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과 박근혜는 한국 역사에 향후 최악의 대통령으로 순위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 ‘오만과 불통의 상징’으로 여론을 조작하며 헌법을 정면으로 심각하게 위반했기 때문이다.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을 노골적으로 기만하는 대통령의 행태는 낱낱이 공개되고 민주주의 학습의 반면교사로 활용돼야 한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손석희 앵커 교체와 관련된 외압을 받은 일이 있다”며 “제가 받았던 구체적 외압이 5~6번 되고 그중 대통령으로부터 (외압이) 2번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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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론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치렀던 입장에서 위협을 느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외압을 받아 앵커를 교체한다는 것은 제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고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외압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 JTBC ‘뉴스룸’을 이끌고 있는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사진=JTBC
▲ JTBC ‘뉴스룸’을 이끌고 있는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사진=JTBC
그 전에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 등이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대통령이 직접 압력행사를 했다는 주장은 처음이다. 또한 직접 압력을 받은 당사자가 고백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매우 높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본인의 해임에 대해 “정윤회 문건 보도 후 청와대가 재단에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같은 맥락의 사건이다.

이것과 함께 동시에 살펴야 할 사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JTBC가 단독으로 보도한 “관제데모, 구체적 지시는 박근혜 정부가 처음”이라는 뉴스다. 청와대는 여론조작을 위해 전경련을 통해 관변단체에 단순히 자금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집회를 열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간섭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최근 자유총연맹 전직 간부를 소환조사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지시는 이번(박근혜) 정부가 처음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료들이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위배하며 개별 언론사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불리한 여론을 뒤집기 위해 관제데모를 지시한 정황들이 하나둘씩 구체적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언론사 사주에게 대통령이 직접 압력을 넣거나 이게 통하지 않자 ‘삼성광고를 주지않도록 하고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최악의 추한 대통령 모습이다. 이것도 부족해서 관변단체들을 동원하여 ‘역사교과서 문제’ ‘세월호 사건’ 등에 동원한 것은 철저하게 국민을 기만한 불법적 행위다.

▲ 전두환 전 대통령. ⓒ 연합뉴스
▲ 전두환 전 대통령. ⓒ 연합뉴스
1980년대 전두환이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이 된 후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이 바로 여론조작이었다. 문화부 안에 노골적으로 ‘홍보조정실’을 만들어두고 전두환 영웅만들기에 나서서 국민을 우민화(愚民化)하는데 앞장섰다.

당시 서울신문은 시리즈물로 “새 시대를 여는 새 지도자 전두환 장군편”이라는 제목으로 7차례에 걸쳐 대문짝만하게 ‘영웅중의 영웅’으로 이미지 조작을 했다. KBS·MBC 방송사들도 영웅 만들기, 여론조작에 앞장 섰다. 조선·중앙·동아일보도 이에 뒤질세라 서로 이미지 조작을 시도했다. 시리즈물은 물론이고 특집 등을 통해 한면을 할애하는 파격적 편집방식을 구사했다.

조선일보 1980년 8월23일자 ‘인간 전두환’편을 보면 조작과 거짓 감동의 물결이 지면을 가득채운다. 동아일보는 ‘전 장군이 운동에는 만능’이라고 추켜세웠다. 그 중 압권은 역시 조선일보의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의 행동”으로 전두환을 영웅으로 미화한 뉴스가 아닐까.

전두환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언론사를 통해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점, 헌법수호 여부는 아예 관심밖이었다는 점, 국민을 ‘개돼지’ 정도로 취급했다는 점, 언론사 사주나 주요 언론인을 하수인 정도로 관리하며 반대파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 행태로 철저하게 핍박했다는 점이다.

두사람의 작은 차이점이라면, 박근혜는 참모들이 나서도 뜻대로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자 JTBC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헌법을 위반하는 무리수를 범했다는 점. 과거처럼 여론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자 돈으로 관제데모를 악용하여 여론을 조종하려 했다는 점 등이다.

전두환의 여론조작 시대는 이명박의 댓글부대와 박근혜의 관제데모로 다시 살아났다. 형식과 내용만 달랐을 뿐 여론을 조작하고 헌법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가 시대가 바뀌어도 헌법수호자에 의해 계속 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3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여론은 또 누가 어떻게 교묘하게 조종하고 조작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정치 지도자란 사람들은 집권하게 되면 여론조작의 유혹을 받거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와 함께 여론의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언론사에 대해 ‘협조, 압력’ 등의 형식으로 개입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국민을 존중하고 여론정치를 하겠다는 민주주의의 신념이 없는 지도자는 쉽게 빠져드는 함정이다.

홍 전회장은 5~6번의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 외에 또 누구로부터 그 압력이 어떤 형태로 나왔는지 구체적 내용이 밝혀져야 하고 단죄돼야 독립언론이 가능해진다.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린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한마디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 정의는 입을 열어야 할 사람이 입을 열 때 조금씩 구현되는 법이다. 정치권의 압력을 즐기면서 ‘딜’을 하는 빗나간 언론사 사주들도 있기 때문에 여론은 항상 위험하다. 드러난 범법행위라도 제대로 처벌해야 시대의 경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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