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유사 중간광고’를 선보여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때  ‘유사 중간광고’에 관한 규정을 엄밀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33분 가량 방송이 나간 후 갑자기 ‘1분 후 더 재미있는 2부가 옵니다’라는 자막이 떴다. 이후 광고로 넘어갔고, 광고가 1분 가량 나온 후 2부가 시작됐다. 사실상 지상파에 금지된 중간광고와 유사한 행태의 광고를 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포털 네이버에서 ‘라디오스타’를 검색하면 “라디오스타 중간광고인건가? 당황스럽다” “라디오스타 중간광고 뭐지? 케이블이야 뭐야?” 등의 블로그, 커뮤니티 글들이 나온다.

‘라디오스타’ 뿐 아니라 지난주부터 MBC는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눠 편성하고 중간에 광고를 1분 가량 넣어 중간광고 효과를 내는 편성을 하고 있다. 이번주 MBC 편성표를 보면 ‘발칙한 동거’ ‘나혼자 산다’ 등 평일 예능 프로그램이 이전과 달리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 1부와 2부로 나뉜 MBC '라디오스타'.
▲ 1부와 2부로 나뉜 MBC '라디오스타'.
 ‘유사 중간광고’ 논란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바 있지만 이번에는 더 심각하다. 기존에는 SBS가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등 분량이 2시간에 달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중간에 광고를 1분 가량 편성했고, KBS와 MBC 역시 분량이 긴 주말 예능에서 이 같은 편성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1시간에 불과한 프로그램을 반으로 나눴다.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라디오스타처럼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나누는 사례는 처음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예능의  ‘유사 중간광고’를 SBS가 시작한 뒤 KBS와 MBC가 따라간 것처럼 이번에도 MBC가 도입하면 다른 지상파 방송이 비슷하게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 시청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상파는 중간광고가 허용이 안 되는데, ‘유사 중간광고’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상파는 프로그램 예고 안내가 나오기 전, 후 주제곡 및 도입부가 나오기 전, 후 등의 광고 비율이 정해져 있었으나, 2015년 광고를 총량만 규제하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서 프로그램마다 광고를 탄력적으로 편성할 수 있게 됐다. 지상파는 광고총량제의 허점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임의로 1부와 2부로 나누고 그 사이에 광고를 최소한으로 편성해 중간광고와 유사한 효과를 낸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중간광고와 지상파의  ‘유사 중간광고’는 차이가 있다.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채널의 중간광고는 한 프로그램을 자른 것으로 광고 후 바로 프로그램이 이어지지만 MBC ‘라디오스타’는 1부와 2부로 편성했기 때문에 2부를 시작할 때 안내 시그널, 연령등급 표시 등을 다시 표시해야 한다.

▲ MBC 주간 편성표. 주요 예능 프로그램이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 MBC 주간 편성표. 주요 예능 프로그램이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유사 중간광고’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와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지상파에 ‘이 같은 광고를 자제하라’고 주의를 줬지만 제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1시간 편성을 한다면 최소 40분 이상 방송을 해야 하는데 1부와 2부로 나누고, 내용의 흐름이 끊기는 등 시청자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가 법에 명시된 게 아니고 방통위가 방송사 편성에 대해 지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광고총량제 도입 때 만들어진 사각지대를 지상파가 파고든 것이다.

지상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도입한 것이고 내부에서는 ‘프리미엄CM’이라고 부른다”면서 “지상파 광고시청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가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조금만 넣어 (광고시청률을 높여 단가를 올리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는 중간광고가 없기 때문에 CJ와 종합편성채널 쪽으로 광고가 빠지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라도 광고주를 붙잡을 수 있는 자구책을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전에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안내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된  ‘유사 중간광고’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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