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오늘부터 제19대 대통령 선거 언론보도와 관련해 연속 칼럼을 게재합니다. 이번 칼럼 연재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 저널리즘학 연구회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탄핵정국으로 앞당겨진 대선 일정으로 언론의 후보 검증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이념적 패러다임과 선정적 이슈 설정은 유권자의 합리적 투표행위를 가로막는 요인일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이기에 이념적, 지역적 경계를 넘어 통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언론활동은 여전히 기존의 갈등 프레임에서 후보자들을 다루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 근거나 논리도 없이 특정 후보를 좌파 대통령이라 칭하고 닦달하는 모습과 근거 없는 안보불안을 연결시키는 모양새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설정한 프레임 속에 후보를 위치지우고 대결적 구도를 양산하여 호기심 몰이에 열중하는 저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들의 유사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을 좌, 우로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유권자들은 못내 궁금할 따름이다.

언론이 가치 판단적인 주장을 하려면 먼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철저한 판단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판단이 설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할 만한 논리적 주장들을 세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구체적 논리가 제시될 때 주장에 대한 논리적 공백이 메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보도의 이름으로 쏟아내는 이념적 비논리적 주장들은 부실한 우리 선거보도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 3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왼쪽부터)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포커스뉴스
▲ 3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왼쪽부터)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선 토론은 사상 첫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번 선거에서도 본질보다는 피상적 정보만을 제공하여 후보의 명예를 떨어뜨리려는 가차(Gotach) 저널리즘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 후보간 토론에서 3D프린터를 삼디프린터로 발언한 것을 두고 대다수 종편에서 후보자를 놀리고 비난하는 방식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실수가 만들어지면 물고 늘어져 남이 써준 글을 읽은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거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부 부족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말실수 등을 꼬투리 잡아 집중 반복하는 이러한 가차 저널리즘은 유권자로 하여금 후보자가 중대한 문제를 가진 것처럼 인식토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선거에 대한 혐오감과 무관심을 야기하고 투표율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슈선정 시 후보의 자질을 논할 만큼 과연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각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이 이들에 장단 맞추어 이전투구적인인 설전을 퍼 나른다면 새로운 정치변화의 중심에 서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이제 언론 주도적 뉴스기획으로 정치적 소음보다 본질을 생각할 때이다.

20여 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후보자의 경우 공적 혹은 사적 영역이 따로 구분될 수 없지만 이젠 언론활동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짧은 기간을 고려하면 명확한 검증 없는 논란보도나 의혹제기는 자제되어야 한다. 즉, 사적 영역에 치중하기보다 정책 검증의 비중을 늘려야 할 때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오랜 동안 고민해왔던 스마트(SMART)한 선거보도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볼 때이다. 매니페스토 보도매뉴얼을 쫓아 구체성(Specific), 검증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정책 타당성(Relevant), 수행절차(Timetable) 측면에서 각 후보들의 정책을 진단하여 유권자들에게 서비스할 때이다. 후보자가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구교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구교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이슈와 정책을 바탕으로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은 후보선택을 위한 판단 근거들에 목마르다.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기준과 정보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역할은 지대하다. 현대 선거를 미디어 선거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보도가 변하지 못하면 ‘이게 언론이냐?’라는 성난 민심을 마주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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