이지, 입막음용 돈을 챙겨줘야 할 이유가 아니다. 결국 남은 것은 전임 사장에 대한 품앗이성 ‘과잉 예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회사가 지출하는 모든 비용은 회계 감사 대상이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김 사장은 회삿돈으로 안 전 사장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무슨 성과를 얻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MBC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MBC 파괴에 앞장선 두 전·현직 사장이 품앗이처럼 회삿돈으로 잔치를 벌이는 행위가 벌어진다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반드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이은우 본부장의 보고 사항과 관련해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도 여야 추천 이사 간 논쟁이 오갔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안 전 사장에게 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것이 현직 임원에 대한 인사사항도 아니고 비공개로 결정하면 외려 회사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해 다수인 여권 추천 이사들은 안 전 사장의 명예훼손 우려가 있고 인사 관련 사항이라며 비공개를 고집했다. 이 본부장 역시 “개인의 보수 등에 대한 부분이 있고 전임 사장 관련 내용과 타사 사례도 있다”면서 비공개를 요구했다.

여야 이사들 간 논쟁이 격화되면서 몇몇 이사들이 회의장을 나갔고 결국 정족수 부족으로 고 이사장은 폐회를 선언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은 성원 미달로 폐회했으니 서면보고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은 사전보고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다시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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