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이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막말에 가까운 발언으로 자격 논란 시비가 끊이지 않지만 오히려 주목도를 높이면서 보수 우파 후보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홍 후보가 쏟아낸 막말도 계산된 정교한 득표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론조사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TV토론회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홍 후보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를 벗어나 1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데일리안이 알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성인 2045명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물은 결과 홍 후보는 10.2%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홍 후보는 지지율 10.2%를 기록했다. 이택수 대표는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안철수 후보가 우세한데 눈에 띄는 것이 60대와 보수층, 이 계층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빠지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3월 5주차(29일~30일) 조사와 4월 2주차(11일~13일)와 비교하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표심 이동도 뚜렷하다. 3월에 홍 후보에 대한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은 37%였다. 하지만 4월 들어 64%까지 상승했다.

3월 당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이 홍 후보를 향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보 이미지 조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갤럽이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남북관계를 가장 잘 다룰 후보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11%가 홍 후보라고 응답했고, 국가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할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11%가 홍 후보를 지목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을 세대별로 보면 홍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안철수 후보와 함께 1~2위를 차지했다.

홍 후보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어 안보 이미지를 내세우며 대북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보수층 유권자 특히 60대 이상 계층에서 먹히고 있는 셈이다.

홍 후보의 동선도 안보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안보 독트린이라는 이름으로 정책 공약을 발표(19일)하거나 천안함이 있는 평택 해군 2함대 방문해(20일) 안보 공약을 발표하는 식이다.

대본 없이 진행된 2차 TV토론회에서도 홍 후보는 색깔론을 제기해 보수층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문재인 후보를 향해 국가보안법 폐지 의사를 줄기차게 물어본다거나 유승민 후보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빗댄 것도 전략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은 참여정부 시절 폐지 법안으로 논의됐지만 한나라당 반대로 무산된 이후 성역으로 남아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제기한 건 참여정부 '좌파‘ 정권의 계승자 문재인을 부각시키는 장치로 보인다.

이정희 전 진보당 대표를 계속 언급한 것도 보수 지지층에 자신은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포지셔닝 전략으로 풀이된다.

저급하고 케케묵은 종북몰이로 보이지만 여전히 보수층에 어필할 수 있는 소재다. TV 토론회가 끝나고 엉뚱하게 이정희 전 대표가 실시간 검색어로 오를 정도로 홍 후보는 민감한 여론을 파고 들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4월18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4월18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특히 안철수 후보를 뽑으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상왕 노릇을 할 것이라는 홍 후보의 발언은 ‘신의 한수’로 통하고 있다.

억지 같은 논리의 박지원 상왕 프레임은 박 대표가 직접 해명할 정도로 강력한 태풍이 됐다. 유승민 후보도 홍 후보의 말을 받아 "안철수 후보가 되면 안철수의 최순실이 박지원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박지원 상왕 프레임은 표심을 정하지 못한 보수 유권자에게 안철수 후보로 눈길을 줬다가 안 후보 뒤에 김대중의 비서실장인 박지원이 있기 때문에 홍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홍 후보가 2차 TV토론회에서도 "박지원씨는 대북송금하고 친북 인사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며 "박지원씨는 그때 실세인데 어떻게 사드배치 당론을 바꿀 수 있냐"고 안 후보를 몰아붙였다.

홍 후보는 또한 "시중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씨가 대북정책에서 대통령이라는 말도 돈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그건 스티브 잡스가 바지 사장이다 이 주장과 같다. 아무 국민도 안 믿을 것"이라고 응수했지만 박지원 상왕 프레임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막말을 쏟아내는 홍 후보를 조롱의 대상으로 보면서도 흥미롭다는 반응도 있다. '설거지는 여성의 몫'이라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전형적인 '꼰대' 어법을 구사하고 있는데 후보 자격 논란과 별개로 회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홍 후보는 설거지 발언에 대해 TV토론회에서 사과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자신의 어법을 고칠 생각은 전혀 없다. 이것 역시 전략이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19일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품격이 떨어지고 막말을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뉴스가 없다.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고 항변했다.

김아무개(33)씨는 "직설적인 화법이 때로는 분노를 유발시킬 때도 있는데 가식이 없어 보인다. 마치 정치적으로 의견이 다르지만 친아버지나 친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가족과는 등질 수 없다고 할까. 설거지 발언 같은 걸 보면 언제적 사람이지 웃음이 나왔는데 사과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2차 TV토론회 승자가 보수층에 강한 인상을 남긴 홍 후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20일 교통방송에 출연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홍준표 후보"라며 "철저한 자기 실리를 챙기고 존재감을 지지자들에게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도 "어제의 토론은 홍준표 후보가 자기의 지지층이 대단히 만족하는, 확실히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홍 후보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아주 계산적이고 전략적인 메시지와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지지층 결집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홍 후보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한 눈 팔던 보수층이 서서히 복원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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