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와 정부정책 비판, 세월호참사 시국선언, 국정원 시국선언 등에 참여한 단체와 인사 언론을 정부 지원 명단에서 배제하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천안함 프로젝트와 세월오월, 다이빙벨 영화 좌석 등을 정부측에서 일괄 구매한 것으로 안다는 증언도 제시됐다.

지난 2016년 3월까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직에 있으면서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리 및 검토 업무를 해온 우재준씨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김기춘 조윤선의 직권남용(블랙리스트)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우 전 행정관은 이날 법정에서 특검이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리스트 문건(2014년 5월 작성)을 제시하자 문건 내용과 이에 따라 분류 작업을 했다고 시인했다. 특검측 검사는 문건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로 설명했다.

“다음 페이지 오른쪽 특이사항 비고란에 배제사유가 있다. ‘광우병 대책회의’, ‘박근혜 못 살겠다 증언대회’, ‘문재인, 민주노총, 권근술 이사장 한겨레신문 대표 역임’, ‘박근혜 정부에 어리석음과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안철환 상임대표가 박원순 캠프 역임’, ‘도정일 이사장 문재인 멘토단 참여’, ‘진보신당은 지지선언’, ‘다큐멘터리 지지선언 참여’,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시사인 한겨레21 좌파 성향 언론사 민주노동당지지’, ‘문재인지지’, ‘문재인 멘토단 참여 문학’, ‘안철수 정책 멘토 실행위원’, ‘희망버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 대통령 책임 시국선언’, ‘서울대 교수 세월호 시국선언’, ‘국정원 언론인 국정원 시국선언’, ‘문재인 미래 캠프’ 등이 기재돼 있습니다. 증인이 업무할 때도 이런 사유가 배제 기준이었습니까.”

우 전 행정관은 “저 자료 갖고 한 것은 맞는데, 저거를 필터링 했는지는 기억을 못하겠고, 상당부분 반영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 12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포커스뉴스
‘사유를 보면, 야당 중심 지지라든지 대통령 정부정책 비판 시국선언, 세월호 관련될 수 있는데, 분류될 수 있는데, 증인이 배제대상 명단을 검토할 당시에도 이 같은 분류 기준이 적용됐느냐’는 검사의 신문에 우 전 행정관은 “예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것과 관련해 우 전 행정관은 “저 자료와 다른 자료, 경찰 정보보고에 기재된 내용을 정관주 (국민소통) 비서관이 제시해줘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민소통비서관실의 다른 행정관이었던 강일원의 수첩 9월20일자에 ‘다이빙벨 상영, 천안함 세월오월 전좌석 일괄 매입’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들어 검사가 ‘이를 추진한 사실 있느냐’고 묻자, 우 전 행정관은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수석실에서 주관했는지는 모르지만 저 사실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9월26일자 수첩에 다이빙벨 관람객 70%를 확보하라고 나온 것에 대해 우 전 행정관은 “우리 쪽으로 (그렇게) 확보하라고 받은 바는 없고, 문체비서관에서 했다고 아는데, 70%를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우 전 행정관은 블랙리스트 업무에 회의감이 들고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해 사직의사를 여러차례 표시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시기적으로 2014년 11월 경인데 그때 정관주 비서관에게 비슷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 그 때 ‘청와대 근무하면 남을 위해 일하고 싶고, 도움을 주는 일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이건 특정인을 이념이나 비판 성향에 따라 배제해야 하는 업무이고, 이를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더군다나 (배제 대상 선정시)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요구했다. 그 결과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라 생각해 회의감이 들었다.”

‘회의감이 들었음에도 업무를 계속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 신문에 그는 “첫 번째는 내가 당시 청와대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고, 추천하신 분을 봐서도 내가 문제 일으키고 나가서는 안될 것 같았고, 내가 안하면 후배들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내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 전 행정관은 특검 조사시 ‘김기춘 비서실장 분위기도 그렇게 문재인 지지한다는 이유로만 (지원대상에서) 빼는 것은 너무 정치적이니 이 부분은 빼자고 했다’고 말한 일이 있느냐는 검사 신문에 “정관주 비서관께는 (그 얘기를) 상의드렸다”고 답했다.

그는 이후 오도성 선임행정관에게 2015년 5월 사직의사를 밝히고, 그해 8월엔 정관주 비서관에게 정식으로 사직하겠다고 한 뒤 2016년 1월까지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했으며, 한두달 쉰 뒤 3월에 그만뒀다고 밝혔다.

▲ 19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원배제 문화예술인들이 청구인으로 참여한 헌법소원 기자회견은 참여연대,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이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 19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원배제 문화예술인들이 청구인으로 참여한 헌법소원 기자회견은 참여연대,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이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