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KBS가 주관한 2차 TV토론회가 화제다. 이날 TV토론회 시청률은 전국 26.4%, 수도권 25.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시청점유율은 43%로 이 시간대에 TV를 켠 시청자 절반가량은 토론회를 시청한 것이다.

토론회 수준과 내용에 대한 평가는 시청률 성적표와는 다르다. 젊은 유권자,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1대4 토론’, ‘문재인 청문회’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문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상대 질문을 받아 토론한 시간을 후보별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90분 가운데 각 후보가 상대에게 지명을 받아 토론에 참여한 시간은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 순이었다.

문 후보는 45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0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9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5분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상대방 지명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 심상정 정의당 후보(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회가 끝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치 문재인 대통령을 4야당 대표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몰아치는 듯 했다”며 “홍준표는 색깔론으로, 유승민은 재원(財源)론과 핵무장론으로, 심상정은 더 많은 진보론으로 몰아쳤다. 안철수의 무기는 불분명했다. 문재인은 집권 후 닥칠 일을 연습했고 나머지는 각자의 방식으로 야당을 연습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KBS 토론회 룰을 문제 삼고 있다. 사회자의 제재 없이 토론을 후보자 자율에 부치다보니 안보 문제가 색깔론으로 대체됐고, 대북 송금 특검과 유엔 북한 인권결의만 문제 등 해묵은 주제가 토론 밥상에 올라왔다는 것.

문 후보도 “스탠딩 토론이라면 자유롭게 움직인다거나 왔다갔다해야 의미가 있는데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문답을 하니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질문이 집중된 것에 대해선 “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면 충분히 답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답변 시간도 공평하게 부여해주는 룰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의 룰과 절차는 각 후보 캠프 동의 하에 진행된 것이다. KBS 선거방송단 관계자는 “룰미팅을 할 때 5개 정당이 모두 나와서 이야기를 했다”며 “4개당은 반겼으나 민주당은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형식의 토론회든 1위 후보에 질문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도 자유토론이다보니 4대1로 공격 당할 가능성에 대해 전략을 세웠을 텐데, 여러 당이 한꺼번에 질문하니 후보가 페이스 조절을 못한 것 같다”며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자유토론이라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오는 23일과 28일, 그리고 내달 2일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회를 앞두고 있으며 25일에는 JTBC 주관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향후 열릴 중앙선관위 주관 토론회 역시 자유토론 형식이다. 이번 KBS 토론회처럼 ‘스탠딩’,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방식이 모두 도입됐다. 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주어졌던 후보자들의 기조연설도 생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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