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MBC 스페셜’ “탄핵” 편 불방 사태에 대해 MBC 사측이 당시 담당 국장에게만 책임을 물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촬영이 시작돼 수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제작이 거의 완료된 프로그램이 불방됐는데도 최종 책임자인 전·현직 편성제작본부장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20일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관련 현안 보고를 위해 출석한 김도인 MBC 편성제작본부장은 “김학영 당시 콘텐츠제작국장이 지난 1월9일 다큐멘터리부장에게 기획안을 보고받고 이를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에게 제출 안 했다”며 “2월22일 편성제작본부 정기국장단 회의에서 구두로만 보고된 ‘탄핵’ 다큐에 대해 김 국장에게 원점에서 검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도인 본부장은 “당시 김현종 본부장이 김학영 국장에게 기획안을 달라고 했으나 받지 못했고 김 국장이 ‘구두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본부장과 국장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면서 “김 본부장은 주요 아이템을 기획안 안 받고 승인한 적이 없다고 해서 김 국장 선에서 논의가 멈췄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 지난달 13일 ‘MBC 스페셜’ “탄핵” 편 대신 편성된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 방송 갈무리.
김도인 본부장에 따르면 MBC 사측은 자체 조사 결과 김학영 국장에 대해서만 인사위에 회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30일 다큐멘터리 부장이 김학영 국장 휴가 중 김현종 전 본부장에게 탄핵 다큐멘터리 제작을 구두로 보고했을 때 김 전 본부장은 “탄핵 결정이 나면 그때 가서 (방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탄핵’ 불방 결정 이후 정식 서면(인트라넷)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을 내보낼 수 없다고 했지만, 12월 ‘탄핵 이후 방송 가능’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담당 부장과 PD를 거쳐 제작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3500만 원 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2월22일 불방 결정 전까지 80%가량 프로그램이 완성돼 가편집 상황이었다는 게 김도인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들은 ‘탄핵’이라는 국민적 관심이 큰 이슈에 대해  ‘MBC 스페셜’ 같은 주목도가 높은 프로그램이 방송하지 못한 데에는 전·현직 본부장의 책임도 있다고 질책했다.

이완기 이사는 “김학영 국장만 인사위에 회부하는 건 굉장히 미흡하다”며 “그 당시 (김현종)본부장은 보고를 받고도 의사결정을 못했으면서 핑계만 대고 있고, 김도인 본부장도 인수인계 받은 후 기획안이 안 와서 방송 못한 거라면 어떤 프로인지 보자고 해야 했던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기철 이사도 “(보고) 절차만 문제 삼아 국장을 인사위에 넘기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책임도 있는 것”이라며 “김도인 본부장이 새로 오고 나서 김장겸 사장의 지시가 있었든, 눈치를 보고 알아서 안 했든, 불방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욱 이사는 “1월 초에 제작비가 들어가 80%가 만들어졌는데 단지 기획안 한 장을 못 받아서 전체적으로 잘못이라고 말하기엔 주제와 시의성이 커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본부장으로서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기존 관행도 몰랐다면 심각한 문제다. 방송이 못 됐다면 어떤 식으로 시청자에게 책임을 다할 건지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고민도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도인 본부장은 ‘6월 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이유에 대해선 “김학영 국장이 자체적으로 중단시킨 것”이라며 “나도 기획안은 안 봤지만 6·10 항쟁 다큐를 편성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작 중단 논란이 일었던 ‘휴먼다큐 사랑’ “세월호” 편은 다음 달 22일 ‘두 엄마 이야기’라는 주제로 방송이 편성됐다. 김도인 본부장은 지난 6일 방문진 현안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본부장이 되고 나서 ‘세월호’ 다큐뿐만 아니라 ‘6월 항쟁’ 다큐도 보고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세월호 다큐는 나중에 담당 PD가 정식 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에 (제작을) 승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MBC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은 회사가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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