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매니지먼트사에서는 노래 한곡을 발표한 여성 A씨에게 중소기업 사장을 소개시키며 성매매를 알선했다. A씨가 성매매를 거절하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자 매니지먼트사는 위약금 2억을 요구했다.

#2. 19살 가수지망생 B씨(여성)는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고 한 회사를 찾아가게 됐다. 회사 실장은 “너의 몸이 얼마나 예쁜지 확인하겠다”며 누드 촬영을 강요했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B씨는 누드촬영에 응했고, 누드촬영 도중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

#3.  영화배우 C씨는 노출 촬영을 하면서 현장에서 남성배우의 성기를 잡으라는 등 합의되지 않은 촬영을 하게 됐다. 또한 감정을 잡으라며 따귀를 맞고, 남성 감독이 "함께 자자"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C씨가 문제제기를 하고 영화촬영을 접게됐다. 절반 이상 영화를 찍었으나 출연료는 받지 못했다.

#4. 연예인 지망생 D씨는 매니지먼트사의 직원으로부터 “함께 모텔에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연예인이 되고싶은 마음에 모텔에 가는 도중, 공교롭게도 모텔에는 방이 없었다.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해 항의를 하자 “사실 너를 테스트해본 것이었다. 너는 나의 테스트에 통과했으니 함께 일하자”는 말을 들었다.

▲ 1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도종환 국회의원, 국회 시민정치포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 토론회 1부: #STOP 연예계_내_성폭력'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1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도종환 국회의원, 국회 시민정치포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 토론회 1부: #STOP 연예계_내_성폭력'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이 밝힌 연예인인권센터에 접수된 연예계 내 성폭력·성희롱 사건(사건 내용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게 재구성된 사례)들이다. 최근 실제로 이종격투기선수 송가연씨가 로드FC 정문홍 대표에게 세미누드 촬영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듯 연예계 내 성폭력과 성희롱은 비일비재하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STOP 연예계 내 성폭력’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연예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구조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10월부터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되며 영화계, 연예계의 성폭력과 성희롱 사례들이 접수되기 시작됐다. 이러한 사례들이 계속 접수되면서 이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등이 구조적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김꽃비 영화배우 역시 “작품을 많이 하지 못한 배우입장에서는, 감독이 호텔에 가자는 식으로 나오면 ‘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것 같다”면서 “나만 참으면 되는데 이를 문제제기하면 감당해야할 후폭풍이 너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꽃비 배우는 “여성 배우들의 스틸컷을 두고 가슴이나 다리 등 성적인 부위를 확대해서 보면서 스태프들끼리 낄낄대는 등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성희롱이 많다”면서 “성희롱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성희롱들이 현장에서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을 더 확대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만든 이윤정 감독은 “영화계 내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은폐 및 축소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결국 피해자가 지는 싸움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업계에서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윤정 감독은 “영화계 내 성폭력 실태를 감시하는 공적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인철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장은 “발언 전 사과부터 하겠다”며 말을 시작했다. 한인철 센터장은 “영화계 내에 격년에 한번 정도 성범죄와 관련된 기초 조사를 해왔는데, 2014년 1건, 2015년 0건, 2016년 1건으로 보고됐다”면서 “영화계나 연예계의 특성상 성범죄가 일어나도 신고하지 못하는 환경 때문에 이런 통계가 나온 것 같은데 이 통계를 믿고 안일하게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 한인철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한인철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어 한인철 센터장은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영진위가 미리 알고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며 “통렬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영화계 내 성범죄와 관련된 실태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영진위는 이외에도 △실태조사를 위한 심층 면접 실시 △영화현장 내 성희롱 가이드북 마련 △영화계 내 성희롱과 성폭력 상담 전화 개설과 법률 지원 △영진위 사업 신청시 성범죄 전과 확인서 제출 등의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한인철 센터장은 “사업 신청시 성범죄 전과 확인서 제출과 같은 부분은 법률자문을 받는 중인데 법적인 부분에서 행정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부분이어서 검토 중에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적 불이익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도입하려고 한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미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출이나 섹스 촬영에 대한 부분은 미리 계약서에 명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인섭 변호사는 “촬영 진행과정 및 수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제도적인 패널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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